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런던 올림픽 ‘휴가’
재벌 총수 런던 올림픽 ‘휴가’
  • 장희부 기자
  • 승인 2012.08.07
  • 호수 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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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뚫고 스포츠마케팅‘활활’

올림픽은 스포츠마케팅의 경연장이다.

전 국민의 관심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만큼 홍보효과가 상상을 초월,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앞 다퉈 스포츠 마케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 총수들까지 가세, 다양한 올림픽 마케팅 활동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재계에 따르면 육상, 양궁, 핸드볼 등 올림픽 종목에 지원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런던에서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IOC위원)과 가족들은 지난달 28일 런던올림픽파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수영 400m 결승전을 관전하며 박태환 선수를 응원했다.

삼성은 계열사 삼성전자(마라톤·경보), 삼성생명(레슬링·탁구), 에스원(태권도), 삼성전기(배드민턴)를 통해 비인기 종목에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특히 레슬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 선수를 한 바 있기 때문. 이에 힘입어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아 비인기종목인 레슬링을 한국 금메달 밭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또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에는 IOC 위원이 됐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런던 현지에서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을 모두 관람하며 물심양면으로 대표팀을 지원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여 궁사들이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바로 정 부회장이 있는 관계자석이었다. 여 궁사들은 금메달을 딴 기쁨을 정 부회장과 부둥켜안고 함께 했다.

정 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에 이어 대한양궁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년간 대표팀에 총 47억3000만원을 후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림픽 이후 대표팀의 사기를 충분히 고려해 포상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5일 올림픽에 참가 중인 핸드볼 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출발했다. 최 회장은 2008년부터 비인기 종목인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현지에서 경기장 응원에 나서는 한편, 경기가 없는 날엔 선수들과 식사를 하며 사기를 북돋울 예정이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대표팀이 메달을 딸 경우, 추가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에 한국 선수단 전체의 선전을 기원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격려금 2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 회장과 SK그룹은 434억원을 기부해 전용경기장을 짓고, 핸드볼 발전재단도 만들었다.

최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도 최근 런던에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만나 “메달을 획득하면 대표팀에 격려금 1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SK의 계열사 SK텔레콤은 2007년 6월부터 국가대표 수영팀의 박태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또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우수선수 발굴과 선수들의 기량 향상 등 다양한 후원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화그룹은 사격 국가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한화는 사격연맹을 통해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5000만원, 지도자에게 30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편 한진그룹은 탁구와 박태환, 손연재 선수에 대해 후원하고 있다.

반면 LG는 이번 올림픽 스포츠 마케팅 특수를 사실상 포기하는 분위기다. 그룹 계열사인 LG전자가 올림픽 후원 기업이 아님에도 ‘런던올림픽을 LG 스마트 TV로 즐기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지적을 당해 움츠러든 모양새다.

문제는 국내 4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비인기 종목에 대한 후원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에어컨 광고모델로 리듬체조 국가대표 손연재 선수를 채용하고 있을 뿐 경기 단체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LG그룹이 인기 종목에만 지원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기업에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를 강요할 수 없지만, 이 부분도 사회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체육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기업들이 비인기 종목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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