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지배권 승계 방식 시리즈 <4> KCC
재벌그룹 지배권 승계 방식 시리즈 <4> KCC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3.19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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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의 창조”보다 “회사기회유용”으로 부(富)의 증식

2세대 수증과 회사기회유용으로 지분승계
향후 KCC & KCC건설의 지분승계가 핵심

KCC그룹의 지배주주는 정상영으로서, 현재 KCC의 미등기임원으로 명예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2세인 아들 3명이 그룹경영을 맡고 있다. 3세들은 KCC의 지분을 미미하게 보유하고 있고, 나이가 어려 경영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KCC그룹의 지배주주인 정상영은 현재 KCC명예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장남 정몽진은 KCC 대표이사 회장, 차남 정몽익은 KCC 대표이사 사장, 삼남 정몽열은 KCC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정상영은 1999년까지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았다가 2000년 장남 정몽진에게 대표이사 회장직을 물려주고, 본인은 명예회장(등기임원)을 맡았다. 2005년에는 등기임원직도 물러났으나, 여전히 명예회장(미등기임원)으로 그룹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몽진은 KCC와 KCC자원개발의 최대주주이며, 정몽익은 코리아오토글라스와 금강레저의 최대주주이고, 정몽열은 KCC건설의 최대주주이다.

<지분승계>

KCC그룹은 1958년 설립된 금강스레트를 모기업으로 한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이 1959년 금강스레트의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하다가 1970년대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정상영은 1974년 도료를 생산하는 고려화학을 설립했고, 1989년 금강의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하여 금강고려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현재 건축자재 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2008년 현대중공업과 함께 케이에이엠을 설립하여 태양광사업(폴리실리콘 생산)에도 진출했다.

KCC그룹은 범 현대그룹 가문의 일원으로 현대그룹의 지배주주였던 정몽헌이 사망하자 현대그룹을 정씨 일가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바 있고, 다른 범 현대그룹의 주요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2년 4월부터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정몽진 등의 지분승계 수단 수증과 회사기회유용

정몽진 등은 2010년 말 현재 5개 계열사 (KCC,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KCC자원개발, 금강레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핵심 계열사인 KCC 지분을 31.8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20.29%는 정상영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다.

한편, KCC와 사업적으로 연관된 계열사를 설립하였고 계열사의 지분을 정상영과 2세들이 확보하고 있다.

KCC 관련 정상영은 2000년 7월과 12월, 2002년 10월과 2004년 4월 총 네 차례에 걸쳐 KCC 지분을 2세들에게 증여했다. 2세들은 증여세를 동 주식으로 물납하지 않아 지분율은 감소하지 않았다. 정몽진이 KCC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상영으로부터 가장 많은 주식(약 100만주)을 증여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0년 4월 고려화학과 합병 당시 고려화학 지분 10%를 보유한 2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정몽진은 1992년부터 고려화학의 지분을 매입하여 보유했으며, 고려화학은 1985년 11월 상장했으므로 시장에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KCC건설 관련 정몽열은 2003년부터 장내에서 꾸준히 KCC건설 지분을 매입했으며 (약 15%), 2009년 3월 KCC건설 지분 10%를 정상영으로부터 증여받았다.

한편, 정상영은 KCC건설(구, 금강종합건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6월 KCC(구, 금강)가 보유하고 있던 KCC건설 지분 909천주(20.66%)를 주당 5,500원에 매입했다. 1998년말 주당 순자산가액이 10,249원, 주당 순이익 1,360원임을 감안할 때, KCC가 정상영에게 저가로 매도한 것으로 의심된다. 금강종합건설은 2001년 8월 일반공모방식으로 주당 7,300원에 상장됐다.

코리아오토글라스 관련 정몽익은 2003년 1월 KCC로부터 코리아오토글라스 지분 20%를 175억7천5백만 원에 매입했다. 2000년 8월 일본 아사히글라스와 합작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자동차용 안전유리 제조를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주요한 매출처는 친족그룹인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KCC와 사업연관성이 높으며,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한 회사이다. 설립 후 2002년까지 적자를 실현하였다가 2003년부터 본격적인 매출과 이익을 실현했다. 그런데, KCC는 2003년 초 스스로 일부 지분을 포기하고 정몽익에게 액면가 이하로 매도하였다. 현재 연 19%의 높은 수익률을 볼 때, 정몽익이 KCC의 자산을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CC자원개발 관련 정몽진 등은 1990년 설립 시 출자하여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KCC자원개발(구, 고려시리카)은 1990년 12월에 설립되어 유리의 주원료가 되는 규사 등 광물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은 유리를 제조하는 KCC와의 거래이다. 설립 당시 KCC가 사업 연관성이 높으므로 100% 자회사로 설립하지 않고 지배주주가 40%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한 것은 스스로 사업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KCC자원개발은 정몽진과 정몽열에게 매년 광업권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정몽진 등이 언제, 어떻게 광업권을 확보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만일 회사 설립 당시 회사가 이를 취득하지 않고 지배주주에게 취득하도록 했다면, 이 역시 지배주주가 회사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본지 882호 [단독] 정몽열 KCC건설 사장, ‘꼼수경영’ 논란 <1> 참조).

위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 정몽진 등 3형제가 보유한 계열회사들의 지분가치는 총 1조4천4백4십7억8천6백만 원이다. 이 들의 지분가치 대부분은 KCC 지분에 의한 것으로, KCC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지분가치의 무려 91.52%나 된다. 정몽진 등의 지분가치 합계는 정상영의 지분가치 4천2백9십9억4천만 원의 336%에 해당되어 지분승계가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향후 승계 방향>

지분승계

KCC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KCC의 지분승계와 독자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KCC건설의 지분승계가 핵심이다.

정상영은 2000년부터 꾸준히 정몽진 등에게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염두에 두고 계열사 지분을 증여했다. 즉, 정몽진과 정몽익에게 KCC의 경영을, 정몽열에게 KCC건설의 경영을 맡길 계획으로 지분을 승계했다.

KCC의 경우, 정상영이 아직 KCC 지분 10%을 보유함으로써 정몽진과 정몽익이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 정상영은 정몽진이 별 탈 없이 KCC를 경영해 나간다면, 정몽진이 KCC의 최대주주로서 KCC를 경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세 형제의 지분가치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KCC 지분 10%를 정몽익과 정몽열에게 분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몽진이 그룹 경영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상영은 언제든지 KCC의 최대주주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KCC건설의 경우, 이미 정몽열에게 최대주주와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주었다.

경영권 승계

이상의 여러 가지 사안을 감안해 볼 때, KCC그룹의 경영권은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정몽진에게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승계도 거의 완성되었으며, 세 형제의 그룹 내 역할도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몽열은 비록 그룹의 우산 속에는 있지만 KCC건설을 독자적으로 경영할 것이다. 현재 정몽익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으나, 정몽익은 정몽진을 보좌하면서 KCC를 공동경영하고, KCC와 KCC건설 이외의 계열사에서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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