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vs 이부진, 사면초가 '내막'
이재용 vs 이부진, 사면초가 '내막'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2.04.09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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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경쟁, 갈 길이 멀다

‘호텔신라 점령 사태’의 불똥이 삼성가 두 남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튀었다. 이번 사태를 누가·어떻게 해결 하느냐에 따라 삼성 후계자 구도에 변수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재 삼성측은 불법 시위로 인한 민형사사상의 책임을 모두 묻겠다며 강경대응에 나선 상태. 하지만 이미지 실추가 적잖이 예고되고 있다. 시위대의 점령으로 인해 호텔신라 또한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이에 이번 사태의 종지부를 과연 누가 찍을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불똥, 호텔신라에 튀어

지난 2일 삼성전자 전 협력업체인 엔텍의 채권자 13명이 호텔신라 객실을 점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삼성의 말을 믿고 부품 협력업체를 세웠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다른 회사에 물품을 발주해 영업적자 누적으로 부도를 맞았다”며 삼성전자에게 2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측은 “지난 2004년 4억5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합의를 해놓고 이제 와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당시 작성한 합의서를 공개, 시위자들과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시위대의 싸움에 관계없는 호텔신라의 등이 터진 것.

시위대가 객실 안과 입구에 시너 등의 발화물질을 뿌리는가 하면, 창밖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하는 등 과격한 시위 양상을 보이며 호텔신라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 더욱이 확성기를 이용해 농성을 벌여 호텔 투숙객들의 불만이 늘고 있는 상황. 뿐만 아니라 채권단측이 6일까지 호텔 객실을 예약한 상황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호텔신라측은 14층 전 객실을 비롯해 시위대가 쓰고 있는 객실 위, 아래 방도 비웠다.

이들이 투숙하고 있는 14층 객실은 이규제큐티브 그랜드 디럭스룸으로 하루 숙박비용만 40만~50만원에 달한다. 14층에 총 25개의 객실이 있고 위아래 층까지 합치면 총 27개의 객실을 비워둔 상태. 하루 손실 비용만 1000만원에 이르러 호텔신라는 그야말로 때 아닌 폭격을 맞은 셈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영업 손실보다 한국 대표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까봐 그게 더 걱정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앞서가는 동생, 뒤쳐지는 오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누가 빨리 신속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승계에 판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경우 당연히 강경대응에 나서겠지만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이부진 사장의 대응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두 사장의 리더십이 확인 될 것으로 보여 향후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 12월 초 당시 부사장이었던 이재용 사장의 역할에 대해 “(활동)폭은 넓어지겠죠”라고 사장 승진을 예고하면서도 다만 “자기 능력껏 하겠죠”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이재용 사장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되 삼성의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은 계속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그 후 이재용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를 대표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그 과정에서 애플과의 관계회복에 앞장섰고 불황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 내는 데 일조하는 등 이전보다 존재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어울릴만한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초 이재용 사장은 “이번 연말 인사의 포인트는 내가 아니다”며 “삼성이 구멍가게도 아니고 모든 게 순리대로 갈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구멍가게’를 운운한 이 말을 두고 재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성과를 통해 삼성전자를 이끌 후계자임을 입증 받겠다’는 의지로 해석했다. 그만큼 재계 관계자들은 이재용 사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승계 받으려면 ‘경영능력’을 제대로 검증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

이재용 사장과 ‘숙명의 라이벌’로 꼽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오래전부터 경영 일선에 뛰며 뚜렷한 실적을 만든 것과 달리 이재용 사장은 주로 최고고객책임자,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하며 경영 지원 업무에 치중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이를 통해 경영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익힐 수는 있었지만 이 회장을 이을 후계자로 적합한지 증명할 만한 뚜렷한 성과는 아직 거두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반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우는 현재 긍정적이다. 눈에 띄는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것.

이부진 사장은 2010년 1월 이 회장이 미국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박람회(2010 CES)에서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함께 언론에 노출 된 이후 본격적인 경영전선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12월 진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만이 전무에서 부사장을 건너뛰고 사장으로 승진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일각에서는 이부진 사장의 이런 자신감에 찬 경영행보의 배경을 호텔신라 실적에서 찾았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이부진 사장이 경영 참여를 시작한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한 것이 2단계 승진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주 수익원의 과감한 변경작업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호텔신라는 2005년 이부진 사장이 경영전략담당 상무를 맡은 이후 비약적인 상승을 보였다.

단적으로 이전까지 호텔 수익은 연회나 식음 등 대부분 저수익사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부진 사장은 이를 면세점을 포함한 고수익사업으로 확대했다. 현재 호텔신라의 면세점 매출은 호텔신라 전체 매출 비중 83.6%(2010년 기준)에 달한다. 호텔신라의 매출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반복해 왔다. 2005년 당시 441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조 7643억원을 넘어섰다. 무려 4배 이상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롯데면세점과 경쟁 끝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세계 최초 면세점 입점 시키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삼성가 3세 중 유일하게 CEO를 맡으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는 인물”이라며 “이 회장이 단지 남자 여자를 가려 차기 후계자를 지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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