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검찰’ 공정위 칼 빼든 내막
‘재계검찰’ 공정위 칼 빼든 내막
  • 장희부 기자
  • 승인 2012.07.10
  • 호수 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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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배불린 부당내부거래 “꼼짝마”

공정위, SK C&C 일감몰아주기 제재…재벌개혁 ‘신호탄’
삼성, LG, 현대차 등도 부당내부거래서 안전하지 않아

‘재계검찰’ 공정거래위원회(김동수 위원장, 이하 공정위)가 재벌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 근절을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지난 8일 공정위는 SK그룹(최태원 회장)계열사들이 시스템통합 업체(SI)인 SK C&C에 2조원 가까운 일감을 몰아줘 총수 일가에게 부당이득을 취득하게 한 사실을 확인, SK텔레콤 등 7개 계열사에 총 346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T 250억원, SK이노베이션 37억원, SK네트웍스 20억원, SK마케팅앤컴퍼니 13억원, SK건설 9억6000만원, SK에너지 9억원, SK증권 8억원 등이다.

SKT 등 7개 계열사는 SK C&C와 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관련 계약을 맺으면서 납품단가, 인건비 등을 최대 72%를 부풀려 책정해 부당내부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SKT 등 7개 계열사가 손실을 본 만큼 SK C&C와 대주주인 총수 일가가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SK C&C는 최 회장의 일가가 지분 55%(최태원 44.5%, 최기원 10.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최상위 회사인 SK C&C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공정위 제재로 재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집단의 SI분야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첫 제재이기 때문.

사실 일감몰아주기는 그동안 모든 대기업 집단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 현대, LG 등 대부분 대기업에서 일감몰아주기가 문제 되고 있다.

10대 대기업 집단 소속의 SI, 물류, 광고 업종 등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실태’에 대해 금감원의 전자공시스템(11년 12월말 기준)을 분석한 결과, 계열사 간 거래 총액은 152조 7455억원이며, 이 가운데 132조9793억원(87.1%)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지분 많은 기업 내부거래 증가

‘일감몰아주기’가 잦은 기업에는 특징이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기업일수록 내부거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SDS 등이,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SK그룹은 SK C&C, LG그룹은 서브원 등이 내부거래가 높은 계열사다.

그 중 현대차그룹의 현글로비스가 5개 기업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정몽구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로부터 각각 6873억원과 1조3074억원에 매출을 올렸다. 뿐만아니라 현대제철과는 736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미국, 러시아, 체코, 슬로바키아 등지의 현지 공장과 거래한 금액까지 더하면 지난해 매출액의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도 총수 일가 소유의 기업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크게 성장했다.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주식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은 0.01%에 불과하지만, 이재용 부사장(8.81%)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18%),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4.18%) 등이 상당량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S는 지난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삼성은 지난해 계열사 간 총 35조 4340억원에 달하는 거래를 했다. 이 가운데 93.3%(33조606억원)이 수의계약을 통해 이루어졌다.

특히 삼성SDS는 삼성전자로부터 1조 5565억 원 규모의 시스템 통합 관리·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기간에 삼성SDS의 매출은 4조7652억원이다.

또한 이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도 삼성전자로부터 3503억원에 영업수익을 거뒀다. 이는 전체 영업수익 1조7582억원의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삼성에버랜드도 마찬가지. 2011년 전체 매출 2조2186억원 가운데 40.56%에 달하는 8998억원을 57개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내부거래액 또한 전년보다 20.75% 늘었다.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친인척 5명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42.31%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사장이 25.10%로 가장 많다.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제일부직 부사장은 각각 8.37%씩을 소유하고 있다.

LG그룹의 서브원도 1조원 넘게 매출을 올렸다.

2009년 매출 2조5765억원에서 2010년 3조5953억원으로 39.5% 성장했다. 내부거래도 6754억원이 늘어난 2조7320억원을 기록했다. 그 비중은 매출의 4분의 3이 넘는 76%로 전년(79.8%)보다 약간 줄었다.
서브원은 지주회사인 (주)LG가 주식 100%를 소유하고, 구본무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주)LG의 주식 31.3%를 갖고 있다.

이밖에 LG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 STX, 현대그룹 등에서도 일감몰아주기 실태가 발견됐다.

일감몰아주기는 기업보안 때문 ‘해명’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재계는 입을 모아 ‘기업 보안’을 이유로 들었다. 일본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를 계열사로 두는 것처럼 기술과 물량 등 기업 비밀을 유지하려면 계열사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재벌 총수 일가가 소유한 기업의 내부거래는 늘 ‘물량 몰아주기’라는 의심을 받기 일쑤.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물량을 몰아준 점이 인정돼 2007년 62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최명철 ‘재계3.0’ 소장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소유한 SI, 물류, 광고기업이 부당 내부거래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며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증여와 상속에 대해 조속한 규제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불법이 드러난 경우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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