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빈축과 함께 중소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대기업의 절반수준도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10일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가 대기업(26.3%), 공공기관(34.9%), 중소기업(38.8%) 등 국내 327개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한 '기업 사회공헌 활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민간기업의 사회공헌 비용은 평균 63억8700만원으로 공공기관(16억8700만원) 보다 4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용 비중을 따져보면 공공기관이 0.14%로 민간기업(0.07%) 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일인당 사회공헌 비용도 민간기업(11.8시간)에 비해 공공기관(12.8시간)이 많았다.
전문적인 활동이 미미한 수준… 대 중소기업간 격차 확연히 드러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의 관심과 참여도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와 경영진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과 ‘단합’ 등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지나치게 편중된 사회공헌 활동은 오히려 기업 이미지의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 다분하다. 또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CEO의 관심과 참여도의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직원 참여도와 체계적인 활동 추진 비율도 각각 10%, 3%에 그쳤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기업문화조차 체계적으로 자리잡히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많은 실정에서 중소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라 말하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못지않게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과 제도적 뒷받침, 전문 프로그램, 우선적으로 체계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 만들어 가는 게 핵심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기조발제자로 나선 기업사회공헌촉진위원회(CECP· Committee Encouraging Corporate Philanthropy) 마거릿 코디(Margaret Coady) 위원장은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은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해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그런 기업은 설사 직원을 해고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고객들로부터 더 큰 성장과 재기를 위한 진통이라고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레슬리 렌코우스키(Leslie Lenkowsky) 교수(미국 인디아나대학)는 "기업 사회공헌은 비즈니스 전략과 통합되는 추세"라며 "수익성이 높으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혁신적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한다"며, "사회공헌 활동 수요처와 파급효과를 분석해 공공영역이나 다른 기관이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가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존경받는 기업엔 혁신적 사회공헌활동을 직접 챙기는 CEO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자발적 참여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사장 역시 이 날 콘퍼런스 자리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은 단순히 ‘착한 기업’이 하는 일을 뜻하지 않으며, 하나의 혁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정유회사 에쓰오일은 올해 국제 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저소득가정 어린이 100명을 초청, 강원 화천군 비무장지대(DMZ) 내 토고미마을에서 여름방학 생태체험 캠프를 열었으며,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북돋고 장애 청소년에게 음악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이뤄진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를 4년째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금융권에서는 노사가 내년도 임금 3% 인상에 합의해 이 중 0.3%는 대학생 무이자 학자금 대출 등 사회 공헌 활동에 기부하기로 했다.
최근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는 한국은행의 경우 기부금 예산이 반토막이며, 장애인 채용은 작년 아예 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한국은행은 기부금 예산 규모가 2008년 1억800만원에 달했지만 2009년 9천400만원, 2010년 6천600만원에 이어 지난해엔 5천900만원으로 축소된 것을 두고 국내 제일의 연봉을 자랑하는 곳이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원색적 비난이 잇따랐다. 이를 두고 한국은행측 관계자는 “국민들의 혈세를 써가면서 사회공헌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하기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임금의 일부를 바탕으로 사회공헌에 앞장서려 한다”며 “장애인 채용 건에 대해서는 그들이 모두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된 것, 앞으로는 장애인 몫을 별도로 둘 계획이다”고 답변했다.
재능기부, 정기적 봉사활동, 수익금의 일부 사회환원 등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총액은 이미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평균 사회공헌활동 지출비용도 지난 2004년 이후 6년간 2.4배 증가한 수치를 보였지만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히 돈으로 기부나 후원을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는 않나 우려가 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국내의 기업들이 사회공헌이라는 의미를 단순히 돈으로 기부를 하거나 후원 하는 것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재능기부나 정기적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들을 자발적으로 근절하고자 하는 노력 등을 기울이고 있다”며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 쇄신이나 개혁을 위하고자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선 활동들을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