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고 ‘자산은닉처’로 악용
대여금고 ‘자산은닉처’로 악용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3.08.26
  • 호수 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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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은행 대여금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비자금 창구’로 알려지면서 자산 은닉처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는 “대여금고 하나를 5만원권으로 가득 채우면 3억원이 들어간다. 한 사람이 10개만 빌리면 30억원이 순식간에 금융망에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문서나 귀중품이 있다면 대여금고에 보관하는 게 가장 안전하지만 범죄 목적으로 대여금고를 이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대여금고의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본인 신분증만 갖고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 신청서 한장만 작성하면 그날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보통 보증금 4만∼50만원, 수수료 1만∼5만원을 내면 빌릴 수 있다. VIP 고객들에게는 무상 대여한다. 대여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은행들은 주로 우수고객(VIP) 전용 창구에서 대여금고 업무를 취급하지만, 일반 창구에서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영업점에 대여금고가 비치돼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여금고가 있는 영업점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대여금고는 원칙적으로 해당 은행 고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일부 은행이나 영업점에 따라 거래 기여도가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우선 대여해준다. A은행 관계자는 “대여금고 이용자에 대한 자격요건은 없지만 신청서를 바탕으로 해당 영업점의 판단에 따라 이용자를 선별한다”면서 “대여금고가 부족할 경우 VIP 고객 등에게 우선 제공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임대보증금과 이용수수료를 내야했지만 최근에는 이용수수료를 폐지한 은행들도 있다.
대여금고의 임대기간은 은행별로 다르지만 통상 1년 또는 3년 계약을 맺은 뒤 1년씩 연장할 수 있다. 1인 1금고 원칙이 기본이지만, 고객에 따라서는 몇 개의 금고를 빌릴 수도 있다. 일부 은행은 설, 추석 등 명절이나 휴가철에 무료로 대여금고를 빌려주기도 한다.
대여금고는 장기 여행자, 개인사업자도 많이 이용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통장이 너무 많아 갖고 다니기 번거로울 때 대여금고를 이용하는 고객도 있다. 진짜 부자들은 집에서 개인금고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대여자가 사망했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여금고는 강제로 문이 열리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여금고는 명의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내용물이 공개된다. 현금이나 귀금속 외에 각종 증서, 부모님의 유품, 온갖 서류 등 중요한 품목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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