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투자처로 각광…개인·연기금 관심↑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개인·연기금 관심↑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3.26
  • 호수 8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중간성적표

출범 3개월, 5400억 '순항'…롱숏전략 편중

외국계 운용사 진출 증가 “성장잠재력 충분”

 

한국형 헤지펀드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범한 지 세 달이 지났다.

지난해 말 9개 운용사가 12개 상품을 내놓으면서 1500억원 수준의 초기 설정액으로 운용을 시작했다. 이후, 올 들어 KDB산은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이 새롭게 발을 디디면서 상품 수는 17개로 늘어났다. 그 동안 운용규모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다. 3월 초 설정액은 5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5400억원까지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까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헤지펀드가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내놓은 두 개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총 1125억원이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설정액은 15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은 헤지펀드 두 상품을 통해 1069억원의 자금 설정에 성공했다.

 

‘큰 손’ 개인투자자 증가세

 

투자 주체도 기관 투자자 중심에서 벗어나 고액 자산가로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설정한 삼성H클럽에쿼티헤지’와 지난달 17일에 설정한 삼성H클럽멀티스트래티지’에 각각 301억원, 209억원의 개인 투자자 자금이 유치됐다. 두 헤지펀드 전체 설정액 대비 45%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앞서 모집한 에쿼티헤지펀드가 연초 이후 2월 말까지 4.1% 의 수익률을 기록해 현재 운용 중인 17개 헤지펀드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또한 증시가 고점에 가까워지면서 하락 우려가 커지자 절대 수익률이 기대되는 투자처를 찾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최소 5억 이상의 금액으로 가입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은 헤지펀드 정착에 긍정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한국형 헤지펀드 1호로 탄생한 12개 상품은 모두 같은 운용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long)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short)하는 롱쇼트전략이다. 시장중립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절대수익률은 비교적 낮더라도 안정적 수익을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롱쇼트로 포트폴리오 전략이 치중됨에 따라 운용방법과 투자자산의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생상품 활용도가 높은 헤지펀드일수록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현재까지 나온 상품들이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헤지펀드가 어떠한 시장상황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3%의 수익률을 기록한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아직 대다수의 상품이 1%대 이하의 수익을 내는 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헤지펀드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장기간의 성과가 중요한 헤지펀드는 트랙레코드가 어느 정도 쌓일 때까지 기다린 후에 수익률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 최소 3년 정도의 투자 성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운용사에 수익률 공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섣부른 평가는 투자자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사모펀드인 까닭에 원칙적으로 수익률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초기 성과는 양호한 편이지만 유망한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한국형 헤지펀드는 여전히 낯설고 위험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가 한국형 헤지펀드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상품에 가입할 의향이 있는 투자자는 15%가 채 되지 않았다.

최소 투자금액이 큰 데다 수익 가능성을 예측해볼 만한 트랙레코드가 쌓여있지 않기 때문. 이러한 여건 탓에 운용사 내에서도 상품 판매에 있어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연기금, 헤지펀드로 투자 다변화

 

국내 헤지펀드 시장의 앞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미국계 운용사인 밀레니엄파트너스가 첫 외국계 헤지펀드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다른 외국계 운용사도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수탁은행인 스테이트 스트리트도 국내 시장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조세프 훌리 스테이트 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방한한 자리에서 “지난 해 말부터 외국계 헤지펀드도 한국에 자산운용사를 세워 직접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한국 시장의 헤지펀드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GDP 성장률과 각종 연기금의 성장, 국부펀드의 발달, 금융규제 완화 등이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 시장으로 부상하게 했다”며 “최근 한국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선 헤지펀드를 포함해 대체투자 관련 시스템을 지원할 계획이며, 헤지펀드의 성장을 위해서는 고도화된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1조8000억 달러의 자산을 위탁 관리하고 있으며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한편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종수 금투협회장은 지난 6일 취임하는 자리에서 “헤지펀드의 인가 요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금융투자업자가 헤지펀드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밝혔다.

현재 헤지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종합자산운용사를 기준으로 펀드와 일임 자산규모가 10조원을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운용하는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운용사 규모가 작으면 기회가 박탈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