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과세 검토… 찬반 논란
사내유보금 과세 검토… 찬반 논란
  • 정경화 기자
  • 승인 2014.0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에 쌓여 있는 여윳돈을 강제로라도 시장에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침체돼 있는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짜낸 방안인데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가계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 중엔 사내유보금에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가계 소득 증대 방안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뒤 이달 안에 발표될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포함될 예정이다.

사내유보금이란 일정 기간 기업이 거둔 이윤에서 세금, 배당 등 사외로 유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내부에 적립해 두는 자금이다. 이 돈이 많이 쌓이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미래의 투자 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도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10대 그룹 82개 상장사(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으로 2010년(331조원)보다 43.9%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의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16.9%에서 5.5%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 이익을 가계로 원활하게 흘러들어가도록 해 내수를 활성화시켜보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복안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갈수록 가계와 기업의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 간극을 메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유보금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 등이 이런 내용으로 지난해 11월 발의했던 법인세법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매년 2조원 정도의 추가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기업의 잉여 소득이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학계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런 의미에서 대기업에 잠겨 있는 자금을 가계 쪽으로 돌리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구상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찮다. 일단 사내유보금은 이중 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세금을 낸 뒤 남은 돈인 사내유보금에 또 과세를 한다는 것은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은 장부로 있는 것이지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소득에 대해 법인세 형태로 지출하고 투자자들에게 배당하고 남은 것을 축적한 것인데 과세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금이 늘어나면 오히려 투자 여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증가시키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재원 비중을 증가시키는 것인데 이를 세금으로 가져가 버리면 기업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사내유보금 세금 부과에 대해 “장기적으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내유보금이 줄면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유사한 과세 제도를 시행했지만 재무구조 악화와 실효성 논란 등으로 2001년 폐지했다.

국부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게 되면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