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가 실점했으면 강판 시켜야”
“구원투수가 실점했으면 강판 시켜야”
  • 이정명 언론인
  • 승인 2012.07.31
  • 호수 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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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 전자 부회장 리더십 ‘적색경고’

LG전자, 경쟁사 삼성전자 대비 초라한 영업실적

TV부문 제외 IT부분 실적 악화…구 부회장 책임론

 

LG그룹(회장 구본무)이 위기다. LG전자(066570)등 IT계열사들의 2분기 실적이 기대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흑자기조는 유지하고 있으나 안정감보다는 여전히 곳곳에서 불안요소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LG전자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LG전자의 실적 악화로 위기에 내몰린 남용 전 부회장을 대신해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이렇다할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증권가에선 유럽의 경제위기와 아이폰 쇼크 파장이 계속되면서 LG전자의 영업이익 부진이 2분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전자의 하반기 실적악화 우려가 제기되자 개인투자자들은 “LG전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CEO의 경영 성적표는 실적이다. 실적하락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LG전자는 2010년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자 CEO를 교체하며 돌파구를 찾은 바 있다. 당시 LG의 대표적 전략가로 꼽히던 남용 부회장은 실적 악화를 책임지고 퇴진했다. 하지만 바통을 이어받은 구 부회장의 성적 또한 신통치 못하자 이에 따라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강판(降板)시켜야 한다는 것.

그러나 구 부회장의 퇴진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너 일가인 그는 구본무 회장의 둘째 동생으로써 구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LG전자 뉴저지법인 기획담당)차장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중간계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훨훨, LG 바닥 기고

LG전자의 위기는 상대적이다. 삼성전자가 잘 나가면서 LG전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25일 LG전자는 2분기 매출 12조 8천590억원, 영업이익 3천49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체 영업 이익률은 2.71%로 간신히 적자를 면한 수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은 10.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20% 늘었다. 영업이익이 증가하긴 했지만, 12조원대 매출을 내는 회사의 영업이익치고는 수익성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휴대전화 사업은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수익을 낸 것은 TV와 가전이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판매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005930)와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7조6000억원과 6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와 79% 늘어난 수치이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같은 LG전자의 위기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LG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LG전자 수익성 악화를 불러왔다는 것.

LG전자는 지난 분기 옵티머스 LTE의 선전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며 2분기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에 대한 기대심리와 함께 갤럭시노트가 스마트폰 수요를 흡수하면서 LG전자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034220)와 LG이노텍(011070)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두 기업의 LG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각각 25%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매출액은 6조9104억원, 영업손실액은 255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2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미국 민사소송 충당금으로 쌓으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도 LG디스플레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는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4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LG전자의 부진에 주요 거래처의 스마트폰 신제품 부재까지 겹치면서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358억원과 190억원을 기록했다. 매우 부진했던 작년 2분기보다 222% 늘어났다.

재계분석연구기관 ‘재계3.0’의 최명철 소장은 “LG전자가 경쟁사에 비해 실적이 부진한데는 IT산업의 패러다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IT산업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휴대폰 신화였던 블랙베리사가 몰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드웨어가 아닌 운영체제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LG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멀티OS전략과 함께 디자인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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