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의 생생한 면면 ‘봉화로 간다’
인간 노무현의 생생한 면면 ‘봉화로 간다’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5.29
  • 호수 8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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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이면과 한맺힌 싸움의 기록

열혈 명계남이 직설로 털어놓는 리얼 증언
홀로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그만의 이야기

 

이 책은 우리나라 참여정치 마당의 한가운데에서 온몸을 던져 킹메이커 대열에 합류했던 배우 명계남이 남 눈치 안 보고 제대로 쓴 체험적 사회 비평서이며, 노사모 운동의 긴박했던 전개와 그 핵심 논의를 사실대로 토로한 우리 최근정치의 미시사다.

또한 친구 문성근과 함께 연극과 영화라는 한정적 분야에만 매몰돼 살아왔던 저자 개인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진실에 눈을 뜬 후, 그것을 헤치려 어떻게 몸부림쳐 왔는지를 기록한 참 삶의 궤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참여정치 마당의 한가운데에서 온몸을 던져 킹메이커 대열에 합류했던 배우 명계남이 남 눈치 안 보고 제대로 쓴 체험적 사회 비평서이며, 노사모 운동의 긴박했던 전개와 그 핵심 논의를 사실대로 토로한 우리 최근정치의 미시사다.

또한 친구 문성근과 함께 연극과 영화라는 한정적 분야에만 매몰돼 살아왔던 저자 개인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진실에 눈을 뜬 후, 그것을 헤치려 어떻게 몸부림쳐 왔는지를 기록한 참 삶의 궤적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오랜 배우생활로 다져진 저자의 ‘죽이는 말빨’에 빠져들어 웃고울다가, ‘노짱’의 진면목을 새삼 느끼며, 정의로운 소수의 사람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그리고 잔인한 다수의 적들에게 어떻게 내몰렸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명계남, 마침내 말문 열다

이 책에 담긴 노무현 대통령의 소소한 면면들은 지근거리 인사가 아니면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옛날 시골집 툇마루 벽에 걸린 흑백사진처럼 진솔하다. 저자 명계남이 직접 만나고 겪어본 ‘그만의 노짱’을 공개한 것이라 그간의 노무현 평전이나 자서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은 재치만발의 비아냥과 도전적인 직설에 거침이 없어서 독자가 박장대소를 하게 만든다. 간간이 섞는 특유의 육두문자는 시원함을 더한다. 노무현 대통령 때 우리가 채굴권을 확보했던 북한의 동양최대 철광, 무산을 현 정권이 중국에 몽땅 빼앗긴 사례를 ‘폭로’하기도 한다. 자존심 강한 노무현이 직접 ‘한신이 불량배 가랑이 밑을 긴다’는 표현으로 미국에 대한 굴욕감을 내비치며 국내 진보진영의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강행한 이라크 파병의 진짜 이유는 부시의 북폭 철회였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이 책에 기록된 새로운 노짱 모습은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만하다. 그 중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자고로 못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저 아쉬우면 ‘민생시찰’이라는 미명 아래 재래시장 상인들의 하루 장사를 망쳐왔는데, 노무현은 그것을 극력 경계하여 참모들의 권유마저 뿌리치던 모습’, ‘故 리영희 선생께 문병을 가고자 했지만 정치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오히려 망설였던 모습’ 등이다.

출간 전 모니터링으로 그러한 모습들을 접한 일반 독자들은 ‘노무현이 좋은 대통령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아마도 노무현의 그러한 면면들이 단순 노사모들을 강고한 ‘빠’로 변신시킨 요인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노사모 대표일꾼으로 활동할 당시, 자신의 생계마저 접고 덤벼들었던 열혈 노사모 활동가들도 소개하고 있다. ID 미키루크는 잘 나가던 사업마저 접고 노사모를 넘어 17대 대선 때는 정동영 의원을 민주당 후보로 만든 1등 공신이라고 한다. 정동영 계의 캠프조직이 그의 발바닥 행동력을 따라 갈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미키루크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천하의 명계남이 노무현 외에도 존경하는 사람이 다 있구나 싶어진다.

노사모 모임을 따라 전국을 돌며 포장마차를 운영하여 토론장소를 제공하고 그 수익금을 노무현 후보에게 기증한 ID 소나무, 이 소나무는 가난과 건강악화로 시들시들해졌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가 누구라 해도 고개 한번 까닥하지 않는 독야청청을 보였다.

대표일꾼 수행비서를 자처하며 주유소 창업도 미루고 뛰어들었다가 결국 고향에서의 핍박을 못 이겨 쫓겨나다시피 했던 예비역 대령 복주대사와, 그 외 사시 1차 합격도 도외시하고 참여했던 나백수, 짜장면 대신 지식을 전달하던 철가방, 오라버, 주정뱅이 등 저자가 아는 이들 외에도 탄핵 정국에서는 국회 앞에서 항의분신을 해서 1년이 넘도록 치료를 받은 이도 있었고 자살을 한 이도 있었다. 저자는 그들을 우리나라 참여정치사의 맨 앞장 맨 앞줄에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명계남과 열혈 노사모 활동가들에 대해 읽다보면, 난세에 주군을 따라 죽는 옛 충신들의 순정한 멘탈리티마저 느끼며 뭉클해진다. 노무현을 좋아했던 독자들은 눈물을 훔칠 만하다.

본문 속으로

“진보진영에 대한 대통령의 섭섭함은 참으로 컸다. 수꼴 조중동의 그 어떤 악의에 찬 기사나 야당의 비난보다도 그들의 날선 공격에 가장 가슴 아파했다. 사실 내 뵈었던 바로 노짱은 내심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민주당보다도 오히려 민노당 쪽에 더 가깝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대통령은 꼭 한번 그들에 대한 배신감과 답답함을 내색하신 적이 있다.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면 이렇다.

‘아니, 나 민노당 그 사람들 이해를 못하겠어. 얘기를 하고 같이 논의를 해보자는데도 무조건 안 한다 그러고.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재벌들 대상의 보유세가 내가 하려는 종부세하고 뭐가 달라. 종부세가 더 세면 셌지. 이름이 다를 뿐이지 뭐가 달라. 함께 얘기를 해봐야지. 얘기도 안 하고 왜 나를 적으로 취급하느냐 말이지. 참여정부가 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야? 어떻게 한꺼번에 다 하나’”

“‘노무현, 부탁합니다. 김대중 이름 이마에 붙이고 부산에서부터 싸워온 사람 아닙니까. 거기서 그렇게 싸우다 지고 왔습니다. 그러니 저 계산도 없고 무모한 촌놈 광주에서 안아줘야지 어쩝니까’

그렇게 말하는데 눈물은 또 왜 그렇게 나던지. 고개를 숙이면 무릎으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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