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증시 귀환 조건
외국인 국내 증시 귀환 조건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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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시장환경, 정책 모멘텀 개선해야

- 흔들림 없는 경기민감 대형 수출주의 실적 개선 여부

- 주주이익 환원 강화 위한 기업 재무정책의 변화 필요

한국과 대만증시의 상반된 흐름 이면에는 외국인 매매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이는 양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차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을 등지고, 대만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떠나간 외국인이 국내증시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충족이 필요한 것인가?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밝혔다.

외국인의 한국증시 이탈 배경

환율효과

환율효과 외국인의 대만증시 순매수 행진은 환율효과에 기인한 바가 컸다. 특히, 신흥 아시아 시장 내 주요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과의 상반된 환율 방향성은 대만 Long 한국 Short 전략수립의 전제조건이 되었다. 이는 양국 경제가 GDP 대비 수출비중 70% 수준의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라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기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접근이라 평가할 수 있다.

통상 한국과 대만의 주가흐름은 엔/달러 환율과 밀접한 상관성을 형성해왔다. 엔화가 강세흐름을 보일 땐 한국이 대만증시 성과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가 심화되었을 때는 대만 가권지수가 KOSPI 대비 강세를 형성했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일본·대만간 수출시장 경합도 차이에서 유래한다. 한국 수출은 IT·소재·부품 등에서 대만과 접점을 형성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교집합은 상기 품목 외에도 자동차·조선·기계장비 영역까지 넓게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엔화 변동성 확대 영향은 대만보다는 한국이 강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과거 유사한 패턴을 보였던 달러화 대비 양국 통화 가치가, Tapering 우려가 가시화되었던 작년 하반기 이후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대만 모두 안정적인 거시 건전성을 담보하고 있고, 수출이 국가경제의 근간을 형성하는 상황에서, 대만달러 환경은 양국간 투자판단을 가르는 또 하나의 결정변수로 작용했다.

시장환경과 무역구조

시장 환경과 무역구조 대만기업의 배당수익률은 한국의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양국 모두 신흥시장의 탈을 쓴 경제 선진국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배당으로 대표되는 기업재무정책의 방향성과 주주이익환원에 대한 관심은 글로벌 투자자에게 있어 중요한 판단근거로 기능할 것이다. 이는 양국 모두 폭발적인 성장성 보다는 안정적인 기업가치 제고가 기업경영의 근간을 이룬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수출품목과 대상시장 차이 역시도 양대 증시 퍼포먼스 차이를 가르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다. 대만 수출은 IT 하드웨어 및 부품에 특화되어 있고, 중국을 위시한 인접 아시아 국가 생산기지 부품 및 소재 수출이 총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눈 여겨 볼 부분은 콴타컴퓨터, ASUS로 대표되는 IT 하드웨어 기업과 포모사와 같은 글로벌 수준에 도달한 석유화학 기업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시가총액 1, 2위의 자리는 세계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애플의 위탁 생산기지 폭스콘으로 유명한 혼하이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몇몇 금융사를 제외하면, 시가총액 상위 대다수가 IT 부품업체로 구성).

반면, 한국은 수출처나 수출품목 모두, 대만과는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다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수출에 있어 IT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와 조선, 철강과 화학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고, 중국과 미국 외에도 글로벌 경제 어느 곳 하나 가볍게 볼 시장이 없다.

결국, 대만증시의 상대적 강세는 선진국 소비회복에 기인한 글로벌 IT 경기 호조의 영향을 간과할 수 없으며, 상당부분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기대와 애플 회복 및 신규 라인업 확장에 따른 Supply Chain상의 효과가 주효했다 평가할 수 있다. Pure IT 증시로서의 면모가 빛을 발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글로벌 경제의 회복 기운이 일부 선진국에 편중되어 있고, 여전히 소비·생산·투자 전 부문이 고르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기대감을 약화시켰던 배경이었다.

