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항소심 선고 '위험하다'
최태원 SK회장 항소심 선고 '위험하다'
  • 정승옥 기자
  • 승인 2013.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회장 형제, SK사태 핵심 김원홍 씨와 거리두기...대만 경찰에 체포 국내 송환 초읽기

[한국증권신문 정승옥 기자] 최태원(52) SK그룹 회장의 횡령 혐의 재판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최태원 회장 형제가 거리두기에 나선 SK사건의 중요 당사자인 김원홍(기소중지 상태) SK해운 전 고문이 도피 2년여 만에 해외에서 체포됐기 때문.

검찰에 의해 기소중지되어 해외에 머물고 있던 김 씨가 31일 대만 현지 경찰에 체포되어 한국송환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씨의 체포는 오는 9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최 회장의 판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SK사건 키맨인 김씨가 체포된 이상 선고는 자연스럽게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 회장과 최재원(49) SK그룹 수석부회장의 범행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최회장의 선물옵션투자를 관리해 왔다.

SK사건 핵심인사...최회장 형제 선물옵션 투자 담당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올해 1월 기소됐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를 통해 김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김 씨는 최 회장과 최 부회장 측이 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재판장도 지난달 11일 공판에서 "김원홍의 됨됨이가 어떤가는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는 "(김원홍은) 단순한 투자 에이전트가 아니다"면서 "최재원 부회장은 거의 복종할 정도"라고 했다.

재판과정에서 김씨와 최회장 형제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3인이 어떤 관계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일각에선 김 씨가 SK해운 고문을 지낸 무속인이라는 소문까지 났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과정에서 최 부회장이 최근까지 김씨를 계속 만나온 사실이 공개됐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공판에서 "한 달에 한 두 차례 만났다. 지난주 금요일에도 대만에 가서 김 전 고문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반면 최 회장은 "김씨와의 모든 관계가 단절됐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 항소심 선고 앞두고 김씨와 거리두기

김씨와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당초 김씨가 관리한 펀드가 전략적 펀드라고 주장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최회장 측은  "김씨한데 홀려 당했다"면서 김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와 거리두기는 변호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소심 막바지인 지난달 16일 이공현 법무법인 지평변호사(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최 회장의 변호사로 선임됐다. 전략적 펀드라고 주장했던 당초 진술이 재판에 불리하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로 전략에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2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회장 변호인인 이 변호사는 “실타래가 헝클어졌으니 원점에서 시작하려 한다”며 “이 펀드가 SK그룹의 전략적 펀드였다는 주장과 김원홍과 최 회장 간 녹취록의 증거신청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2008년 10월경 김원홍의 종용에 따라 최태원 피고인이 펀드 구성을 주도했다”면서 "하지만 피고인이 선지급된 펀드 돈이 김원홍으로 간 사실을 알았거나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SK텔레콤, SKC&C 등 계열사들이 2008년 10월 부터 12월까지 베넥스가 만들려던 펀드에 투자한 것을 관여했다. 정식 펀드 결성 전 선입금된 돈 중 450억원이 김준홍 전 베네스 대표이사 계좌를 거쳐 김씨에게 흘러 들어간 것을 몰랐다는 주장이다.

한편, 최 회장도 피고인 신문에서 "처음부터 김 씨의 권유에 의해 그리됐다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김 씨를 드러내는 게 부끄러운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10년 동안) 그 사람만 믿고 신뢰해 왔는데 돌이켜 보면 사기 밖에 안 남아서 인간적인 배신을 느낀다"고 했다.

최회장은 김씨를 1998년 손길승(현 SK텔레콤 고문)의 소개로 알게 됐다. 2005년 이후 선물 투자를 맡겨 지금까지 6000억원 정도를 회수하지 못했다고 했다.

SK키맨 김씨의 한국행 "어떤 결과가?"

SK재판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최 회장 형제는 그간 재판을 통해 김씨와의 관계에 대한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의 진술에 따라 최 회장 형제에 선고도 달라질 것이다.

최회장 형제의 거리두기에 김씨가 반격으로 나설 경우 SK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빠져들 수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서초동 검찰청 주변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SK 임직원의 관심은 항소심 선고가 있는 9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최 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오는 9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6년,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SK사태의 핵심 관련자인 김씨가 전격 체포되어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최 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일각에선 "최회장 형제가 거리두기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모든 총대를 메야 할 것이라는 불안 등이다. 2년 가까이 해외에서 머물고 있던 김씨가 체포된 것도 의도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어떤 입장을 보일까에 최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9일로 예정된 재판 선고기일이 연기되고 변론이 재개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아무튼 SK로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