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 창업주 "부자는 천국에 갈수 있을까?"
이병철 삼성 창업주 "부자는 천국에 갈수 있을까?"
  • 조경호 기자
  • 승인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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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탁데일리_한국증권신문 조경호 기자]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걸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다. 부자는 악인(惡人)이란 말인가?”
고(故)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주는 타계하기 한 달 전에 박희몽(1924~1988)절두산성당 신부에게 전해진 질문이다. A4용지 다섯 장 분량에 24개 질문을 담아 인관과 종교에 대한 질문을 했다.
부와 명예, 권력을 손에 쥔 그도 죽음 앞에선 인간적 고뇌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창업주는 명당(明當)애호가이다. 그가 생존했을 때 지은 모든 집터와 사무실 건물, 공장부지는 철저하게 풍수원리에 입각하여 명당을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묻힌 선영도 명당 중의 명당이다. ‘생거진천, 사후용인’이란 전설처럼 용인은 명당이 많다. 이 창업주의 선영은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가실리 호암미술관 우측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운을 북돋아주는 생기혈이 응축된 자리다. 명당에 집을 지으면 좋은 일이 생기고, 묘를 쓰면 후손들이 발복한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월) 이 창업주의 25주년 추모식에 재산분쟁 중인 삼성과 CJ가 둘로 쪼개지면서 명당의 카리스마에 흠집이 났다.

<삼성vsCJ 둘로 쪼개진 추모식>
이날 오전 11시께 이건희 회장 등 삼성 측은 용인 선영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건희 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일가와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사장단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조동길 한솔그룹회장 등 사장단 20여명이 선영을 찾아 추모식을 가졌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옥과 출입문 사용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던 이재현 CJ회장도 불참했다. 대신 이재현 회장이 제주(祭主)가 되어 필동의 CJ인재원에서 제사를 지냈다. 제사엔 이회장이 불참했다. 홍라희 관장, 이서현 부사장, 김재열 사장 등 삼성측 인사와 이명희 신세계회장, 정용진 신세계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들이 참석했다.
결국, 창업주의 추모식 날에 삼촌과 장조카가 해묵은 감정을 폭발했다. 둘로 깨진 것이다. 향후 이 회장은 선영에서 추모식을, 이재현 회장은 인재원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형제간의 갈등에서 시작된 숙부와 조카간의 대립으로 기일과 명절 때마다 지하에 있는 이 창업주가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용인과 서울을 오가며 후손들의 정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 기업을 일구기 위해 바쁘게 뛰었던 이 창업주는 사후에도 편히 쉬지 못할 상황이 된 셈이다.
명당인 용인이 후손들에 갈등에 진원지가 된 것이다. 이날을 계기로 삼성·CJ·신세계·한솔그룹 등 범(汎)삼성가 그룹들이 참석해 치러졌던 이 창업주의 추모식은 둘로 갈리게 된 것이다. 이 사태는 상속 소송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온 선대 회장의 주식 중 상속분을 달라며 올 2월 소송을 냈다.
“선대회장이 차명주주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이건희가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2008년 12월 31일에 자신의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 상속인의 권리를 침해 한 것이니, 법정상속분을 반환하라. 또 선대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한 삼성전자 주식 역시 이건희가 이 같은 방식을 취했다. 삼성전자 차명주식의 실체가 불문명하지만 우선 보통주10주, 우선주 10주를 달라. 또 이건희가 이들 회사(섬성생명, 삼성전자)로부터 지급받은 배당금을 돌려달라”(소장내용의 일부)
소송 금액은 7100억원대이다. 이 일로 이 회장은 감정이 매우 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양측의 갈등은 심해졌다. 유산상속, 회장 미행 의혹 등으로 내내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추모식을 앞두고 어느 문으로 들어가느냐를 두고 양측의 신경전을 고조됐다.
추모식을 앞두고 삼성 호암재단은 CJ 등 범삼성가에 추모식에서 지킬 사항을 통보했다.
호암재단의 통보 내용은 △가족행사는 없음 △오전 10시30분~오후 1시 삼성그룹 참배 △타 그룹은 오후 1시 이후 자유롭게 방문 △정문 출입 불가 △선영 내 한옥(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 사용 불가 등이다.
CJ가 즉각 반발했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이맹희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장손이다. 그가 장손역할을 못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71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의 전 회장은 한때 삼성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이 창업주 눈 밖에 나면서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후 그룹경영은 삼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승계됐다. 87년 이 창업주가 사망했을 당시 영정을 들었던 것도 이재현 CJ회장이었다. 또 이창업주의 부인 박두을 여사가 사망 직전까지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집에 머물렀다.
이것은 이 창업주가 경영권을 삼남에게 넘겼지만, ‘삼성가 장손’이라는 상징성까지 넘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점은 삼성과 CJ사이에 오랜 갈등에 변수가 됐다.
CJ(당시 제일제당)는 1993년 삼성에서 분리됐다. 이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당시 CJ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지분 11.3%보유)이었다. 이재현 회장의 모친 손복남 여사는 자신이 가진 삼성화제 지분(18%)를 매각해 CJ의 지분을 매입했다. 반면 이 회장은 CJ지분을 매각했다. 이것으로 분리를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94년 10월, 이건희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재무통인 이학수 비서실차장을 CJ 대표이사로 내려 보냈다. 이재현 회장 측에 반발이 거셌다. 후일 이 갈등은 이재현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에 대한 비디오 감시사건으로 불거지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CJ측에선 “이학수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대리인으로 제일제당이 소유한 부동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을 정리하게 파견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사장은 곧바로 삼성화재로 복귀했다.
결과는 실패했지만 이건희 회장이 가장 신뢰하던 가신인 이학수 사장을 CJ에 투입했다는 것만 봐도 이 회장의 가장 큰 두통거리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었던 셈이다.

<이맹희-이건희 감정의 골 깊어>
양측에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는가는 이번 소송전에서 보여준 설전만 봐도 알 수 있다. .
지난 4월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은 소송을 제기한 이후 “한 푼도 안 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이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이 회장은 “이맹희 씨는 이미 우리 집에서는 퇴출당한 양반”이라며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라고 그러지만,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양반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하고,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했다. 청와대 그 시절에 박정희대통령한테 고발했던 양반”이라며 “이 사람이 우리 집에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아버지는 맹희는 완전히 내자식이 아니다고 했다. 이명희씨는 감희 나보고 ‘건희 건희‘할 상대가 안 된다. 날 쳐다보지도 못했던 양반이다. 지금도 아마 그럴거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거친 입 싸움에 국내외 여론은 대기업집단 형제간에 재산을 놓고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역타임즈는 “ ‘막장드라마(Soep Drama)로 번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일주일 여 만에 이 회장은 여론을 의식해 막말 공방이 오너리스크로 번질 것을 우려해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이 됐다.
삼성가의 진흙탕 싸움에 정작 본인들보다 부담스러운 건 오히려 국민들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었다. 세계 어딜 나가도 삼성제품과 광고판을 만날 수 있다. 기술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표시한 'Made in KOREA'는 삼성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 삼성에서 재산싸움, 막말에 이어 추모식 소란까지 ‘막장드라마’보다 못한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과 CJ는 그간 재산 소송 등으로 생긴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글로벌경제를 향한 파트너로서 한국경제를 위해 다시 한번 도약하길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이것은 삼성을 일군 이 창업주의 ‘산업보국’경영철학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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