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분쟁서 편든 조카회사 일감 몰아주기
삼성家 분쟁서 편든 조카회사 일감 몰아주기
  • 조경호 기자
  • 승인 2012.06.12
  • 호수 8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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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친인척 회사 부당지원 ‘논란’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 친인척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논란에 휩싸였다.

창업주인 고 이병철 명예회장의 셋째 딸인 이순희(70)씨의 아들 김상용(48)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에 부당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에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에 대해 삼성그룹 계열사 포함 여부 및 삼성전자의 영보엔지니어링에 대한 부당지원 여부에 대해 각각 조사를 요청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1998년 9월 24일 자본금 1억원으로 휴대폰 배터리팩(battery pack) 등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영보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액은 3240억원이다. 이 회사는 2007년 이후 매출액이 급증했다.

2011년 12월 31일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당기 매출액 대비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매출액 비율이 62%에 달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자다. 당기 매출액 중 약 31%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현지법인까지 포함하면 99%나 된다. 이 회사의 지분을 이순희 씨와 김상용 대표가 각각 13.0%와 29.6% 보유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영보엔지니어링의 국내 매출액 62%, 중국 현지법인까지 포함하면 전체 매출액의 99%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상의 ‘현저한 규모’로 거래, 영보엔지니어링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영보엔지니이링의 관계회사인 애니모드도 부당지원 논란의 대상으로 거론됐다.

2007년 6월 25일 설립된 애니모드는 설립직후부터 삼성전자와 거래를 맺고 급성장해 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280억원이다. 애니모드의 지분구조는 김상용(32.14%), 영보엔지니어링(14.29%) 등으로 김상용 씨가 최대주주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이건희 회장과의 친인척 관계에 있는 회사로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소속되어 공정거래법의 규율을 받아야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는 지난 4월 12일 공정위가 발표한 ‘2012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 결과’에서 삼성그룹의 계열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영보엔지니어링은 매출액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부당하게 영보엔지니어링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 조사를 촉구했다.

삼성가는 지난 3월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형제 간에 편이 갈렸다.

1남 이맹희 전 회장과 2녀 이숙희(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 최선희(2남 이창희 전 세한그룹 회장의 며느리)씨 등이 같은 편이 됐다. 반대로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3녀 이순희씨가 같은 편에 섰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한발 물러선 중립적인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순희씨가 소송참여를 거부한데는 아들인 김상용씨가 현재 삼성전자에서 하청을 받고 있는 상황도 한 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의 하청회사는 ‘갑을관계’이다. 갑과의 거래가 끊기는 순간 을은 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가 분쟁에서 제일 먼저 이순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의 조사와 함께 삼성가 재산분쟁으로 맞물린 삼성전자와 영보엔지니어링과 애니모드 문제가 어떻게 풀릴 것인가에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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