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과 성원건설 전 회장 ‘전윤수’의 평행이론
‘유병언’과 성원건설 전 회장 ‘전윤수’의 평행이론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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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중인 성원건설 전 회장 전윤수...그리고 ‘4년 후’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한해 매출이 4000억원에 이르던 성원건설이 파산에 이른 것은 성원그룹 전윤수(66) 전 회장의 방만경영이 큰 원인이라고 재계는 평가하고 있다.

한 때 전 회장은 부인과 자녀, 처남, 사위까지 모두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그야말로 구멍가게식 족벌체제로 구원을 운영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그의 외아들(당시 15세)에게 200억원이 넘는 지분을 보유케 해 시민단체들에 ’도덕성‘으로 맹공격을 받았다.

결국 전 회장은 2010년 3월 100여억원 임금체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직전 미국으로 도피해 4년째 송환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4년 전의 전 회장을 연상케 하는 ‘그’가 수사기관의 전 방위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들과 함께 행방을 감췄다. 그가 ‘유병언’이다.

친인척 장악한 족벌 체제

유병언 도피 행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병언의 가족과 측근들을 잇달아 검거한 뒤로 이들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유병언 본인과 아들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유 씨가 거느린 계열사는 국내외 30곳이 넘는다. 1997년 부도를 맞은 유 씨는 이후 10여년에 걸친 법정관리 기간에 부채 754억원을 탕감받고, 세모그룹을 다시 장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 씨는 공개적으로는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라는 종교를 매개로 일가친척과 측근을 전면에 내세워 '족벌경영'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영상이나 트라이곤코리아 등 일부 계열사를 유 씨 처남인 권씨 형제가 장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은 이 회사들도 유씨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영상은 2000년대 이후 유 씨가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로 처남 권오현 전 대표에 이어 2대 주주였다. 유씨는 2010년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했고, 최대 주주였던 권 전 대표는 자기 지분 절반가량을 트라이곤코리아에 넘겼다. 트라이곤코리아는 유 씨 장남 대균 씨가 최대 주주여서 사실상 대균 씨에게 넘어간 셈이다.

국제영상은 임직원 수가 6명이고 연간 매출액도 13억원에 불과하지만, 서울 용산에 200억원(공시지가 기준)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한 알짜 회사다. 그래서 유 씨가 처가에 맡겨둔 지분을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리하면서 아들들에게 편법 증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유병언과 전 회장의 닮은 꼴 행보는 다시 2004년,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이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이던 시점으로 돌아간다.

당시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대목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99년 회사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했다. 전 회장은 나중에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1남3년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회장은 앞서 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 씨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두바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전 회장이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성원건설 등 성원그룹 계열기업에 대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구원투수로 등장시킨 인물이 바로 전 회장의 외아들인 전동엽 씨다. 당시 전동엽 씨는 200억원이 넘는 지분평가액으로 ‘미성년 주식부자’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외아들의 주식 매입을 놓고 편법상속 의혹과 매입자금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 밖에 성원건설은 부인 조애숙 씨(0.08%), 장녀 전정원 씨(1.02%), 차녀 전순원 씨(0.36%), 3녀 전기정 씨(1.02%), 처남 조해식 씨(0.03%) 등 개인주주 모두 전 회장의 친인척이었다. 전 회장은 이들을 계열사 주요 자리로 옮겨 앉혀 진두지휘했다.

당시 성원건설 노조는 “(전 회장) 가족 족벌경영 독재경영체제 속에서 실속 없는 사업만 매달린 결과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태에 이르렀다”며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회사의 고통을 분담해왔지만 회장 일가는 부실 경영 및 족벌 경영의 책임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총도 최근 ‘악덕기업의 결정판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 당장 구속하라’는 성명서에서 “전 회장의 비윤리적인 경영으로 성원건설과 그 직원들은 물론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입었다”며 “성원건설의 유동성 위기 책임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고액 급여와 주주배당에만 열을 올린 족벌 경영진에 있다”고 비판했다.

은닉, 도피...왜 잡지 못하나

2011년 3월 전 회장은 임직원 499명에게 지급될 임금 200억∼300여억원을 체불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신병치료'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700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홀연 사라진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전 회장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11년 9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또,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다.

유병언의 행방도 여전히 묘연하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에 들인 4천억 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유 씨가 없는 상황에서, 침몰사고를 일으킨 책임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고, 각 계열사들이 거의 파산 상태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유 씨의 밀항설과 위조 여권설이 다시 고개를 들며 기소중지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뒤늦은 출국금지 등 검찰의 안이한 대처로 해마다 해외도피 사범이 늘고 있어 유씨 일가의 국외 도주가 성공할 확률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밀항에 성공했다고 볼 어떠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 유 씨의 구속영장 유효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기소중지 거론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 씨와 함께 잠적해버린 두 아들을 제외하면, 검찰이 잡아들일 유 씨 친인척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인천지법은 5월 22일 유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유효기간을 7월 22일까지로 지정했다. 구속영장의 통상 유효기간은 7일이지만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유효기간을 대폭 늘려 잡았다. 검찰은 기간 내 유 씨 검거를 자신했지만 이제는 유효기간 만료 시점 이후 수사 계획까지 따져 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유씨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은 구속영장 유효기간까지 유 씨 검거에 실패할 경우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기소중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통상적으로는 피의자에 대한 기소를 중지한 뒤 체포영장을 청구하지만 이 경우 유 씨 검거 실패에 따른 수사팀의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주요 범죄자의 해외 도피는 유 회장의 장녀 섬나(48)씨가 프랑스 현지에서 인도재판을 위해 거물 변호사를 선임한 것처럼 국내 사법권이 못 미치는 다른 나라에선 수년 이상 송환을 피해 다닐 수단이 많다.

전 회장은 미국 도피 후, 같은 해 8월 미국 뉴욕에서 불법 체류자로 체포까지 됐지만 변호사를 선임해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전 씨가 기업 경영인으로 법정관리까지 신청한 상태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출국금지 조치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인 전 회장이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은, 전 회장의 외손자가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 회장이 보호자 신분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 말 기준, 오랫동안 해외로 도피해 형의 시효를 넘겨 귀국하더라도 투옥할 수 없게 된 범죄자가 120명이 넘는다. 3년 미만 징역형은 5년, 3~10년 징역형은 10년간 도망 다닐 경우 형 집행효력이 소멸하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범죄자 해외 도피는 무너진 공권력의 상징과 같다”며 “유병언 일가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준 해외 도피 사범은 국제공조를 강화해 반드시 송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4년 전에도, 지금도, ‘실체’가 사라진 그림자 앞에 서 있을 뿐이다.

유병언, 전 회장의 ‘닮은 꼴 종지부’는 어떻게 끝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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