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전인, 2003년 10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LG카드의 부실채권 문제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몇몇 있기는 했지만, 거래가는 2만원대를 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신용카드업 ‘비중축소’를 외치며 적정가 ‘5960원’을 제시한 파격적인 보고서가 등장했다.
‘아직 버블(Bubble)의 끝을 보지 못했다’는 제목의 보고서는 ‘발표되는 카드사의 연체율보다 실제 부실채권 규모는 훨씬 크다’라고 지적. ‘향후 1년간 적자는 지속 될 것이며, 현재 카드주는 고평가 되어있다.
LG카드의 적정 주가는 5950원이다’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받아든 한 매니저는 “오자가 나 ‘만원’단위가 빠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보고서가 나간 이후, 실제 LG카드의 주가는 1만원선 아래로 뚝 떨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주인공은 세종증권의 김욱래 선임연구원.
그러나 그는 “담당 업종 애널리스트가 ‘비중축소’ 의견 제시로 알려지는 것은 자랑할 일도 주목받을 일도 아니다”라며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다만 “주목하는 지표들의 변화를 눈여겨보던 중, 시장의 낙관론에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 부실 문제는 산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중요한 요인이고, 카드 산업의 부실은 은행권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의견’을 제시한 것 뿐”이라며 아직 경험이 짧은 ‘신입’의 ‘열정’과 ‘솔직함’을 봐달라고 전했다.
그가 맡고 있는 업종은 은행·보험·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업이다. 금융업은 대표적으로 오랜 분석경력과 경험을 가진 노장(?)이 대거 몰려있는 산업이다.
더욱이 산업규모도 크고, 시장 반응도 예민해 노장들도 신중을 기울이는 산업이다. 반면, 김욱래 선임은 금융업종을 맡은지 이제 만 2년이 되는 ‘금융업종의 막내’다.
그 또한 ‘힘들었다’는 첫말과 함께 “99년 세종증권에 입사해 투자전략을 담당했는데, 금융업종을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관심이 있어 하겠다고 나섰지만 보수적인 시장은 쉽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 이끌어줄 선배도 없이, 산업에 대한 경험도 없이 ‘시작’은 막막했다”고 털어놓았다.
1년간 독하게 마음먹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정리(?)하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업종에만 매달린 그는 저녁자리·술자리도 관련 업종 사람들을 만나, 사적으로 공적으로 ‘정보’를 얻어내고, 배우고, 분석하고 또 분석하며 자신의 자리를 넓혔다고 한다.
“똑같은 자료를 누구는 받고, 나는 받지 못했을 때, 바로 받아 내야 직성이 풀렸다. 꼬치꼬치 캐물으며 귀찮게 했던 나를 IR담당자들은 ‘건방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함께 한다.
그래도 그는 지금의 일이 ‘재미있다’며 “회사 선배들 모두 가족처럼 편하게 대해주고, 업종 내 선배들도 많은 도움을 준다. 꾸준히 배워, 항상 열심히 하는 애널리스트, 솔직하고 신뢰할만한 애널리스트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덧붙여 “사실 체중이 늘어, 운동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체력’이 큰 무기가 된다. 시간을 내 운동하는 것이 힘들지만 체력도 든든히 할 것”이라고 전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LG카드 보고서 때문에 나를 ‘비관론자’로 오인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나는 낙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구은행과 신한지주의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한 최근 보고서를 눈여겨 봐 달라”는 말을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증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