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불’인 줄 알았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차명계좌 의혹’ 재부상
‘꺼진불’인 줄 알았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차명계좌 의혹’ 재부상
  • 박종준 기자
  • 승인 20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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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차명계좌 의혹 불거져...금감원 “사실관계 알아보고 있는 중”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가 이전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라 전 회장 관련 의혹은 23일 <한겨레>가 신한금융지주 내부 문건을 입수, 인용해 라 전 회장이 지난 2010년 8월 금감원이 발표한 차명계좌 많은 수와 액수의 차명계좌를 통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라응찬 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인 지난 1998년부터 지인 2명과 차남의 동업자, 재일동포 주주 4명, 신한증권 임원 출신 등 친인척 9명 등 총 23명의 이름으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2008년까지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했다.

문제는 이번에 제기된 차명계좌 규모가 지난 2010년 8월 당시, 금감원이 신한은행 종합검사를 통해 라 전 회장이 6명(4명은 일본 국적 주주)의 차명계좌를 적발,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라 회장에 대해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

이번에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라 전 회장이 23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자사주를 매매하고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특히 이번에 제기된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는 공시법위반 여부 등은 물론 그 자체로 임팩트(폭발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어서 금융당국의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금감원 측은 신중한 입장을 표시하는 한편 조사에 돌입했다.

24일 박세춘 금감원 일반은행검사 국장은 “2010년 종합 검사 당시 종합적인 조사를 통해 이 중 일본인 주주 4명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된 차명계좌의 위법성이 확인돼 조치한 것인데, 이번에 제기된 차명계좌가 당시 우리가 조사했던 계좌 중 일부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아직까지 확인이 안 된 상태”라면서 “현재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 측도 “(이번에 제기된 의혹은)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이라면서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차명계좌와 관련 “금융당국이 이미 지난 2010년 조사를 통해 6명의 차명계좌가 확인돼 처분을 받은 것인데 이제와 다시 거론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또한 이전 드러난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아들들에게 전달한 46억원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증여세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제기된 내부문건과 관련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게 아니라 전임 경영진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라 확인도 쉽지 않다”면서도 “만약 회사 차원으로 진행했다면 금융당국 등의 조사에서 응당한 처분을 받았을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법적으로 마무리된 전임 경영진 문제로 또 다시 신한금융지주가 고객들로부터 불신을 살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한금융지주 측은 이번 의혹 제기가 “지난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쪽에서 흘린 것 아니겠느냐”며 신상훈 전 사장 쪽에 의심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안은 금융산업의 발전은 물론 공정사회의 실현을 위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라응찬 전 회장의 불법행위 의혹은 물론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정당국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 조치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에 다시 불거진 라응찬 전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의혹)는 2010년 9월 2일, 신한은행이 당시 현직 경영진이었던 신상훈 신한금융그룹 사장을 횡령, 배임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이는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건으로 신한금융은 큰 홍역을 치렀다.

같은 해 9월 13일, 시민단체들은 라응찬 회장이 2007년 3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50억원을 송금하는 등 금융거래실명제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단초가 돼 10월 7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라응찬 회장에 대해 ‘업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처분을 내렸고, 결국 10월 13일 라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전까지 라 전 회장은 회장직을 4번이나 연임하는 등 19년 동안 신한금융지주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지주 사장 등을 배임·횡령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간 권력투쟁이 이른바 ‘신한 사태’로 비화됐다.

이후 고소 건과 관련 2010년 12월, 라응찬 전 회장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설범식)는 지난 16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에 대해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수수한 8억원 중 2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을 일부 인정,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를 계기로 2년여 동안 법정공방을 벌여온 ‘신한사태’가 일단락되는가 싶었으나 이번 의혹 제기에 따른 금융당국 추가조사 조사 결과에 따라 앞으로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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