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연 `단위노동비용 통계`] 수출ㆍ투자 등 경제기반 무너진다
[노동연 `단위노동비용 통계`] 수출ㆍ투자 등 경제기반 무너진다
  • 한국증권신문
  • 승인 200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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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11일 기업설명회(IR)를 열면서 올해 임금인상폭이 작년 대비 `10% 증가에 불과`해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상반기 사상최대의 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인건비 추가 부담은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은 잘못된 것이 없어 보이지만 경쟁자인 도요타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려놓고도 기본급을 동결시켰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도요타 직원이라고 임금인상이 싫을까. 도요타는 세계 최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에 재투자하는 지혜를 도출했다고 봐야 한다. 11일 발표된 노동연구원의 단위노동비용 통계는 왜 우리 경제가 `뼈를 깎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3% 성장도 장담하지 못하는 저성장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경쟁국인 대만까지 임금 증가율을 억제해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을 마이너스 상태로 만들어 오는 동안 우리는 또 다시 `샴페인`을 터뜨려온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만 생산성 증가율보다 임금인상률이 높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출 시장에서 우리가 경쟁국들에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경쟁국에 비해 비싸게 가격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값싸게 수출하는 나라에 시장과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다. 과도한 임금인상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바로 투자 축소다. 인건비 비중이 과다한 상태에서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할 여력이 적어진다. 이익이 아무리 생겨도 나눠 써 버리면 투자를 할 수 있는 내부유보를 쌓을 수 없다. 빠뜨릴 수 없는 문제로 조직의 노령화를 들 수 있다. 해고가 자유롭지 못한 형편에서 기존 사원에게만 임금을 더 많이 주다 보니 신입사원을 뽑을 여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굳이 단위노동비용의 국제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의 임금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8.1%가 올랐다. 특히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난 4월 기준 5백인 이상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은 2백80만2천원으로 작년 4월보다 9.8%가 올랐다. 이에 비해 1백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백45만∼1백88만원 수준에 불과했고 전년 동기비 증가율도 5% 내외에 그쳤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우리 제조업의 임금수준이 중국의 13.4배(2001년 기준)에 달하며 86∼2001년 사이의 임금상승률도 11%(달러기준)로 중국(7.8%)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정태 경제조사본부장은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의 임금 통계를 보면 두번 놀란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률이 3%도 안되는 나라에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임금상승률에 한번 놀라고 대기업ㆍ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2배 가까운데 또 한번 놀란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단위노동비용이든 임금상승률이든 획기적으로 낮출 방법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경총 김 본부장도 "대기업 노조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큰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생각해 임금인상을 자제해 주는 성숙성을 보이는 방법밖에 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노동계가 `버티기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경험칙을 갖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친노조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에서 경영자들은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다. 결국 파업을 막기 위해 노조 요구대로 임금을 인상해줄 수밖에 없고 그 고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5.9%로 6년새 최고로 나타난 작년 단위노동비용증가율이 주는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이번 단위노동비용 통계는 또 재계가 최근 잇달아 제기하고 있는 산업공동화가 괜한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기도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생산성 증가보다 높은 임금인상이야말로 국내 기업이 좀더 유리한 조건을 찾아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현상의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에 대해 각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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