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소각, 주주만족·기업가치 높인다
자사주소각, 주주만족·기업가치 높인다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2.03.19
  • 호수 8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사주 비중 높은 기업 '주목'

두산, 7000억원 소각…주주가치 따라 목표가 '쑥쑥'

개정상법·주주요구로 사례 증가할 듯…다음 타자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이 70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태우고 주주친화적인 경영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내달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자사주 소각 절차가 수월해짐에 따라 이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은 지난 8일 주주총회에서 전체 자사주 중 보통주 16.4%(407만주)와 우선주 6.5%(37만주)에 대해 소각을 통한 감자 실시를 결의했다. 이는 약 7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거래소 시장이 생긴 이래 코스피200 기업 가운데 가장 큰 액수의 자사주 소각에 해당한다.

이번 결정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주주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무엇보다 전체 자사주의 50%, 발행주식의 14.5%에 해당하는 주식이 사라지는 만큼 주가 희석가능성이 제거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은 자본총계가 그대로인 가운데 주식을 태워 없애 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시가총액이 감소하게 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매각하는 대신 자사주 소각을 선택함으로써 그룹 전체적으로 유동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번 자사주 소각은 규모면에서 크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친화 정책의 발로로, 주주 중시 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신뢰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자사주 소각은 대주주인 오너의 입장에서도 실익이 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태우면 그만큼 의결권을 가진 주식수가 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너 측의 지분이 막강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번 소각이 두산의 주가 재평가 기대를 키우는 한편 우량한 재무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인식되면서 증권사들은 두산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려 잡았다.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기존보다 1만원씩 상향조정해 각각 22만6000원, 22만4000원을 적정주가로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3만원이나 올렸으며, 현대증권은 24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적극적인 형태의 주주가치 제고정책은 두산에 대한 투자매력을 강화시킴과 동시에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두산의 견조한 현금흐름 및 주주친화정책을 고려할 때 남은 자사주 역시 향후 2~3년 내에 소각될 것으로 전망되어 추가적인 주주가치 상승 여지는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두산은 지난 1월에도 3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바 있어 지속적인 주주 가치 증대를 고려하는 모습이다.

 

개정 상법, 자사주 소각 ‘용이’

 

한편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가능 대상이 늘어나고, 요건이 간소화되는 점도 주목된다.

오는 4월 1일 발효되는 개정 상법에 따르면 비상장회사도 직전 결산기의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상장회사의 자사주 취득만을 허용하고, 비상장회사의 자기주식 매입은 자본충실원칙을 해한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금지돼 왔다.

또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게 된다. 즉 자사주 소각에 있어 감자방식 또는 이사회 결의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뒤 주총에서의 승인을 거쳐 결의해야했던 데 비해, 처리가 수월해져 자사주 소각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 자사주 소각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출석의결권의 2/3이상과 발행주식수의 1/3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그 자체로 주주가 가진 부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의결권을 비롯해 회사의 순자산에 대한 권리가 없는 자기주식을 태운 것이기 때문.

그러나 이는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앞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높은 매력을 갖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방어나, 승계, 지주회사 전환 등을 목적으로 보유한 자사주는 특별한 목적이 있으므로 소각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목적이 아니라면 자사주 소각에 대한 필요성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지주회사들이 보유한 자사주는 이미 그러한 목적을 이룬 경우에 해당하여 소각될 여지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근 주총시즌을 맞아 주주이익 제고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자사주 소각 움직임도 연달아 포착되고 있다.

정상제이엘에스(정상JLS)는 지난 12일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오는 6월 12일까지 자기주식 24만주를 장내에서 취득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14억원 상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씨에스(KTcs)도 지난 15일 17억9200만원 규모의 자사 보통주 8만주를 사들여 소각키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해 11월 주가 저평가 대책으로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웅진케미칼도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을 통해 자사주 109억원어치를 취득했다. 이 주식의 소각과 더불어 올 하반기 추가 소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샘표식품은 지난달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120만주를 공개매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자사주 소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LG그룹 통신 3사를 합병하면서 연말까지 15.99%의 자사주를 처분키로 한 LG유플러스도 유력한 대상이다.

이 연구원은 “두산 외에도 자사주 비중이 높은 다른 종목들의 소각 가능성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안정적인 지분율, 견조한 재무구조, 대주주의 분명한 의지 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자사주 소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형주 중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보유 자사주에 대해서 소각 결정을 내릴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전체 주식 수 대비 자사주 비중이 10% 이상이고, 시가총액이 5천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태광산업 대한통운 등 26개 종목이 있다.

 

주가부양 < 차익실현

 

반면 자사주 소각이 무조건 호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우선 부채비율이 과도한 기업이 무리한 소각에 나설 경우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또 현금성 자산이 감소하면서 기업 내 유동성에 제약을 초래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에 자사주 소각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이 몇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자사주 소각 수혜전망의 한계로 지적된다. 두산은 지분율이 34%나 되는 이례적인 사례이며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규모의 소각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한편 주주의 입장에서는 주주정책의 결정권이 주총에서 이사회로 넘어감으로써 의사결정권이 침해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장기투자에 따른 배당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꼬집는다. 자사주 소각이 이뤄질 경우 확정수익인 현금배당 혜택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 자사주를 태움으로써 주가수익률(PER)이 높아지는 등 주주가치가 제고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담보되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로 두산도 자사주 소각 결정이 알려지면서 호평을 받은 데 반해 주가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종가 16만7000원을 기록한 이후 사흘간 총 1만3000원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 소액주주가 매년 배당을 기대하고 중장기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자사주 소각의 장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용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자사주 소각이라는 재료소멸 이후 차익실현에 의한 주가하락은 다소 과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사주 소각은 소각 전과 후의 기업가치와 주주 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다. 주주 부의 변동성을 완화시키면서 주주가치를 제고시킨다는 회사정책의 신뢰성이 추가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