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투자사기 당한 현주엽, 절반 되찾아…삼성선물에 일부 승소
17억 투자사기 당한 현주엽, 절반 되찾아…삼성선물에 일부 승소
  • 한국증권신문 기자
  • 승인 2012.05.22
  • 호수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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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선물 전 직원에게 24억원을 투자했다가 17억원대 사기를 당한 농구스타 현주엽(37)씨가 삼성선물로부터 피해액 절반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임병렬)는 지난 11일 현씨가 "직원의 사기 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지라"며 삼성선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8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씨는 지난 2008년 중·고교 및 대학 동창인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황모씨로부터 당시 삼성선물 환리스크관리센터 과장 직책을 맡고 있던 이모씨를 소개받았다.

이씨는 “선물투자를 통해 단기간에 큰 수익금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현씨를 속였고, 또 2007년부터 술자리를 가지며 친분을 쌓아왔던 사업가 박모씨도 옆에서 투자를 부추겼다. 황씨 또한 투자명목으로 이씨에게 수억원을 건넨 상태였다.

이듬해 3월 현씨는 3억원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그 해 12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총 24억4000여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현씨는 현역 선수였기 때문에 신분 노출 등을 우려해 친구 황씨 명의를 빌렸다. 한 번에 5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에 나선 뒤, 초반에는 큰 수익을 얻었다. 7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수익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선물투자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아니었다.

이씨는 현씨에게 건네받은 돈을 선물투자로 손해를 입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과 원금을 돌려주는 데 썼다. 또 현씨에게는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수익금으로 둔갑해 지급했다. 일명 ‘돌려막기’ 수법으로 현씨를 비롯해 투자자를 기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씨의 투자금 대부분은 그에게 투자를 권했던 박씨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01년부터 이씨를 통해 26억여원의 투자를 해왔다. 현씨의 투자금을 이씨를 매개로 건네받은 박씨는 그 돈으로 식당과 까페 여러 곳을 차렸다.

결국 이씨는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해 더 이상 돌려막기식의 행각을 벌이지 못했다. 투자금 중 17억여원을 돌려받지 못한 현씨는 이씨와 박씨를 피고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한창훈)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피해자의 신뢰를 이용해 선물투자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속이고, 지급받은 돈을 수익금으로 가장해 서로 주고받는 방법으로 이를 은닉한 점은 죄질이 불량하다”며 이씨와 박씨에게 각각 징역 4년, 3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투자금 17억원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자 현씨는, 지난 3월 삼성선물을 상대로 손해배상 조정신청을 냈다.

현씨는 신청서를 통해 “농구선수로 모은 전 재산을 날렸고, 은퇴 이후 돈을 벌기가 어렵다”며 “회사가 신뢰를 보호키 위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것으로 믿어 소송이 아닌 조정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선물 측은 회사를 통한 거래가 아닌, 이씨와 현씨 개인 사이에 이뤄진 약정이라는 점을 들어 현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고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졌다.

현씨의 변호인은 “이씨가 고객으로부터 임의로 돈을 유치 받아 투자한다는 사실을 회사 측이 알고도 방치했다”며 삼성선물에 사용자책임을 물었다.

이씨가 평소에 회사 감사 등으로 투자금 출금이 어려워져 수익금을 지급하기 힘들다고 했던 말을 근거로 들며, 자체 감사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형식적 징계에 그치는 등 직원에 대한 감독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통상 이러한 소송에서 회사의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은 빗나갔다.

재판부는 “전 직원이었던 이모씨가 선물투자를 해 주겠다며 현씨를 속여 투자금을 가로챈 행위는 외형상으로 회사의 업무 행위에 해당한다”며 “현씨에게 고의가 있다거나, 직원에 대한 감독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그동안 회사가 관행적으로 직원들에게 일임매매를 강요하면서도 차명계좌, 위탁계좌개설서 등의 관리감독에 소홀한 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업계에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선물투자와 같이 위험부담이 큰 상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 손해가능성에 대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도 또 한 번 부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를 믿고 본인 이름으로 선물 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현씨에게도 과실은 있다”며 피해 금액의 보상범위를 50%로 한정했다.

한편 삼성선물 측은 개인 계좌를 통해 이뤄진 이씨의 행각이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판결문을 송달받아 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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