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단 사고, 왜 하필 지금...
대기업 잇단 사고, 왜 하필 지금...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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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하이닉스 등 사고, 해빙기와 정권교체기 맞물려 더 주목

‘새고 터지고 뚫리고’ 최근 삼성전자, 포스코, LG실트론,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 가스 누출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산업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이들 기업들의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은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기업들로, 업계 내에서도 선도 기업을 자처하며 어떤 기업들보다 최첨단 시스템을 자랑하는 대기업인 터라 이번 사고는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안전에 더 만전을 기해야할 정교교체기, 해빙기에 터진 잇단 사고라 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28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는 지난 22일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공장과 LG실트론 경북 구미 공장에서 또 다시 맹독 물질인 염소가스와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동종 업계서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점은 단순한 유독물질 누출 사고 문제를 넘어 안전 불감증 차원의 인재로 봐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 전반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그만큼 이들 기업의 산업 안전에 대한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의 경우 '글로벌 기업'을 자처하는 삼성에서 발생한 사고하 더 큰 충격파를 던져줬다.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가 인재에 가깝다는 보고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삼성전자 공장에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화학물질중앙공급실 등에 독성물질을 안전하게 회수 또는 중화할 수 있는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등 엉터리 관리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4부터 25일까지 21일간 삼성전자(주) 화성공장에 대해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주) 화성공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1,934건을 위반하는 등 총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번 감독결과 적발된 법 위반 1,934건 중 712건에 대해서는 사업주를 사법처리(형사입건)키로 하고, 143건(2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개선이 필요한 1,904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다.

주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으로는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화학물질중앙공급실 등에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여 유해화학물질 누출 시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크고, 일부 장소에서는 해당 유해물질로부터 근로자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보호구를 지급. 사용하는 등의 보건조치도 소홀히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해. 위험성이 큰 가스공급실 및 화학물질중앙공급실 등을 협력업체에 도급을 주어 관리하고 있음에도 환경안전팀 직원 1명이 82개 협력업체를 관리하면서 안전보건협의체 회의 등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소배기시설 등 주요 설비. 구조부분을 설치 또는 변경하면서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설치하기도 하였으며 수소정제기실내 스프링클러에 대해 변경관리를 하지 않는 등 공정안전보고서의 내용을 준수하지 아니한 부분도 있었다. 이처럼 삼성정자의 안전보건 관리에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3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월5일 보도 내용)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고 이후 산업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더니 결국 비슷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22일 오전 10시쯤 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 1공장 1층 M8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라인에서 노후배관 정기 보강공사를 하던 중 배관 매듭 사이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량이었지만 지난 구미공단 사고 등의 학습효과가 있던 탓에 충격이 컸던 게 사실. 더 큰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사고가 난지 네 시간여가 지나서야 경찰 등에 신고를 해 은폐의혹이 불거진 것. 이에 SK하이닉스 측은 인명피해도 등은 물론 정기 안전검사 시에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 신고가 늦어졌다는 해명이지만 일부에서는 염소라는 특성과 다른 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즉시 신고’ 사고 대응 매뉴얼을 들어 이유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발생한 LG실트론 사고도 마찬가지. 지난 2일 화학물질 누출사고를 일으킨 LG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또 다시 폐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것. 이 사고는 불산과 질산 등이 혼합된 물질이 미량 누출됐지만 다행히 별 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국내 산업계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앞서 지난 13일 발생했다. 이날 밤,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 내 대림산업화학공장 폴리에틸렌 저장시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의 사망자를 포함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대림산업 여수 공장에서도 작년 6월 비슷한 폭발이 있었다는 것.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 인재 논란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어 지난 22일 저녁 경북 포항시 동촌동 포항제철소 내에 있는 파이넥스1 공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긴장케 했다. 이 역시 문제는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이 대목에서도 포스코는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대형사고는 반도체, 철강 업계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계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20일 오후 발생한 방송사 및 일부 금융사의 전산망 마비 사태가 그것. 특히 이날 사고가 발생했던 농협 등 금융사들은 전산망 분리 작업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른 금융사도 이날 비슷한 해킹 침입이 있었지만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농협의 경우 지난 2011년 전산마비 해킹 사고를 겪은 전력도 있다.

이처럼 최근 산업계, 특히 최첨단 시설과 시스템을 자랑하는 일부 대기업들의 사고는 단순 사고라기보다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라는 지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에 감독기관인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기업 자체적으로도 산업안전 시스템 등을 다시 점검하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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