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백화점 '갑질‘ 제동 걸렸다
대형 백화점 '갑질‘ 제동 걸렸다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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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 등 대형 백화점과 마트, 대형유통업체들이 입점업체에게 관행적으로 부려온 '갑의 횡포'에 공정당국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대형 백화점 3사를 상대로 공정거래 이행사항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유통관계 갑을관계 정비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외상매입(특약매입) 부당 비용 전가 등 각종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특약매입 부당성 심사지침’을 제정, 시행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특약매입거래란 백화점 등에 입점한 업체가 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 및 관리하는 거래 방식이다. 백화점 전체 매출의 70%, 대형마트 매출의 16%가 특약매입거래로 발생한다.

특약매입 부당성 심사지침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외상매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등의 안전장치로 마련됐다.

공정위 지침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유통업체 요구에 따라 인테리어 공사 등을 할 때 입점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백화점이 입점업체에 매장을 옮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도 관행적으로 인테리어 및 이사비용을 떠넘겨 왔다.

입점업체에 상품 보관비용을 별도로 받거나 백화점 광고 내용에 포함된 입점업체에 광고비용을 떠넘기는 행위도 금지된다. 유통업체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광고를 집행한 것인 데다 입점업체로부터 이미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또 유통업체와 입점업체가 공동으로 판촉행사를 할 경우 유통업체는 판촉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유통업체가 입점업체에 당초 계약보다 많은 판매사원 파견을 요구할 경우 추가 인건비는 원칙적으로 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이 밖에도 전기료·가스료 등 대형유통업체가 부담해야 할 매장 관련 제반 비용과 대형유통업체 쇼핑백 로고 각인에 따른 비용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특약매입거래의 가장 큰 폐해는 대규모유통업체가 입점업체에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문제"라며 "심사지침 제정으로 특약매입거래의 순기능은 유지하되 부당 비용전가 행위 등 폐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 갑을관계를 다시 정비하자는 움직임이 있다”면서도 “유통업체가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할 상황이 되면 각종 할인행사 등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자의 판매수수료율 수준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대규모유통업자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때 직매입거래 확대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현행 가산점 최대 3점) 부여 방안을 더 높인다는 방침이다.

백화점의 오래된 횡포

공정위는 작년 3월 12일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특약매입거래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2분기 중 '특약매입 비용 분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약매입거래 형태는 대형유통업체가 외상매입 후 판매하지 못한 상품을 고스란히 반품하면서 납품업체의 비용 떠안기로 전가돼왔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재고와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나, 납품업체들은 재고관리 및 미판매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애로사항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특약매입거래에 따른 비용전가와 더불어 높은 판매수수료·판촉비용 전가·인테리어비용 전가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추가비용을 떠넘기는 ‘갑의 횡포’는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2012년 공정위가 대형유통업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실태조사를 보면 백화점 납품업체 중 법위반 행위를 경험한 비중은 56.4%에 달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대형유통업·납품업체 간 불공정행위를 근절키 위해 TF을 구성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그 중 특약매입거래 비중에 대한 점진적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 직매입거래 비중을 기본 점수항목에 편입하는 등 유통분야 동반성장 협약평가 기준을 정비해왔다.

그러나 백화점업계는 거래관행을 바꾸라는 공정위의 강한 압박을 거론하며 업황이 안 좋다는 말로 불만을 쏟아냈다. 안 팔리는 물건에 대한 반품을 조건으로 입점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백화점이 모두 떠안을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아울러 공정위가 현재의 특약매입 대신 직매입 형태로 바꿀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시장논리 이치와 맞지 않는 권고라고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특약매입거래를 직매입 형태로 전환하도록 백화점 업계에 권고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거래방식을 특약매입으로 할지 직매입으로 할지 여부는 자율적 결정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백화점 특약매입 가이드라인을 마련,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으로 엄중 조치한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백화점 세일광고·사은품 증정행사 비용과 관련해 “백화점이 전부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면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더라도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부담은 없을 것”이라면서 “특정 백화점이 입점업체들에게 자발적으로 세일행사에 참여토록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입점업체들 참여 강요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대형 백화점 3사를 상대로 공정거래 이행사항 등에 대한 현장 조사도 벌였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에 2∼3명씩의 조사 인력을 보내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을 조사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납품업체들을 대상으로 벌인 서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공정거래 이행조치 현장 검증을 위해서였다.

당시 실태조사에서는 일부 납품업체들이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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