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잠재운 영구채(Perpetual Bond) 발행 성공”
“유동성 위기 잠재운 영구채(Perpetual Bond) 발행 성공”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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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두산 회장 의 도전

두산그룹이 국내 일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영구채(Perpetual Bond) 발행에 성공했다.

영구채는 형식은 일반 채권과 흡사하지만 내용면에서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기업의 신종 자금 조달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5일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달러 규모의 풋옵션 조건부 영구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했다고 7일 밝혔다. 발행 주간사로는 산업은행 외에 JP모간과 씨티은행이 참여했다.

이번에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채권은 만기 30년물이지만, 발행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실제로는 만기가 없는 영구채에 해당된다. 투자자들은 발행 이후 5년이 지나면 풋옵션(매입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채권 매입은 신용공여은행인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맡게 된다.

영구채의 발행금리는 3.328%로 결정됐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수요예측 당시 발행규모의 7배인 35억달러가 주문 접수돼 당초 목표금리인 3.5%보다 낮은 금리에 영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7월 5년만기 회사채를 금리 4.75%로 발행했다. 영구채 발행금리가 최근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1.4%포인트 이상 낮아져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부채 비율 축소 등 재무건전성을 크게 강화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동시에 대한항공 등 다른 기업도 추가 발행에 나서는 등 영구채가 국내 기업의 신종 자금 조달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구채 발행의 숨은 일등공신이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계획단계부터 관여하며 영구채 발행을 이끌어왔다.

박 회장은 “밥캣 인수에 대한 부채 우려를 해결하게 된다는 점에서 좋다”면서 "(영구채 발행으로)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 비율이 10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은 내년 사업계획에 대해 재무구조 혁신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도 세계 경제는 저성장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이라며 "우리의 사업계획은 재무구조 혁신 방안 등을 포함해 수립할 것"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시장 접근 방법론에 대해 "단순히 2차원적으로 보수나 혁신으로 구분할 수 없다"며 "(이번 영구채 발행 등과 같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회장은 "영구채 발행은 재무안전성 측면뿐 아니라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밥캣 인수로 끊임없이 제기되던 유동성 위기설이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완전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영구채 발행 성공으로 다른 기업도 잇따라 영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 등 국내 몇몇 기업이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현재 10여개 기업이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며 "두산의 성공으로 다른 그룹까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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