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혁신이다” 추구, 승계중심축엔 혁신 “NO”
“기본이 혁신이다” 추구, 승계중심축엔 혁신 “NO”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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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지배권 승계 방식 시리즈 <15> 대림그룹 ②

소유구조의 최상위대림코퍼레이션
경영승계의 중심축 대림아이엔에스

대림산업은 대림I&S라는 SI(system integration)업체를 통해 경영승계가 이뤄지고 있다. 모든 정보가 모이는 SI업체의 장악은 그룹 지배권 확보를 뜻한다. 계열사간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곳이 SI업체다. 우수한 SI업체는 재벌2·3세들의 경영기반이 됐다. 모기업 지원을 통한 안정적 경영실적을 토대로 경영능력을 검증 받기에도 부담이 없다. 경영2·3세가 그룹 지배권 확보를 통한 경영수업과 경영능력을 한꺼번에 해결하기에 적절한 곳이다.

반면 경영승계비리가 터지면 SI업체가 빠지지 않는다. 경영2·3세들의 경영권승계가 SI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보유한 대림I&S의 지분률은 89.69%에 달하며 대림산업에 대한 매출은 80% 이상이다. 이 때문에 사업기회유용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현재 공정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분승계>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승계

대림I&S

시스템통합(SI) 및 관리(SM), IT인프라서비스 및 건설산업정보화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준용 보유 지분은 2005년부터 확인된다. 2010년 10월 25일 이준용 지분 전량을 주당 35000원에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했다. 현재 이준용이 보유한 지분은 없다. 이준용은 2억1500만 원을 투자하여 연평균 46.55%의 수익률을 얻었다.

지난 10년간 계열사에 대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대림산업에 대한 매출이 7484억6200만 원이다. 2000년 33.26%였던 관계사 매출비중은 2010년 82.4%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즉 대림산업 등의 지원성거래로 대림I&S가 성장했고, 이러한 이익을 대림I&S의 주주인 지배주주 일가가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과 도심 내 상가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할 계획으로 회사채 600억 원을 발행했다. 지배주주 일가가 100% 보유한 대림I&S가 대림산업의 주요 사업인 건설업에 진출하는 것은 대림산업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

2세대에서 3세대로의 승계

대림코퍼레이션(대림H&L)

이해욱은 2008년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의 합병으로 32.12%의 지분을 확보했다. 2001년 대림H&L 설립 당시부터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합병으로 대림코퍼레이션 약 236만 주(합병비율 1:0.788)를 교부 받았다.

대림H&L은 해운중개 및 복합운송주선업을 영위하는 회사,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원재료 수입을 주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두 회사 모두 회사기회유용 사례에 해당된다.

대림코퍼레이션은 계열사에 대한 매입과 매출 모두 전체 매입과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대림H&L의 경우 합병 전인 2007년까지 계열사에 대한 매출이 총매출액의 평균 58%에 달했다.

결국 이해욱은 100% 보유한 대림H&L을 회사기회유용을 통해 성장시킨 뒤 대림코퍼레이션과의 합병을 통해 핵심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2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이므로, 이 합병으로 이해욱은 증여세 납부 없이 그룹 경영권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합병 과정에서 대림H&L의 매출액은 2000억 원, 대림코퍼레이션의 매출은 2조 원에 달했음에도 합병비율은 1:0.78에 불과해 합병비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림산업

이해욱 등이 보유한 대림산업 주식은 1997년 말부터 확인 가능하다. 이후 1999~2000년에 유상증자,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 수가 변동됐으며 이후에는 지분 변동이 없다. 대림산업에 7억700만 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주식가치는 192억2800만 원이다. 이해욱과 형제들은 모두 대림산업 주식보유를 통해 약 38%의 수익률을 얻었다.

대림I&S

이해욱은 대림I&S 주식 498,600주(49.86%)를 1999년 10월 계열사 서울증권으로부터 매입했다. 이해욱의 매입 후 그룹 차원에서 삼호가 보유한 대림I&S 주식 50만 주를 대림I&S에 자사주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대림I&S는 자사주를 소각해 이해욱이 100%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02년 아이씨티로를 합병해 계열사가 주식을 보유하게 됐으며, 2010년 이준용 등의 소유 주식을 대림I&S가 매입, 소각하여 지분에 변동이 있었다.

