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군대 고소’ 발언 두고 해석 분분
안치용 “빡빡한 이력, 대체 언제?” 의혹
삼성측 “현역병 사실” 병력 사항은 함구
삼성가의 유산싸움은 ‘막장 드라마’보다 못하다. 30년이 넘은 케케묵은 아픈 과거이야기마저 불거져 나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23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그 양반(이명희 제일비료 전 회장)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하고,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의) 한 푼도 안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는 발언에 대한 직격탄이었다.
그런 이 회장의 작심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군대 고소’에 대한 발언을 놓고 군대의 의미가 '군사정권‘, ’병역기피‘라는 두 가지 해석으로 엇갈리고 있다.
30년 전이면, 이병철 창업주가 외화 밀반출에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탈세를 일삼았다며 박정희 대통령에게 투서했던 일명 ‘모반’ 사건으로 삼성가뿐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기다. 당시 투서의 주인공으로 차남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지목됐으며, 그로 인해 이창희 전 회장은 미국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이창희 전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 책임자로 감옥살이를 했던 것이 발단이라면 발단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맹희 전 회장은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를 통해“‘모반 사건’은 동생 창희가 투서한 일이며, 처음에는 아버지가 투서 일에 나도 같이 개입했다고 오해한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그 사건의 중심에 이맹희 전 회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자신까지도 군대에 고소했다고 보고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자서전에 따르면 모반 사건 당시 이 회장은 유학생활을 마치고 동양방송국에 입사했을 때로, 그 전까지 군입대한 이력은 없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병역 이력 논란
이 회장의 병역 이력 논란은 지난해에도 한차례 불거진바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는 “이 회장이 과연 언제 현역 복무를 마쳤는지 의문스럽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삼성측에서 밝힌 이 회장의 현역 복무와 관련, 의구심을 나타냈다.
학업, 취업, 결혼, 득남 등 이 회장의 빡빡한 이력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현역 복무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 복무가 사실이라면 과연 언제 현역 복무를 했는지 이 회장의 이전 개인 홈페이지 약력 자료를 근거로 조목조목 의혹을 제기했다.
안씨는 이 회장의 병역 복무 가능성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졸업 후, 결혼 후’ 이 세 가지 경우로 나누어 조목조목 분석했다.
먼저 이 회장이 1961년 서울사대부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일본 와세다대학교로 4년간 유학을 떠난 점을 들어 이 당시 현역 복무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만약 와세다대 재학 중 현역 복무를 했다면 4년 만에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 회장이 와세다대 졸업 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 입학, 66년에 수료한 것으로 미루어 와세다대 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떠난 것이라 보고 이때 역시 현역 복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 회장이 대학원을 수료한 후에도 현역 복무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66년 대학원 수료를 마치고 같은 해 10월 동양 방송국에 입사한 이 회장의 이력을 바탕으로 봤을 때 수료 뒤 취직 전에 현역복무를 마쳤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회장이 동양방송 입사 6개월 뒤인 67년 4월 30일 홍라희 여사와 결혼, 그 안에 현역 복무하기란 턱 없이 부족한 기간이라고 판단했다.
안씨는 “67년 4월 28일 경향신문에 이 회장의 결혼 일정이 게재된 것으로 미뤄 동양방송 입사에서 결혼까지 6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새 직장의 업무파악, 선, 결혼준비 등을 감안하면 현역 복무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 후 14개월 정도가 지난 68년 6월 23일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태어났다. 이때도 14개월의 공백이 있지만 이 역시 당시의 육군 현역병 복무기준이 35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현역 복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결혼 뒤 입대해 휴가기간 중 자녀를 얻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재벌후계자가 결혼 후 자진 입대 했다는 소식은 지금껏 없었다는 것이다.
입대 후 조기제대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안씨는 “군 복무 중 독자가 될 경우 조기제대 등이 가능하지만 이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회장은 1987년까지 건재했고, 이 회장 위로 2명의 형이 있어 독자도 아니였다”며 “학업, 취업, 결혼, 출산 등의 공개된 정보를 종합해 볼 때 과연 이 회장이 현역복무를 했을까, 했다면 언제 했을까 의혹이 든다. 이 회장이 한국 사회에서 점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현역복무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당시 “이 회장의 현역 복무는 사실”이라며 “안씨의 주장에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언제 어디서 군 복무를 했는지 자세한 병력사항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한 체 “군 복무 한 것 맞다”라는 말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