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J에게 - 황제를 위하여
나의 연인 J에게 - 황제를 위하여
  • 김충교
  • 승인 2012.04.23
  • 호수 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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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이후 정치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승패를 떠나 다가올 대선을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여야 모두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한바탕 웃어도 될 것 같은 여권은 애써 미소를 감추고 있습니다.

충격에 빠진 야권은 허우적대기에 바쁩니다.

사실 이번 총선은 과연 ‘민심이 무섭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고 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여권의 완벽한 승리입니다.

그래서 개표가 완료되자 여권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MB 정권이 워낙 죽을 쑨 터라 처음부터 크게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저 박근혜 비상대책 위원장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 박 위원장은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습니다.

‘선거의 여왕’이란 소리는 거저 듣는 게 아니었습니다.

떨어지는 감만 쳐다보던 야권은 고개만 아프고 말았습니다.

낭패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지 못했습니다.

죽 쒀서 개 주는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어정쩡한 민주통합당의 행보가 이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결국 유권자들은 나대는 세력에게는 표를 주지 않습니다.

잘못을 했어도 고개를 숙이는 태도에 점수를 더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야권을 향해 아예 고개를 돌린 것은 아닙니다.

서울 및 수도권의 승리와 부산 경남지역에서의 약진이 이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정치공학에 이력이 난 여권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해서 드러내 놓고 좋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준엄한 심판을 받은 여야는 금세 예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문제 있는 당선자들에 대한 대응에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말 꺼내기도 부끄러운 의혹의 당사자들에게 칼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이 스스로 나가는 쪽으로 핵심을 비켜가려 합니다.

성폭행과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유보하고 있습니다.

비대위의 발 빠른 대응 목소리에 브레이크를 걸더니 당사자들의 인권운운하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 이후’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뭉개려 한 것입니다.

박 위원장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비난이 드높습니다.

결국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자진탈당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말았습니다.

제수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문제의 한 당선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백을 주장하며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호언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의 품으로 살아서 돌아와 당당하게 안기겠다는 것입니다.

논문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당선자 역시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자의로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론의 형세 보다는 주군의 뜻에 맡기겠다는 태도입니다.

유권자인 국민들의 심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배포입니다.

어디에서 저런 용기가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차기 대선은 이미 손에 거머쥐었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야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패배에 대한 자숙모드는 벌써 유통기한이 다한 듯해 보입니다.

대표의 사퇴와 동시에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친노니 비노니 하면서 편 가르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대중계 민주당과 노무현계 민주당으로 양분되는 양상입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전임 대통령의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뿌리도 같고 역대정권에서 함께 한 그들입니다.

그러면서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한 그들입니다.

틈만 보이면 치고 빠지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러면서도 정권교체 운운하니 답답할 뿐입니다.

물론 정치는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세력 경쟁입니다.

주도권 선점을 위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에도 눈높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게 해야 합니다.

일반 국민들은 지금 눈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서로 해먹겠다고 나대는 품새로밖에 비쳐지지 않거든요.

여권은 안하무인, 야권은 자중지란이니 기댈 곳이 없습니다.

이러다간 황제를 꿈꾸며 출사표를 던진 이인에게 관심이 쏠릴지도 모릅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그는 달콤 쌉쌀한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해방공약’입니다.

문제의 인물은 대선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민주 공화당 허경영 총재입니다.

그의 대선출마의 변은 매우 거창합니다.

단순히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황제로 등극하기 위해 나선다고 합니다.

그는 당선되면 대통령 취임 후 황제로 등극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황제를 꿈꾸는 그의 포부는 원대합니다.

2025년 아시아 통일을 이루고 2026년에는 북한 통일을 이룩하겠다고 합니다.

나아가 2030년에는 최종적으로 세계통일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5가지의 해방공약도 눈길을 끕니다.

‘시험해방’을 위해 학생들에게 잘하는 과목 1개만 시험을 치르게 하겠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1억씩 제공하는 ‘결혼해방’은 미혼남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겁니다.

학자금 100% 지원을 약속하는 ‘등록금해방’은 학부모들의 허리를 펴게 할 거구요.

모병제를 운영하겠다는 ‘군대해방’도 내걸었습니다.

국가인턴제 도입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취업해방’도 있습니다.

뉴스를 접하고 놀랍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나왔다는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그의 공약대로라면 파라다이스가 펼쳐질 테니까요.

그런데 황제자리를 넘보는 그의 공약은 제겐 해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시험 볼 일도 없고 결혼도 이미 했으며 군대도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아직은 취업상태에 있습니다.

아이의 등록금이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나이가 어려 현재는 견뎌내지 못할 만큼 큰 부담은 아닙니다.

허경영 총재의 금빛 ‘해방공약’이 미끼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현실을 바라보면 잿빛입니다.

변화와 개혁은 선거 때나 부르짖는 구호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감록>의 정 진인을 자처하는 인물을 그린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정말 이러다 새 세상을 열겠다고 나오는 황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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