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납품업체 등친 슈퍼甲홈쇼핑업체‘비리’
중소납품업체 등친 슈퍼甲홈쇼핑업체‘비리’
  • 조문영 기자
  • 승인 2014.0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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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계약 파기·뒷돈 거래”...중소기업 노예만들기‘심각’

홈쇼핑업체들의‘슈퍼갑(甲)행세’는 도를 넘었다. 이른바‘갑질’은 물론이고 툭하면 계약파기에 뒷돈거래까지 만연했다. 

1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서영민 부장검사)는 1일 롯데홈쇼핑 전 현직 임직원을 구속했다. 다음날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신헌 롯데백화점 대표에 대한 비리 의혹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업체‘갑질 횡포’만연

이 회사의 생활용품을 담당하는 간부는 황금시간대 편성 청탁으로 4년 동안 5개 업체에서 9억원을 받았다. 상품을 사들이는 업무를 맡은 상품기획자(MD)는 한 유통업체로부터 대형 자동차를 포함해 2억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최고경영자(CEO)인 신헌 사장에게까지 상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 사장은 롯데그룹의 핵심계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다.

검찰조사 결과 롯데홈쇼핑의 범죄는 피라미드 구조였다. 중소 협력업체(인테리어, 방송장비, 중소납품업체)등에서 받은 리베이트는 담당직원→담당임원→대표이사→정∙관계(?) 등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 사건 빙산의 일각

지난 2012년 말에도 6개 주요 홈쇼핑 업체 가운데 4개 홈쇼핑업체 간부 7명이 비슷한 비리로 사법 처리됐다. 롯데홈쇼핑은 그때 적발되지 않았다. 이는 홈쇼핑업체에서 고질적인 비리가 만연한 것을 증명하고 있다.

롯데홈쇼핑 비리사건에서 보듯 TV나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홈쇼핑업계에서 홈쇼핑업체, MD 등은 납품업체들의 ‘슈퍼 갑(甲)’이다.

특히 방송시간이 한정된 TV홈쇼핑은 어느 시간대에 방송되는지에 따라 매출액의 차이가 크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중견 기업일수록 홈쇼핑업계 실력자들에게 로비를 벌인다.

홈쇼핑업체 간부들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이렇게 받은 리베이트를 윗선에 상납했다.

대-중소기업 상생은 뒷전,뒷돈 챙기기‘급급’

TV홈쇼핑은 지난 1995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과 소비자 편의증대라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돈되는 것이라면 수입제품은 물론 수입자동차까지 팔면서 해마다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가 굳어지면서‘비리의 구조화’가 형성됐다.

이들 사이에 뒷돈이 오가면서 그 만큼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높아져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고 있다.

프라임타임 대에 방송할 때 방송비용으로 7,000만원을 낸다. 그리고 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판매액의 최대 35%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중소기업 A사장은“방송비용 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에도 광고비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면서“처음엔 광고비까지 요구하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안내면 불이익을 받으니까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의 관계는 갑을 관계다. 협상은 없다. 갑인 홈쇼핑업체가 그냥 하라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니면 곧바로 방송에 짤리기 때문에‘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는게 중소기업 신세다.

TV홈쇼핑업체들이 방송을 무기로 납품업체에 구두계약, 리베이트, 방송시간 편성에 따른 웃돈 지급, 직급에 따른 단계별 로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기서 기생하는 벤더 업체(상품공급업체)도 간에 쓸개를 빼먹고 있다. 홈쇼핑업체의 유착한 벤더업체는 납품사와 홈쇼핑을 연결시켜주면서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납품업체-벤더업체-홈쇼핑으로 이어지는 비리 사슬로 얽혀 있어 홈쇼핑비리는‘복마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업체 B기업 대표는“벤더가홈쇼핑 임직원들을 접대하고 뒷돈 찔러주며 관리하다가 그만두고 나오면 일정 기간 뒤를 봐준다. 그래서 홈쇼핑 현업에 있는 직원들도 벤더를 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선제 한국증권경제연구소장은“롯데홈쇼핑 비리사건은 홈쇼핑업체 비리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까지 부하들로부터‘검은돈’의 일부를 받아 챙겼다. 기업 전체가 곪아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검찰과 법원은 비리에 연루된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엄벌해 잘못된 먹이사슬 구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래야만 당초 홈쇼핑TV설립 취지를 살려 중소기업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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