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닮은 듯 다른’ 장세주 회장과 정몽원 회장의 ‘계열사 구하기’
[기자의눈]‘닮은 듯 다른’ 장세주 회장과 정몽원 회장의 ‘계열사 구하기’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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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과 한라그룹의 계열사 구하기가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얼마 전 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 등의 유상증자에 잇따라 참여해 계열사 지원에 나서는 등 두 그룹이 최근 계열사 지원이 한창인 것.

동국제강그룹 내 주력회사 중 한곳으로, 철강업체 동국제강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의 회사이자 장세주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사장이 경영하는 국내 최대 표면처리강판 전문 업체 유니온스틸은 지난 10일 종속회사인 국제종합기계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국제종합기계는 동국제강이 지난 1986년 국제그룹 해체 당시 인수한 농기계 제조 및 생산 전문 업체다.

유니온스틸은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유상증자 및 출자전환 참여를 목적으로 계열사인 국제종합기계를 상대로 220억원 규모의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440만주)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자기자본대비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때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60억 원 정도를 출자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국제강과 총수(오너)가 집적 나서 계열사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장세주 회장과 유니온스틸이 지원에 나선 회사가 지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

국제종합기계는 지난달 25일부로 100% 감자를 단행했다. 이렇게 국제종합기계가 지분 전량에 대해 감자를 결정한 배경은 단순하다. 최근 적자에 허덕이다 자기자본을 훌쩍 넘는 부채 1788억원 등 적자에 허덕이다 본전마저 까먹고 결국 자본총액은 -102억원의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있다.

이 결과, 이러한 리스크를 해당 계열사는 물론 다른 계열사까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종합기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유니온코팅이 이번 감자 결정에 따라 자기 자본을 뛰어 넘는 135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소각하게 돼 ‘리스크 도미노’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국제강은 지난 2009년 11월 인수한 신규법인 설립한 시설물 유지관리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계열사 페럼인프라가 지난 1월 실시한 1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동국제강 외에도 유니온스틸, 인터지스 등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2010년 11월 동국제강은 계열사인 페럼인프라에 유상증자 참여를 목적으로 591억8000만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동국제강의 또 다른 계열사인 DK아즈텍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 동국제강이 인수한 DK아즈텍은 최근 업황 부진으로 2011년에 이어 지난해 208억원의 순손실 여파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3월,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각각 20 대 1 감자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 6월에도 동국제강과 인터지스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했다. 모두 그룹 내 관계회사를 통해서다.

또한 DK아즈텍은 비슷한 목적(운영자금 마련)으 110억 원 규모의 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이를 그룹 내 관계사로 작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던 또 다른 동국제강 계열사인 DK유아이엘이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도 DK유아이엘은 계열사인 아즈텍에 1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를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동국제강은 최근 잇따라 자금난에 허덕이는 계열사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지원에 나서 일부에서는 본업인 철강 업계 사정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에는 신용도 위험 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게 사실이다.

동국제강과 함께 재계에서 최근 계열사 지원이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이 또 있다. 바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 회장은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는 계열사 구하기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정 회장의 계열사 지원을 두고 일부에서는 ‘부실 계열사 지원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하는 등 논란도 야기됐다. (7월 1일 보도 내용 포함)

한라건설은 올해 4월 12일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총 3435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정몽원 회장이 50억원, 마이스터가 3385억원을 각각 인수하기로 했다. 이날 마이스터는 유상증자 참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37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마이스터 지분 100%를 보유한 만도가 모두 사들였다.

만도는 당시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만도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라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마이스터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는 동국제강의 계열사 지원과 다소 차이가 있다.

만도의 자회사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 시장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라그룹의 우량 계열사인 만도가 어려움에 처한 계열사를 우회적으로 지원한 데 대해 주주나 소액주주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이러자 정 회장은 지난 5월 15일 “앞으로 한라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및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비관적인 게 사실.

이와 관련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당시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논의가 한창인 그룹 내 순환출자(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 고리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분석하며 “모회사 재무부담 떠안아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만도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최근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피해 그리고 법률 위반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재무상태가 양호한 만도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대규모 자금을 지원키로 한 한라건설은 최근 국내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556%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한라건설은 골프장 등 매각 및 채권 회수 등을 통해 2250억원 등 총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정 회장도 한라I&C 주식을 무상 출연하는 방식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몽원 회장은 마이스터 등의 유상증자가 끝난 후 책임경영 일환으로 만도 자사주 매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만도의 최대주주는 19.99% 지분을 보유한 한라건설이고, 한라건설의 최대주주는 24.28%를 보유한 정몽원 회장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이러한 계열사 지원이 '책임경영 일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업황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대해 총수(오너)가 솔선수범해 '위기극복'내지 '회생'을 도모하려는 취지일 뿐 다른 어떤 이유는 없다는 것.

이처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정 회장의 한라그룹은 이러한 계열사 지원, 내지 구하기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책임 경영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이들의 피나는(?) 노력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온프 경제지 한국증권신문(www.ksdaily.co.kr) / 인터넷 스탁데일리(www.stockdaily.net)/ 월간 CEO 플러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bodo@k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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