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신화 ‘오리온’ 막장드라마 ‘전모’
초코파이 신화 ‘오리온’ 막장드라마 ‘전모’
  • 장희부 기자
  • 승인 2012.06.05
  • 호수 89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콜릿 달콤함에 빠져 회삿돈 횡령 했나?”


담철곤·조경민 갈등 오리온비리 2탄 이어지나
스포츠토토 비리 점화…정관계 로비 정황 포착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오리온그룹 전체가 부정부패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책임경영·준법경영·투명경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 박대호 스포츠토토 사장 등 회사 고위층들이 회사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또한 조 전 사장과 짜고 수십억 원을 빼돌린 김 모 스포츠토토 부장이 구속됐다.

오너경영의 폐단을 한데 모은 듯 싶다. 회삿돈을 제 주머니의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경영진과 부패한 일부 직원들이 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실적이 좋다. 유로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 초코파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 28%, 이익 50% 증가했다. 주가도 10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에는 못미치지만 주가만 놓고 보면 우수하다.

하지만 오너 리스크가 잔존, 불안감은 여전하다. 담 회장이 원인이다. 그의 일가는 오리온 지분(31.25%, 2011.12. 31 기준)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룹 전체 경영을 책임진 회장 외에 오리온레포츠(대표이사), 오리온푸드, 오리온스낵, 판오리온그룹(대표), 슈퍼리머 스타 인베스트먼트(이사)등을 겸직하고 있다. 그룹과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담 회장의 영향력은 회사 내에서 지대하다.

그런 그의 행보가 불안하다. 최근 오리온 계열사인 ‘스포츠토토’에서 횡령사건이 발생한 것.
검찰은 조 전 사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의 최측근이자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개입 여부만으로도 담 회장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담회장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6월 4일자 보도를 통해 “전문 경영인이 계열사에서 수백억원을 빼돌렸다는데 오너와 무관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재계 일각에선 이번 수사에 담 회장 측의 협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돈 지 오래다. 담 회장 측에서 조 전 사장의 개인 비리를 제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측은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은 조 전 사장에게 불만을 품고 석방되자마자 조 전 사장 제거를 은밀히 진행 해왔다는 것이다. 조 전 사장도 담회장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데 대해 불만을 품고, 그룹의 차명주식과 차명재산에서 수백억원을 떼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나돌았다.

오리온 비리의 끝은 어딘가

현재까지 밝혀진 스포츠토토 비리는 단순하다. 조 전 사장은 2007~2008년 경에 경기도 포천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 인베이스개발(현 지파인딩)인수 추진 명목으로 회사 자금 140여 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파인딩에서 각종 급여, 관리비, 자문료 명목과 계열사 크레스포에서 부동산 매수 대금과 임대료 등을 이유로 총 350억원이상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지난 2008년 작품 당 가격이 5억~20억원인 미술품을 샀다가 되팔아서 40억원 이상의 현금을 만들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장이 거래한 그림은 박수근 화백의 ‘노상의 사람들’과 ‘귀로’, 데미안 허스트의 ‘Oxitetra ciclina’, 앤디 워홀의 ‘Smiling Jackie’ 등 4점이다. 박 화백의 그림 2점은 13억원에 매각했다. 해외 화가의 그림 2점은 32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5~6개사 임직원들의 임금을 과다하게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5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의혹도 받고 있다. 법인자금으로 그람을 산 뒤, 되판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조경민 수사는 지류…이제 본류수사 나선다

조 전 사장의 미술품 거래에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도 개입됐다. ‘담철곤-조경민-홍송원’은 지난해 오리온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인사들이다. 특히 홍 대표는 삼성비자금 사건을 비롯해 저축은행 비리에까지 각종 비리에 연루된바 있다.

검찰의 오리온 비리수사는 지류에 불과하다.

조 전 사장 개인 비리 수사는 ‘본게임’인 로비 수사로 진입하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것이다. 이번 수사에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심재돈 부장검사)가 나선 것도 그 맥락을 같이한다.

체육복권 위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는 올해 9월 계약이 만료된다. 이와 관련 정권실세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 등에게 거액에 로비를 시도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포츠토토 내분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스포츠토토의 내분도 오리온으로선 위기이다. 지난 3월, 담 회장은 자기 측근인 그룹 재무담당 부사장 출신인 정선영 부사장을 스포츠토토 공동대표로 세우려다 이사회 거부로 무산됐다. 그러자 지난 5월 25일 현 대표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회사 경영진 물갈이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 측은 “전문경영인으로서 담 회장과 조경민 사장의 추가 횡령, 회사돈 빼돌리기 등을 지적하자 해임하려 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저지른 죄를 누명 씌우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분을 70% 가까이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해임을 하자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해임안건은 상당한 절차상 문제를 안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 회장과 조 전 사장간의 갈등에 자신만 희생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의 입장은 다르다. 대표 해임안은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오리온 측 관계자는 “절차를 무시한 해임이 아니다. 일방적인 해임이 아니라 정당한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를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는 7일 박 대표 해임 논의를 위한 이사회가 열린다. 박 대표 해임안은 이 주주총회에서 실질적으로 주주들의 표결로 결정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