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1명은 ‘다단계 판매원?’
국민 10명 중 1명은 ‘다단계 판매원?’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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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0명 중 1명이 다단계 판매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경기에도 다단계 시장은 지난해 20% 가까이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다단계 판매업자의 주요 사업정보를 공개했다. 상위 1% 판매원만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지난해 다단계 판매시장 매출이 약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도 다단계 판매업자 주요 정보’를 8일 공개했다. 지난해 계속된 불경기에도 다단계 판매 시장은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다단계 업체 총 매출액은 3조94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급증했다. 같은 기간 판매원 수도 572만명으로 21.8% 늘었다. 상위 10개 업체의 판매원 수가 86만명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2010년도 이래로 다단계 판매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불황으로 가계소득이 줄면서 주부들이 판매원으로 대거 등록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불황속 다단계 찾았지만...

2004년 4조5000억원 규모의 불법 다단계 사건인 ‘제이유(JU) 사태’를 겪으며 움츠러들었던 다단계 판매 시장은 2008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2조2585억원이던 총 매출액은 4년 새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각 업체들이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건강식품, 화장품, 통신상품, 생활용품, 의료기기로 나타났다. 대체로 건강식품, 생활용품 등 다품종을 취급하는 업체가 많으나 통신상품 취급 업체들은 주로 통신상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106개 다단계 업체 가운데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졌다. 상위 10개 업체의 후원수당 지급총액이 1조 463억원으로 106개 업체 전체 후원수당 지급액의 80.9%를 차지했다. 10대 다단계업체들은 대부분 후원수당이 늘었지만, 한국허벌라이프, 엔알커뮤니케이션은 감소했다.

상위 10대 업체에 등록된 판매원 수는 438만4천637명으로, 전체 등록 판매원 수의 76.6%에 달했다. 이중에서 22.1%인 97만781명이 후원수당을 받았고, 판매원 1명당 1년간 평균 수령액은 108만원 정도다.

1위 업체인 한국암웨이의 평균 수령액은 77만원이었으며 6위 업체인 멜라루카인터내셔날코리아는 47만원, 9위 업체인 하이리빙은 57만원, 8위 업체인 앤알커뮤니케이션은 27만원으로 드러났다.

한편, 각 업체별로 상위 1% 판매원과 하위 60% 판매원의 연간 수령액 차이는 수백배에 달했다. 한국암웨이의 경우 상위 1% 판매원은 평균 5천192만원을 가져갔지만 하위 60% 판매원 수령액은 7천72원에 불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인당 후원수당 지급액이 많다고 우량기업이 아니며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판매업자가 소속 판매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수당총액 한도는 총 매출액(부가세 포함)의 35%이내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번 정보공개로 일반 소비자, 판매원 지망자 등에게 다단계 판매업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 판매원 가입시 왜곡된 정보 전달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면서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위 1%가 다 가져가

다단계 업체는 경기 불황을 틈타 판매원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민 10명 중 1명꼴로 다단계 판매원으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판매원의 유일한 수입원인 후원수당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체 판매원 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들 중 후원수당을 지급받은 판매원은 2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후원수당'이란 판매원이 판매실적이나 자신의 하위판매원에 대한 실적에 따라 회사로부터 받게 되는 돈을 말한다. 또, 다단계 업체가 지급한 전체 후원수당의 55%는 상위 1% 판매원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위 1% 판매원이 받아간 1인당 평균 후원수당은 5662만원이다. 2012년(5046만원)보다 600만원 늘었다.

하지만 상위 1%를 벗어나면 후원수당 지급액은 대폭 하락한다. 바로 아랫 단계인 상위1%~6% 미만 판매원들이 지난해 받은 평균 후원수당은 547만원에 불과했고, 상위 6% ~ 30% 미만 63만원, 상위 30%~60% 미만 10만원, 상위 60%~ 100% 2만5000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99% 판매원의 1년에 받는 돈은 평균 46만9000원에 불과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다단계 업체 광고와 달리 상위 1%를 제외한 대부분의 다단계 판매원은 월 5만원도 안 되는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나마 수당을 받는 판매원을 집계한 결과다. 전체 판매원 572만명 중 수당을 한 푼이라도 받는 125만7572명(22%)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447만여명은 후원수당을 아예 받지 못한 것이다. 즉, 5명 중 4명은 후원수당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2012년 발표한 ‘2011년 다단계판매업자 정보 공개’에서도 판매원 4명 중 3명 정도는 한 번도 수당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1%에 속하는 판매원은 연간 평균 5106만원의 수당을 벌었다. 하위 40%에 속하는 판매원의 연간 수당(2만1000원)은 상위 1% 판매원이 받은 수당의 250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극소수 위한 구조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최상위 판매원에게만 수당이 집중되는 것은 전형적인 피라미드식 다단계 판매의 특징”이라면서 “수당을 받지 않은 판매원이 많아진 것은 자가 소비를 위해 판매원으로 등록한 숫자가 많아진 탓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후원수당의 상위 판매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전업판매원으로 활동하려는 사람들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위 판매원의 수당 편중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관계자는 “다단계업체들이 ‘직접판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소득양극화의 실상은 다단계업계가 극소수만을 위한 피라미드 구조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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