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FRS와 거래소의 공시 규정의 차이 투자자들 피해본다
K-IFRS와 거래소의 공시 규정의 차이 투자자들 피해본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3.19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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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IFRS 영업수익 매출로 인정 안 돼
순이익 130억 `알짜`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순자산 3000억 원, 연간 순이익 130억 원을 기록 중인 ‘알짜’ 상장사가 부실기업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K-IFRS와 한국거래소의 공시 규정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거래소는 14일 유가증권 상장사인 다함이텍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망성을 알리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작년 연간 매출이 50억 원에도 못 미쳤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간 매출 50억 원 미만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주식의 신용거래가 금지되고, 대용유가증권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

결국 다함이텍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 때문에 급락했다. 14일 다함이텍은 전일 대비 1350원(6.18%) 내린 2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다함이텍은 배당수익이 매출액에 포함될 수 없다는 거래소 공시규정에 따라 기존에 공시한 매출액 68억 원을 3억5000만원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 50억원 미만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되며, 향후 사업보고서에서 이 내용이 확정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매출 50억 원 미만이 다음해에도 계속되면 상장폐지된다.

다함이텍은 과거 지주회사로 주로 투자업무를 통해 수익을 거뒀으며 현금성 자산이 많은 회사로 알려졌다. 2010년까지 지주회사였던 다함이텍은 지난해 3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 다함넷, 제니아, 제생토건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는 자산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이고,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자회사에 투자하고 있어야 한다. 다함이텍의 2010년 기준 자산총액은 2911억 원이었으나 자회사 투자금액은 1300억 원 수준으로 50%를 넘기지 못했다.

다함이텍은 지난해 68억 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외부감사를 맡은 이촌회계법인은 K-IFRS를 적용해 임대수익 3억2700만원, 제품 매출 2200만원에 배당액 64억9300만원까지 모두 영업수익으로 잡았다. K-IFRS에서는 재무제표를 쓸 때 투자기업의 배당을 영업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다함이텍은 이 영업수익을 그대로 매출액으로 기재, 지난달 9일 공시까지 했다. 영업수익은 매출액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배당금을 매출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다함이텍에 기존 공시를 정정할 것을 요구했다. 상장 및 공시 규정에 따르면 배당수익은 매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함이텍은 이에 따라 최근 ‘재화의 판매 및 용역 제공에 따른 수익’만 따로 떼어 3억5000만원으로 매출을 정정했다.

관리종목은 부실기업의 다른 이름으로 통한다. 하지만 다함이텍은 부실과 거리가 멀다. 이 회사는 과거 카세트테이프 레코더 등을 제조·판매했지만 현재는 투자가 주된 사업이다.

작년 말 기준 3200억 원의 자산 대부분이 현금성 투자자산이다. 3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굴리면서 꾸준히 투자수익을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에만 131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다함이텍이 99%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다함넷도 투자를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다함넷은 2008년 초 충북 충주의 27홀 규모 중원골프장을 1367억 원에 매각한 뒤 이 자금을 주로 운용해왔다. 2010년 초엔 한국계 미국 은행인 새한은행의 모기업 새한뱅콥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새한뱅콥은 하나금융지주가 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조만간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다함이텍이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주사로 인정받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 등의 매출을 연결로 잡을 수 있어 관리종목 지정 사유인 매출액 50억 원 미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회사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01억 원이다.

이렇듯 다함이텍은 해결책이라도 있어서 다행인 상황이다. K-IFRS와 거래소의 공시 규정의 차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기업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함이텍과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거래소는 K-IFRS 기준에 따라 거래소 공시규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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