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뱅크런에서 얻는 교훈
유로존 뱅크런에서 얻는 교훈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5.29
  • 호수 8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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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은행손실 막기위한 예금동결 지양
정부 예금전면보증 신속히 결정해야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 등에서 뱅크런 조짐이 예상되면서 시장의 심각한 우려로 부각되고 있다. 뱅크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른 은행이나 국가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며, 뱅크런을 통해 금융 위기가 실물 위기로 이어질 가망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국 정부는 뱅크런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예금 동결과 예금 보증이 대표적인 수단이다.

현재 유로존이 예금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정부가 예금을 동결할 경우 장기예금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 장기예금자에게 손해를 미칠 만큼 예금동결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반면 예금을 찾지 못하는 단기예금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예금 동결 방안은 단기적으로는 은행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예금동결 조치가 해제된 이후 뱅크런이 더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금융 시스템 및 국가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 무리한 예금 동결 등 정책에 대한 불신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신 유로존은 예금 전면 보증을 실시할 가망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EU와 ECB가 뱅크런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 전면 보증 과정에서 필요한 통화 발행이나 세금 징수 등을 유로존 개별 국가들이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CB 은행대출의 20%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면서 유로존 차원의 대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향후 EU가 예금 전면 보증에 나서면 은행 예금인출 사태는 진정될 것이다. 또한 예금 보증을 위한 비용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금융거래세 도입과 ECB의 통화공급 증가 등의 변화가 함께 수반될 것이다.

뱅크런이 시작되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은 동참하는 것이다. 모든 예금을 지불해줄 수 있는 은행은 이 세상에 없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은 어떻게든 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뉴욕남부지법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모든 은행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미국 금융시스템의 존립이 위협받게 되고, 다른 나라로까지 확산되기까지는 채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뱅크런은 9월 말경부터 나라별로 하나 둘씩 멈추기 시작했는데, 방법은 모두 같았다. 정부가 모든 예금에 대해 전면 보증을 해준 것이다.

2008년 9월 30일 아일랜드 정부가 예금의 전면보증을 결정했다. 10월 4일 앙겔라 메르켈독일 총리는 독일의 예금이 덴마크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은행예금에 대한 보증을 발표했다. 10월 8일 5일전 예금보호 범위를 넓혔지만 아무 효과도 거두지 못한 영국 정부가 전면보증을 결정했고, 10월 12일에는 거의 모든 유럽국가들이 뒤를 따랐다. 10월 13일 마지막으로 미국이 전면보증을 발표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금 시장이 직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그리스, 스페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뱅크런이다. 뱅크런이 일단 시작되면 전면 보증을 제외한 다른 방법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어떤 유동성 지원도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독의 깨진 부분을 메우는 것이 상책이다.

뱅크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화폐 발행권과 세금 징수권을 가지고 있는 국가다. 하지만 지금 남유럽 정부들은 가진 돈이 없다. EU 차원의 보증이 거의 유일한 답이다. 뱅크런을 막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정치가들의 결단 속도가 빠를 때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EU가 범유럽 차원에서 은행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실시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EU의 행동이 느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유로존 뱅크런 사태에서 전면 예금 보증, 신속한 정책결정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이점 고려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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