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기관이 한솔CSN 주식을 집중 매수하면서 증권가에 관심이 쏠리교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은 지난 5월 16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 방식으로 한솔CSN 지분 8.53%를 매집했다. 한솔CSN은 운송과 보관, 하역, 선적, 유통에 이르는 종합물류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3913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이다.
알리안츠의 한솔CSN 주식 매집에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이 회사가 한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솔그룹 지배구조는 '한솔CSN→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한솔CSN의 그룹 측 지분은 한솔EME(8.67%),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6.09%)., 한솔PNS(0.58%)로 총 15.34%에 불과하다. 개인 소액주주 비중은 70%이다.
알리안츠의 지분은 8.53%로 대주주인 한솔EME와 지분율 차이가 0.14%포인트 밖에 차이가 안 난다. 적대적 인수ㆍ합병(M&A)를 위해 약 7%의 지분만 추가 확보하면 경영권이 바뀔 수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현재 주가 기준 80억원 밖에 안 된다. 무엇보다 한솔CSN는 적대적 M&A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적대적 M&A를 시도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한솔CSN가 자사주 물량이 전무하다. 주주 대부분이 개인 소액주주이다. 특히 M&A가 시도되면 백기사 역할을 해줄 큰 주주가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알리안츠의 한솔VSN주식 매집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따로 있다. 이 회사가 그룹의 지배구조 쟁점에 서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한솔제지 등 그룹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룹의 주력기업인 한솔제지는 한솔CSN(8.07%), 이인희 창업주 부부(3.58%), 조동길 회장(3.34%), 한솔케미칼 (2.47%), 한솔문화재단(0.31%)이다. 이는 한솔제지의 대주주인 한솔CSN의 최대주주가 바뀌면 한솔제지의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알리안츠는 한솔케미칼 지분 13.77%를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한솔그룹 측 지분(18.06%)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한솔케미칼은 알리안츠 외에도 KB투자증권(12.55%), 국민연금(9.53%) 등 소수의 기관투자가들에 지분이 집중돼 있다. 다만 한솔케미칼은 우리사주 조합이 지분 8.85%을 확보하고 있다. 한솔CSN에 비해 경영권 방어벽은 높은 편이다.
증권가에선 알리안츠가 M&A를 목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곳이 아니라 단순 투자 차원에서 한솔CSN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확보보다는 차익 실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솔CSN은 한솔제지, 아트원제지, 한솔홈데코 등 그룹 관계사는 물론 삼성그룹 8개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이들 그룹 관계사와 삼성 계열사 물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또 한솔케미칼은 중국 산시성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반도체 식각액을 전량 공급할 예정이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알리안츠 측은 "운용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면서 "국내 주식 투자에서 경영권까지 확보한 전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솔그룹 관계자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한솔CSN과 한솔케미칼은 성장하는 기업이라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