중국 구조조정과 양안관계 개선

구조조정과 양안관계 개선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와 시진핑·리커창 정권 이후 가속화되는 경제 구조조정 작업은 한국 수출과 증시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및 대만증시 방향성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중국 수출을 살펴보면, 대만은 강력한 Captive Demand에 기반한 부품 및 서비스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한국은 IT·자동차 등의 경기성 소비재 외에도 소재(화학·철강)와 산업재(조선·기계·건설·운송) 등 폭넓은 수출전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 및 구조조정 후폭풍이 미치는 범위가 제조업 및 인프라 등 하드웨어 투자에 집중되어 있고, 이는 대부분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에 해당한다는 점은 국내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심각한 위험요소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IT 부품과 필수소비재, 그리고 양안간 관계에 기초한 서비스 수출이 주가 되는 대만은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서 자유로운, 상대적 관점에서의 안전지대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양안관계가 이데올로기적 대립 대신 경제적 실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대만증시 강세에 일조했다. 2010년 체결 이후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였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최근 시진핑·리커창 정권 등장 이후 중국과 대만간 경제협력 및 사회문화적 교류가 빠르게 확대되는 등의 가시적 효과로 연결되고 있다. 아울러 3월로 예정된 중국 전인대의 핵심 안건 중 하나로 대만과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이 예상되고 있고, 이는 대만의 상품교역과 금융 등 서비스 부문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대만 마잉주 총통은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이라는 과거 정부의 정책기조에서 탈피, ‘하나의 중국론을 주창하며 국민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 중국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특정 섹터에 편중된 산업구조와 개방형 소국경제라는 대만 경제환경을 고려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정치적 이슈를 넘어 경제적으로도 중차대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시작으로 2016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까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정책 모멘텀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만증시 강세의 원동력일 것이다.

미국 금리와의 기술적 상관관계

미국 금리와의 기술적 상관관계 KOSPI와는 달리 대만 가권지수가 전통적으로 미국 시장금리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형성해왔다는 점은 기술적 측면에서 대만증시 상대적 강세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가시화되었던 신흥증시 내 글로벌 유동성 차별화 양상이, Fragile 5(인도,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 브라질)로 대표되는 부실 신흥국과 Solid 5(한국, 중국, 대만, 멕시코, 폴란드)로 지칭되는 강력한 거시 건전성을 보유한 신흥국간의 대결구도였다면, 최근 한국과 대만간 Solid 5 안에서의 차별화는 상당부분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에 기반한 기술적 연관성 차이에 연유한다 볼 수 있다.

, 외국인 투자자 시각에서, 경제 펀더멘탈 측면의 안전지대이자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가 기대되는 양국이지만 Tapering과 출구전략으로 대변되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야기할 파장이, 한국과 대만이 각기 다를 수 있음에 주목한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증시 외국인 복귀의 조건

첫째, 국내증시가 환율 우려를 떨칠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에도 불구, 흔들림 없는 경기민감 대형 수출주의 실적 개선 여부일 것이다. 특히, 작년 10월부터 엔/달러 환율이 97엔 레벨에서 105엔 수준까지의 가파른 상승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4분기 실적시즌은 시장과 외국인 투자자의 우려에 정면으로 맞서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유틸리티와 은행, 손해보험 등은 실적우려의 안전지대라는 점을 주목한다.

둘째, 주주이익 환원작업 강화를 위한 기업 재무정책의 변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고도 성장기를 마감하고 경제적 성숙기에 진입한 국내기업들에게 있어,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다. 주주이익 환원율이 양호한 기업들은 언제나 포트폴리오 한가운데 둘 필요가 있다.

셋째, 중국 경착륙과 구조조정 우려는 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시장은 해당 우려를 누 차례 가격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악재로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발상과 틈새를 볼 필요가 있는데, 중국 한계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수혜가 기대되는 조선·태양광, 하드웨어 투자의 구조조정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는 음식료·관광·패션·미디어/컨텐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넷째, 외국인의 국내증시 귀환을 위해서는 정책 모멘텀의 일체화와 정책 효과의 가시화가 필요하다. 주택과 소비 등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당국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책 화력은 한 방향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와 리모델링 아파트 수직 증축 허용 등이 가져올 주택시장 개선 움직임을 주목한다. 또한 부동산 경기 회복이, 종국에는 내수시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건자재와 국내시장 특화 건설주, 은행과 저평가 유통주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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