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부추기는 '최저가낙찰제'…"입찰방식 전면 개편해야"
담합 부추기는 '최저가낙찰제'…"입찰방식 전면 개편해야"
  • 정경화 기자
  • 승인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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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4년째를 맞은 최저가낙찰제의 폐해가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다. 무조건 '값싼' 공사비를 내세우다보니 업체간 일감 따내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덤핑수주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를 살리고 국민을 안전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선 최저가낙찰제·실적공사비제도 등 가격 위주 입찰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5일 한국건설관리학회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된 61개 업체의 614개 공공공사에 대한 실행률(계약금액 대비 실행금액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가낙찰제로 진행된 공사(513건)의 실행률은 평균 104.8%로 나타났다. 이는 1000억원 공사를 수주해 1048억원을 실제 투입했다는 것으로, '적자시공'을 의미한다.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최대 실행률은 141.9%로 조사돼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입찰방식의 평균 실행률은 △대안입찰 방식(7건) 96.2%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58건) 93% △적격심사제(29건) 87.4% △수의계약(7건) 8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해가 갈수록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적자 규모가 커진 것도 문제다. 2006년 98.3%로 겨우 적자를 모면한 평균 실행률은 △2007년 105.2% △2008년 108.4% △2009년 102.8% △2010년 103.9% △2011년 104.3% 등으로 적자시공을 면치 못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공사가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건설업체들의 '캐시카우'로 꼽힌 이유는 정부가 공사대금을 제때 주는 데다 영업이익률도 꽤 높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공공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형 최저가낙찰제는 대부분 본사 관리비는 물론 현장 실행도 확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공공기관이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에 시공권을 부여하는 '최저가낙찰제'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 10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2003년 500억원, 2006년 300억원 이상 공사로 점차 확대됐다.

정부로선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공사를 입찰하면 낙찰비용이 줄어 자연스레 공사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선호한다. 하지만 건설업계 입장은 다르다. 기술력이나 시공능력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춘 만큼 건설업체들은 저가수주로 제대로 된 공사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300억원 이하 공공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제' 역시 복권당첨식 운찰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격심사제도는 PQ(입찰자격사전심사)를 통과한 업체에 대해 발주자가 최저가 입찰자부터 적격통과 여부를 결정하다보니 최저낙찰률의 하한선에서 낙찰자가 결정된다.

이런 가격 위주 입찰제도는 결국 담합을 키우는 '씨앗'이다. 한 대형건설기업 관계자는 "다양한 입찰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정작 발주기관들은 가격 위주 입찰제도를 선호해 담합을 키우고 있다"며 "최저가낙찰제 폐해가 커지다보니 대형 건설업체마저 공공공사를 기피하게 되고 결국 공사품질이 나빠져 안전사고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중심으로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입찰방식 자체를 아예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격·공사수행능력뿐 아니라 공정한 하도급 관리, 건설 안전도를 반영한 사회적 책임 점수를 합산해 낙찰자를 뽑는 종합심사제를 확대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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