'DJ 납치사건' 문세광 사건에, 배후 '저 멀리'
'DJ 납치사건' 문세광 사건에, 배후 '저 멀리'
  • 조경호 기자
  • 승인 2014.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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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로,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 중 재일교포 문세광의 총알에 유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정확한 내막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문세광은 4개월 뒤 사형을 당했다. 당시 이 사건은 육 여사의 목숨을 앗아 갔지만 정부는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정세를 한 번에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40년의 역사 속에 묻힌 육영수 여사의 서거 사건을 재 진단한다.

1974년 6월 15일 광복절 행사 중에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있던 육영수 여사가 재일동포 문세광의 총알에 맞고 유명을 달리한다. 문세광은 단독범행이라고 고집한다. 최종 수사결과 북한의 김일성에 시시로 인해 조총련이 연계된 사건으로 결론을 맺는다. 문세광은 사건발생 4개월 뒤인 그해 1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다. 3일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현대사에 있어 최고의 미스터리 사건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은 은밀하고도 치밀한 계략으로 꾸민 거사(巨事)라는 온갖 의혹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사건의 정확한 내막은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다.

문세광의 행적

문세광은 51년생으로 재일 한국인이다. 일본식 통명은 난조 세이코이다.

74년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고 한 파출소에서 훔친 권총 한정과 일본인 여성 요시이 마키코의 남편을 소지하고 한국에 입국한다.

문세광은 74년 8월 15일 오전 7시 조선호텔에서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 승용차를 부른다. 문은 권총에 실탄을 장전하여 바지 허리춤에 숨기고 오전 8시40분에 M-20 포드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는 차에서 운전기사에게 '국립극장에 도착하면 내려서 문을 열어주세요'라고 부탁하면서 1만원권을 주었다. 문은 또 왼쪽 옆구리에 숨겨둔 권총으로 손을 넣어 총의 공이치기를 머리 위로 올려놓았다.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각 9시 문세광을 태운 승용차는 국립극장 정문에서 검문을 받지 않고 들어가 극장 계단 아래에 도착했다.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뒷문을 정중하게 열어주었다. 중절모를 쓴 문세광은 기사가 공손히 절을 하는 가운데 계단을 올라갔다. 문은 왼쪽 현관을 통해 극장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검문하지 않았다.

당시 현관에는 대통령 선발 경호원이 3명, 경찰관이 8명 근무중이었다. 문은 비표도 없이 통과했다. 중절모를 쓰고 으시대는 문의 모습을 본 경호원들은 고위인사라고 생각하여 통과시켰다.

극장 안으로 들어온 그는 1층과 2층 로비를 오고가면서 저격의 기회를 노렸다. 그는 통로에 카핏이 깔려 있는 것을 보고는 대통령이 지나갈 때 저격하려고 카핏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는 곧 생각을 바꾸었다. 장시간 같은 장소에 머물다가는 경호원의 검문을 받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 경호원으로 보이는 10여명이 권총을 차고 로비를 오가고 있었다. 문세광은 로비 경호원에게 먼저 다가가서는 '우시로쿠 일본대사와 스즈키씨를 기다리는데 혹시 오지 않았느냐'고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경호원은 일본대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판단해 감시가 느슨해졌다. 1층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대통령이 나타났다. 경호원은 문에게 기둥 뒤에 있으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입장하는 것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다가 약 10분 더 로비에서 머물렀다.

그는 다시 로비 근무자에게 다가가서 일본어로 '대통령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은데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일본어를 모르는 근무자는 문세광의 입장을 묵인하는 표정을 지었다. 문이 로비에서 극장 안으로 들어가려니 출입구 근무자가 비표를 달지 않은 그를 제지했다. 그는 로비 근무자를 가리키면서 '저 사람이 들어가도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둘러댔다. 출입구 근무자가 로비 근무자를 바라보니 그는 무표정이었다. 출입구 근무자는 이를 들여보내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출입문을 열어줬다. 그는 문을 안내하여 맨 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 째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10시 23분 대통령 저격 사건이 발생한 것.

