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경품 사기극에 납품업체 ‘갑질’까지...
홈플러스, 경품 사기극에 납품업체 ‘갑질’까지...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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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경영리더십이 위기에 처했다. 도 사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이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CEO의 능력은 실적이다. 실적하락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각종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리더십까지 논란이다. 최근 고객을 상대로 경품행사를 실시했지만 이것 또한 ‘사기극’으로 드러나면서 기업신뢰마저 추락했다. 이뿐 아니다. 납품업체 대상 '갑질' 등으로 동반성장지수 3년 연속 최하위 등급 선정됐다. 이쯤되자 정상적인 회사로 볼 수 없다는 볼멘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취임 1년, 초라한 성적

홈플러스의 탐욕이 도를 넘어섰다. 상생, 노사, 고객 부문에서 모두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 사장은 물론 홈플러스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도 사장은 취임 이후, 지난 14년 동안 홈플러스를 이끌어온 ′이승한 홈플러스′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다. 실적마저도 초락한 성적표를 받았다. 취임 1년 동안 공격적인 출점을 이어갔지만 실적개선에 실패했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등 매장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비용을 줄이는 '세일즈 앤 리즈백' 방식도 되레 비용을 늘려 수익성 악화에 일조했다. 이에 도 사장의 경영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홈플러스의 경영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불황이 닥친 상반기, 홈플러스는 3대 대형마트 중 매출이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당한 소비자 우롱

홈플러스는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의 경품행사를 해놓고, 실제로는 당첨자에게 경품을 지급하지 않는 ‘사기극’까지 벌였다.

홈플러스는 올해 초 2캐럿 다이아몬드 링, 고급 외제차 등 수천만 원 상당의 경품을 내건 고객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1등과 2등 당첨자는 자신이 당첨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홈플러스 측은 “당첨자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전달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홈플러스 직원이나 직원 지인들이 경품을 타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직원은 응모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를 1등 당첨자로 만들어, 경품으로 받은 승용차를 되팔아 3000만원을 챙긴 사실도 있었다.

특히 1등 경품으로 나왔던 7800만원 상당의 2캐럿 짜리 클래식 솔리테르 다이아몬드 링은 국내에 한번도 수입된 적이 없는 제품이었다. 이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홈플러스 측이 다이아몬드에 대해 문의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연락두절’을 이유로 고가의 경품을 당첨자에게 지급하지 않은 적은 수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뒤늦게 수습에 들어갔다. 2011년 이후 진행한 행사에서 경품을 받지 못한 당첨자들을 다시 접촉해 경품을 전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 경품 추첨을 조작한 보험서비스팀 직원 2명은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홈플러스는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다이아몬드에 대해서 “영문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제품으로 당첨자가 확정된 이후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객 개인정보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응모시 정보제공에 동의한 고객의 정보만 제공한 것”이라며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진행한 경품 행사와 정보 제공이었지만 고객들의 불만을 고려해 당분간 보험사와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잇따른 횡포 논란

앞서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로도 도마에 올랐다. 납품업체에 판매마진을 올릴 테니 납품단가를 내리라고 통보하는 이메일이 공개되는 등, '납품단가 후려치기'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정도를 평가해 발표하는 동반성장지수에서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협력 업체와 적극적으로 상생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협력업체들을 위한 금융지원 등이 어렵다"고 해명한 바 있다. 도 사장 역시 취임 초부터 상생을 강조했지만, 홈플러스와 도 사장이 보여준 모습은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도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중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미국 출장에 나섰다. 그리고 출장 기간 중 한 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경영사례를 발표하며 “향후 5,000여개의 매장을 새로 개설할 것”이라고 밝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부의 골목상권 살리기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도 사장은 “학생들에게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고 해명했으나,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노조와의 갈등도 도 사장에게 남겨진 큰 숙제다. 이달 초 노조가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에 들어가면서 회사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생활임금 보장, 상여금 400% 지급, 부서별 시급차별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교섭이 결렬돼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로 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2년 째 ‘깊은 터널’

이 같은 소식에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홈플러스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이다. 글로벌 유통기업이 비도덕적 경영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뜨겁다.

특히 홈플러스의 ‘경품사기극’의 경우 동종 유통업계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출부진으로 꼼수를 부리다 가장 기본인 고객과의 신뢰를 잃게 됐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름철 대형 할인행사를 열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번 경품사기건으로 대외이미지 실추와 매출감소를 우려해야할 상황에 몰렸다.

또 자회사인 테스코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수백억원으로 불어났다. 테스코의 요구엔 무력하고 노조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심어줄 경우 도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에도 업계는 도 사장의 ‘난관 극복’을 기대해왔다. 그리고 ‘도성환 홈플러스’의 첫 시작을 기다렸다. 지난 취임 1년 여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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