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매각' 현정은의 승부수, 38년 전통도 현대그룹 현실앞에선 '무릎'
'현대증권 매각' 현정은의 승부수, 38년 전통도 현대그룹 현실앞에선 '무릎'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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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저축은행+자산운용 등 금융사업 철수...3조3천억 확보 계획에 주가 급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융 계열사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른바 선제적 자구책을 통해 현대그룹은 앞으로 3조3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이 22일 금융계열사 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축이었던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 매각 등 3조3천억원 이상의 자구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선제적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구안이 현대증권 매각을 필두로 한 ‘금융업 철수’라는 초강수인 점, 그리고 자구안 규모가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현대그룹이 금융업 진출 38년 만에 현대증권 등 정통 기업을 내놓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가?’라는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다.

사실 현대그룹 주요 사업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이 최근 해운업 장기 불황과 대북사업 중단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2014년 상반기까지 현금보유도 충분한 상황이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했다”며, “현대그룹의 한축인 금융계열사 매각 여부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으며,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금융업에서 철수할 방침이다. 이로써 7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또한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하여 약 1조5천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도 4천8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싱가폴 소재 부동산과 보유중인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자본확충 노력도 계속된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 추진과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해 3천200억원 이상을 마련키로 했다.

내부 구조조정도 실시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및 업무개선을 추진하고, 현대아산 등 다른 계열사도 구조조정을 실행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그동안 글로벌 해운 연합체인 ‘G6 얼라이언스’를 통해 선복량과 서비스 수준을 향상함으로써 적취량 증대 및 용선료 절감의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저속운항(Slow steaming), 선박연료 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서도 연료비를 절감하는 등 비용구조를 개선해왔다.

현대상선은 지난 10월 말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손익 극대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2014년에는 기존의 내부 운영효율성 향상과 함께 글로벌 컨설팅을 통한 영업손익의 획기적 개선 및 지속적인 비용절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 손익개선 효과가 발생함으로써 현대상선은 해운업계 ‘Global Leading Company’ 수준의 수익구조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이러한 내부 구조조정에 더하여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함으로써 총 3천4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금융계열사 등의 매각 방식은 SPC(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SPC를 설립하여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하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자구안이 실현되면 현대그룹은 이번에 확보된 유동성으로 1조3천억원 정도의 부채를 상환하여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을 2013년 3/4분기말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낮추고 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그룹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금융부분을 매각하고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현대상선이 중심이 되는 해운, 현대로지스틱스의 물류, 현대엘리베이터의 산업기계,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등 4개부분에 집중해 향후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으로서는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있지만 이번 자구계획으로 그룹의 유동성문제 해결과 함께 핵심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성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구조조정을 기점으로 현대그룹은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향후 현대그룹은 금융권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시장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그룹 자구책이 발표되자 기대감으로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017800)는 23일 오전(11시 35분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14.79% (6750원) 오른  5만2,400원에 현대상선(011200) 은 전날보다 14.85%(1,500원) 상승한  1만1,600원에 거래 되고 있다.

또한 현대증권(003450)은 전날보다 7.96%(460원) 오른 6,240원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한곳으로 ‘선봉’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험이 우려되고 있는 것.

현대상선 3분기 영업적자폭이 지난 2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현대상선은 2013년 3분기 영업 손실이 전분기 669억원에서 462억원으로 31%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영업 손실 506억원 대비 7.8% 감소한 것이다.

또한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5.1% 감소한 1조 7,396억원 기록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4일 현대상선의 회사채 등급을 종전(5월)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한 단계 강등했다.

또한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현대상선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낮췄다.

특히 당시 주목할 부분은 한신평이 현대상선(011200)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017800) 등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같이 내렸다는 점이다.

한신평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무보증사채와 CP 신용등급을 각각 'A-'(부정적), 'A2-'로 한 단계씩 강등했다.

그 배경에는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이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얼마 전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04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한신평은 “현대상선의 실적부진과 재무 부담에 따라 그룹 전반의 재무 변동성이 커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잠재적인 경영권 위험 요소인 ‘2대주주’ 쉰들러와 현대중공업을 견제 및 극복하기 위해 지난 6월 969억원에 이어 조만간 약 2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1%를 확보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분명히 있었지만 현재(6월 기준) 290.6%나 돼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한신평은 또 다른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의 신용등급은 'BBB+'는 유지하는 대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추후 강등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최근 현대상선은 유동성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156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세계 해운업황이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대상선의 실적부진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은 오는 2014년에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장시키는 등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시킨다는 현대그룹에게는 뼈아파 보인다.

그 이유는 현대그룹의 지배구조가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아산 등 대북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들 사정도 현 회장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지난 6월초, 한때 남북경색 국면 풀리는가 싶었지만 이후 일시 개성공단 패쇄 등을 거치면서 상처를 입더니 현대아산의 주력 사업인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는 가물가물하기만 한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임직원 20여명이 금강산 관광 사업 15주년을 기념해 금강산을 다녀온 소식이 유일할 정도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사업 차질로 생긴 손실만 지난 3월까지 총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 현대아산에게 ‘금강산 관광 중단’은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빅5’ 증권사인 현대증권은 지난 1분기 영업 손실 256억원을 내는 등 최근 증권업계 증시위축에 따른 수익급감의 직격탄에 악전고투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1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노사갈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최근 현정은 회장의 고민을 늘리는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번 상황은 현 회장에게 과거 KCC 등 범현대가와 대결하던 상황과는 또 다른 시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만큼 이 위기는 다시 한번 현 회장의 경영 시험대가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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