저격 배후 있나

문세광이 대통령을 저격을 시도한 타이밍이 참으로 절묘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김대중 납치사건 때문에 관계가 경색됐다. 1973년 8월 8일 오후 1시경 일본으로 망명한 김대중은 반(反)박정희 집회를 앞두고 동경의 호텔 그랜드팰리스 2210호실에 투숙했다가 부근에서 납치된다. 이후 8월 13일에 서울의 자택 앞에서 발견된 사건이다. 김대중 납치현장에서 김동운 당시 일등서기관이 남긴 지문이 발견된다. 일본 경찰은 주일 한국대사관의 직원이 납치사건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양해없이 김대중을 납치해 한국으로 이송한 것은 일본 주권침해라고 반발한다. 한국정부는 일본 정부의 시달림을 받았다.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회고록을 통해 “문세광은 한때 73년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 김대중 구명운동단체의 회원”이라면서 복수설을 암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세광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사건 발생 하루 전인 8월 14일, 일본정부에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지한다고 정식 통보한다.

그리고 다음날 일본 정부가 위조된 신청 서류를 걸러내지 못하고 발급해준 여권을 들고, 일본 경찰에서 훔친 권총으로 일본에서 나서 자란 청년이 한국의 퍼스트레이디를 저격하여 절명케 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정세를 한 번에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태도는 강경했다. 정부는 즉각 문세광이 조총련 간부 김호룡의 지령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조총련에 대한 단속을 주장했다.

일본정부는 "재일 한국인의 범죄로서 일본 정부는 법률적 도의적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정부는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까지 나서 들끓는 반일감정과 범행에 사용한 권총이 오사카 파출소에서 도난당했다는 점을 들어 일본을 몰아붙였다.

당시 일본 경찰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문세광이 실탄사용이 처음이라 박 대통령 저격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것은 사전 준비 없는 단독범행임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찰은 이웃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김대중 납치사건과 관련 1년 전부터 계획이 논의됐고, 6~7명이 복수를 계획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 배후에 조총련과 일부 일본인들의 연관됐다는 추정했다.

경찰은 문세광의 가택 등 현장 조사에서 "죽음이냐 승리냐는 총구가 보증한다. 8월 1일 문세광"이라는 메모도 발견했다.

박 대통령 저적사건은 국내 정치적인 역학구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1년이상 끌어오던 김대중 납치사건은 문세광 사건을 계기로 수사는 유야무야 됐다. 일본 측의 수사본부 역시 8월 7일 공식 철수한다.

육영수 여사의 저격사건에 대해 문세광 배후가 사건이 핵심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저격사건 이후 일본 내 반 박정희 활동이 위축됐다. DJ납치사건 이후 불편했던 대일관계가 한 순간 호전됐다. 문세광 사건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정부였다는 것.

A씨는 "문세광의 일본에서의 행적을 포함한 수사기록 전반에서 수많은 의혹이 있다"면서 "DJ납치사건으로 경색된 대일관계를 풀기위한 우리 정부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세광 사건은 또 다른 슬픈역사를 만들어 낸다.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이다.

김대중 납치사건으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물러난 자리에 임명된 신직수도 문세광 사건으로 옷을 벗는다. 그 자리에 박정희 시해사건의 주인공인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에 앉게 된다. 대통령 경호실도 일명 '피스톨 박'으로 알려진 박종규가 물러나고, 차지철이 그 자리에 앉게 된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별도 정보라인을 운영하면서 중앙정보부의 보고를 가로채는 월권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중앙정보부장의 위상이 하락하고, 경호 실장으로 권력중심이 이동한다.

판도라 상자 언제 열릴까

육 여사의 사망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문세광 사건을 수사한 김기춘 검사는 비서실장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40년간 묻힌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의 진실이 아직도 미스터리 속에 남아있다. 언제가 그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것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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