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협회, 금감원 '낙하산 인사' 몸살
민간 금융협회, 금감원 '낙하산 인사' 몸살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3.12
  • 호수 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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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낙하산 전성시대

은행연합회 부회장에 금감원 부원장보급 인사 내정
금감원, 고액연봉 보장되는 협회 임원직 자리 노려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인사’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감원 임직원들이 금융회사 감사 자리로 가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면서 은행연합회·손해보험협회 등 민간 금융협회의 임원자리로 방향을 바꿔 낙하산 관행을 계속 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민간 금융협회의 핵심 임원 자리에 인사 배정을 받기 위해 아예 대놓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내부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당국의 일방통행식 처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금융협회 측은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거부할 경우 ‘보복’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속으로 앓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실 은행연합회 노조 위원장은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를 저지하기 위해 위원장 삭발식과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노조가 우려했던 방향대로 낙하산 인사가 진행됐다”며 “연합회는 회원은행을 대변하고 여러 측면에서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정부나 기재부 등의 압박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회원사 사이에서 금감원 출신 부회장으로서 연합회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지켜보고 평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낙하산 출구 찾는 금감원

지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 후임으로 김영대 금감원 부원장보가 낙점됐다. 회원은행들의 서면 결의 등을 거쳐 조만간 은행연합회 부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당초 은행연합회 노동조합은 ‘금감원의 낙하산 인사 저지 규탄대회’를 열고 정용실 은행연합회 노조 위원장의 삭발식을 거행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은행연합회 노조는 당시 “낙하산 인사는 감독기관과 피감기관을 병들게 하는 우리사회의 암으로 철회돼야 한다”며 “금감원 낙하산을 강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지자 “은행연합회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며 “회원사가 원치 않을 경우 내려보내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금감원 출신 인사가 내정돼 감독당국의 의도대로 결론이 났다.

금감원 “업계에 긍정적 효과”

또 금감원은 앞서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으로 박원호 금감원 증권담당 부원장을 내정하기도 했다. 규제기관 출신 간부가 자율규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금융권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1월에는 손해보험협회 상근부회장에 장상용 전 금감원 감사실 국장을 선임해 낙하산 비난을 샀으며 특히 손보협회 부회장 자리는 전임자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교체된 것으로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밥그릇 챙기기’ 논란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오랜 기간 금융권을 감독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업계에서도 금감원 인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적임자가 갈 경우 무조건 낙하산 인사라고 매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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