이해욱은 대림I&S에 91억9400만 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주식가치는 326억3900만 원이다. 이현욱은 대림I&S 주식 보유를 통해 연평균 43.05%의 수익률을 얻었다.

1999년 이해욱이 매입한 대림I&S의 주당 가격은 상속증여세법 평가에 따라 주당 3000원이었으며, 대림I&S가 삼호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한 가격은 주당 4315원이었다. 그러나 당시 대림I&S와 동일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중 규모가 비슷한 회사의 시가 및 장외가격은 35000~69000원 이었으며, 같은 시기 대림I&S가 발행하려고 한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은 4만~6만 원으로 평가됐다. 또한 대림I&S의 주당 순자산은 1999년 3423원, 2000년에는 11647 원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증권은 주당 3000원에 지배주주 가족에게 매각했으며, 서울증권과 삼호의 주식 매각으로 이해욱은 불과 15억 원을 투자하여 1999년 매출액 485억 원의 회사를 사실상 100% 소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서울증권과 삼호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하여 특수관계인을 지원했다고 판단, 대림산업 등에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과징금 48억 원을 부과했다.

그 밖에도 이준용의 수익률 분석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림I&S는 지원성거래와 회사기회유용의 문제도 있다.

삼호

이해욱은 2004년 장내매수를 통해 삼호 지분을 취득했으며, 2006년 유상증자에 출자했다. 삼호에 12억3200만 원을 투자했으며, 현재 주식가치는 8억6900만 원으로 현재까지 수익률은 -2.85%이다.

<경영권 승계>
이해욱

이해욱은 현재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자 대림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 부회장(비상근)이다. 27세인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했으며, 4년 뒤인 1999년 대림산업 구조조정실에 상무보로 임명됐다. 이후 2년 뒤 대림산업 상무 승진, 3년 뒤 계열사 등기임원 선임과 함께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2005년 대림산업 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2006년 1월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를 사임했으나, 1년 2개월 뒤인 2007년 다시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등기이사)로 복귀했다.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2011년에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부친 이준용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지만, 전문경영인 중심의 과도기 체제에서 경영 경험을 쌓은 뒤 향후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승계 방향>
지분승계

현재 대림그룹 소유구조 상 이준용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 중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상속을 제외하고 나머지 회사 주식은 큰 의미가 없다. 이준용 소유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1%의 주식가치는 이준용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전체가치의 99.45%에 달하며, 대림코퍼레이션은 그룹 소유구조의 최상위에 위치한 핵심 기업이다.

이해욱 역시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0% 이상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고, 대림코퍼레이션이 최대주주(21.67%)인 대림산업이 나머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그룹을 지배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이해욱은 에이플러스디, 대림I&S 등 비상장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해욱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이준용 주식가치의 62.6%에 해당한다.

향후 이준용이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등은 공익법인 또는 자녀들에게 증여될 것으로 보인다. 대림그룹 공익법인 대림학원은 현재 삼호와 고려개발 주식 일부만을 보유하고 있어 이준용은 보유한 대림산업 지분은 전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은 일부를 증여세(상속세) 없이 증여할 수 있다.

경영권 승계

현재 이준용은 74세의 고령이며 공식 직함도 대림산업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다만 아직까지 3세 경영권 승계가 완성된 것은 아니며, 일부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이해욱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욱은 올해 대림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3세 경영 체제를 굳히기 위한 경영 경험을 순조롭게 쌓아나가고 있다. 다른 그룹과 달리 이해욱 외 형제들이 계열사를 나누어 경영하거나 소규모 그룹으로 분리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다만 이해욱이 아직까지 회장의 역할을 승계할 만큼 경험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지분승계와 관련해 사회적, 법적 비난을 받을 소지가 남아 있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확실한 명분과 그룹 내·외부의 평판을 얻기 위해 앞으로 이해욱이 공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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