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노력하면 망하는 회사 살릴 수 있다
소액주주 노력하면 망하는 회사 살릴 수 있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4.16
  • 호수 8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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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 간곡한 부탁 정상화로 이어져
부풀려진 허위 부실감사보고서 문제 심각

모바일 솔루션업체 인스프리트는 작년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에서 명망이 높았다. 하지만 자회사 부실이 전이되며 보유지분 장외 매각을 시도, 탈출을 노렸으나 외부 회계법인은 감사의견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이 나섰다. 회사와 인연이 있던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 전 부회장의 경영 참여를 간곡히 부탁하는 서약서를 만들어 전달했다. 이 전 부회장측은 “소액주주들의 부탁이 너무 애절해 뿌리칠 수 없었다.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부회장은 곧바로 20억원을 수혈했다. 한국거래소도 이에 부응해 “올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확인때까지 퇴출을 미룬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상장폐지된 헤파호프코리아의 소액주주들은 미국 자회사의 인공간 임상이 미국 FDA에서 통과되자 보도자료를 직접 만들어 배포하는 등 홍보에 힘을 기울였다. 소액주주들은 “당장 재상장은 어렵겠지만 회생할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할 것이다. 기존의 큰손들은 어디에서 뭘 하는지 모르지만 소액주주들은 아직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인스프리트와 헤파호프코리아 같이 사고는 대표이사가 저지르고, 뒷수습은 소액주주들이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은 인스프리트와 헤파호프코리아의 경우와 달리 실패로 돌아간다.

코스닥기업 디에이치패션의 한 소액주주는 최근 회사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관리종목에 지정되기 직전 내부 정보를 취득하고 지분을 매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들은 힘을 합쳐 경영 정상화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주가는 지난달 26일 760원에서 12일 200원까지 급락했다.

주가조작 피해사례도 있다. 지난 9일 안산지청은 코스닥 상장기업 (주)포휴먼 전 대표이사 A씨와 B씨를 허위공시로 주가를 올리고 법인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불구속기소했다.

A씨는 (주)포휴먼이 일본에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수출한다고 허위공시하고 언론에 보도해 우량회사로 보이게 한 다음, 주식 165억원 어치를 팔아치우고 전환사채 60억여원어치를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또 회사 돈을 엔화로 바꾼 뒤 외화계좌에 재입금하는 방법으로 수출 대금이 입금된 것처럼 꾸미고 허위 회계처리로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수출신고 필증을 위조한 후 검찰청에 제출한 것도 적발됐다.

이런 허위 공시로 2005년에는 3850원이었던 (주)포휴먼 주가는 2007년에는 4만 4200원까지 상승했으나 3년만에 상장 폐지됐다.

B씨는 A씨로부터 전년도 매출액, 당기 순이익 감소 정보를 전해 듣고 지인들에게 (주)포휴먼의 주식을 처분하게 해 1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허위 공시로 주가를 상승시킨 후 차명주식 매도로 이익을 취득하는 기업사냥꾼의 전형적인 수법으로 소액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 지난달 13일 소액주주 139명이 (주)포휴먼의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S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재산상 피해회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이들은 소장에서 “(주)포휴먼사의 사업·감사보고서를 본 뒤 2009년 이 회사 주식을 매수했지만 지난해 상장 폐지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S회계법인은 이익과 자산이 부풀려진 허위자료를 부실감사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금융 지주회사인 (주)포휴먼사는 2002년 1월 코스닥에 상장됐으나 2011년 4월 사업보고서 미제출로 상장폐지됐다.

소액주주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한다면 망하는 회사를 살릴 가망성이 있다. 물론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여기에 부실감사의견이 더해져 문제가 커진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스스로 감시역할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감사기관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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