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숨은 그림 찾기 ‘1번째 퍼즐’-이재용이 보인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숨은 그림 찾기 ‘1번째 퍼즐’-이재용이 보인다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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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 간 사업 양도로 본 경영 승계 예상 시나리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차기 대권은 누구에게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최근 ‘패션명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포커스는 장녀인 이부진 사장과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에게로 쏠리는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먼저 패션사업으로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제일모직이 소재산업 기업으로 ‘DNA'를 확 바꾼다는 소식으로 삼성그룹이 재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제일모직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 양도가액은 1조 5백억원이며,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이 모두 이관될 예정이다.

이로써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로 확보된 투자 재원을 통해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제일모직은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의류사업 계열사로 유명하다. 실제로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후부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며 ‘패션 명가’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그동안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그동안 패션사업을 주도해왔다는 점 때문에도 이번 사업 양도는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점을 볼 때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 사업 양도 ‘누이 좋고 오빠 좋고’

사실 이번 삼성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라는 계열사 간 일명 사업 양도는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이부진 제일모직 부사장 간 ‘윈-윈’ 전략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비록 그동안 패션사업에 공을 들여온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언니인 이부진 사장에게 ‘자식’같은 패션부문을 떼어주는 모양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부사장도 손해 볼 일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사업 양도는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은 소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한편 이 부사장의 삼성에버랜드는 그동안 내공을 쌓아온 테마파크와 골프장 운영 등의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의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이를 통해 도모되는 수확은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 향후 삼성그룹의 지주사 내지 경영권 승계와 관련 큰 몫을 담당할 수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에버랜드의 ‘덩치 키우기’는 단순하지 않기 때문.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는 단순한 ‘놀이 동산’ 회사가 아닌 게 삼성그룹의 알짜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을 19.34%이나 가지고 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가 대거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러한 삼성전자는 건설사인 삼성중공업 지분을 17.61%(9월16일 기준), 삼성테크윈 지분 25.46%, 삼성테크윈 지분 19.68% 등을 보유한 주요 주주다.

여기에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또 다른 금융 계열사 중 한곳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장녀 이부진 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호텔신라 등의 ‘알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호텔신라는 삼성자산운용 지분 7.0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확장 내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지기는 삼성그룹 후계구도에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목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를 보유한 이재용 회장의 후계 승계 구도 굳히기에도 한몫할 것이라는 분석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라는 자매 간 사업 구조 재편이 결과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서현, 이부진 자매 역시 둘이 합쳐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확장 등을 통한 향후 상장 등을 통해 배당금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다. 그 다음으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씩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이들은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자기 몫을 확실히 챙긴 후 향후 계열 분리 등의 변수에서도 실탄 등의 대비 수단 내지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자매도 삼성에버랜드 지분이 확고한 만큼 향후 배당 등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실탄을 자기 본 전공 사업 다지기나 M&A 자금 등을 활용할 경우 그 시너지는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 등의 상장은 삼성가 두 자매의 향후 입지 구축에 있어 필요조건이 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삼성 계열사 사업 구조 재편은 단순한 계열사 지각변동을 넘어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에도 밀접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제고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은 경영권 승계와 직결되고 있는 셈이다.

고 이병철 창업주의 장남이었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CJ그룹, 딸인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등으로 계열분리된 '2세' 선대의 사례에서처럼 향후 '3세'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이서현 부사장이 제일모직을 승계받는 데에도 자신들이 보유한 삼성SDS, 삼성자산운용 등의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통한 배당금 등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2월5일 부회장 승진 이후 삼성전자 경영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이미 핵심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있을 대관식을 위해 꼭 필요한 무기다.

그 연장선에서 아직 비상장사 지위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기업 가치 제고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이부진-이서현 자매에게 필요조건을 넘어 필수조건인 셈이다. 이는 곧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승계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삼성SDS와 삼성SNS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삼성SDS가 신주 교부 방식으로 삼성SNS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가 사업 양도를 발표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나온 발표라 더욱 눈길을 끈다.

삼성에 따르면 합병비율은 삼성SDS 1대 삼성SNS 0.462로, 삼성SNS 주식 2.16주당 삼성SDS 주식 1주를 지급하게 되고, 양사는 10월 1일 합병 계약을 체결한 후 연내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합병에 딸 기존에 삼성SNS 지분 45.69%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은 8.81%이던 삼성SDS의 지분을 11.26%로 늘리게 됐다.

반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지분은 각각 4.18%에서 3.9%로 감소해 대조를 이룬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재계 일부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합병 및 사업구조 재편이 자연스레 이재용 부회장의 계열사 영향력을 넓히는 꼴이 돼 이 역시 경영권 승계의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50여 년 전통의 삼성그룹의 근간 제일모직, ‘DNA’ 바꾼다

한편 제일모직은 50여 년 동안 ‘전공’과도 같았던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다.

제일모직은 1954년 설립돼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 1990년대에는 케미칼사업에 진출했으며,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합병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에 집중해왔다.

2012년 현재 소재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일모직은 또한 지난 8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

앞으로도 제일모직은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영업양도가 미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의 일종의 ‘윈-윈’ 전략이다.

그 동안 소재사업과 패션사업간의 시너지가 부족해 제일모직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업 양도에 따라 제일모직의 사명 변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일모직 박종우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주화 패션사업총괄사장은 "패션은 무엇보다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다.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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