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명가'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에 패션사업 넘기는 이유, 알고 봤더니
'패션명가'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에 패션사업 넘기는 이유, 알고 봤더니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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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500억 규모 패션사업부 양도...'윈-윈' 전략 고려한 듯

패션사업으로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제일모직이 소재산업 기업으로 ‘DNA'를 확 바꾼다.

제일모직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총 양도가액은 1조 5백억원이며,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등이 모두 이관될 예정이다.

이로써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로 확보된 투자 재원을 통해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제일모직은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의류사업 계열사로 유명하다. 실제로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후부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며 '패션 명가'다. 특히 그동안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사업을 주도해왔다.

이런 점을 볼 때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긴다는 사실에 다소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

이번 삼성 계열사 간 일명 '사업 트레이드'를 통해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이부진 제일모직 부사장 간 '윈-윈 전략'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업 양도는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은 소재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한편 이 부사장의 삼성에버랜드는 그동안 내공을 쌓아온 테마파크와 골프장 운영 등의 축적된 기술을 활용해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에서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확장은 지분 25%를 보유한 이재용 회장의 후계 승계 구도 굳히기에도 한몫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삼성 계열사 사업 구조 재편은 단순한 계열사 지각변동을 넘어 삼성가의 경영권 승계에도 밀접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견해다.

반면 제일모직의 최근 주력 사업 변화를 보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이게 된다.

제일모직은 1954년 설립돼 직물사업을 시작한 이래 1980년대에는 패션사업, 1990년대에는 케미칼사업에 
진출했으며,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 합병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에 집중해왔다.

2012년 현재 소재사업은 회사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제일모직은 또한 지난 8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

앞으로도 제일모직은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OLED 분야는 물론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영업양도가 미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의 일종의 '윈-윈 전략'이다.

그 동안 소재사업과 패션사업간의 시너지가 부족해 제일모직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업 양도에 따라 제일모직의 사명 변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일모직 박종우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주화 패션사업총괄사장은 "패션은 무엇보다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다.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001300)은 이날 발표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4.78% 오른 9만6천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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