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의 2막이 시작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횡령사건이 불거지면서 하이마트 매각에 차질이 예상된 것. 이에 재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 회장의 비리 혐의가 커질수록 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권 확보에 다시금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선종구 회장의 끝이 보이지 않는 횡령
선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줄줄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일 대검 중수부(부장 최재경)는 선 회장이 회사에서 횡령한 자금을 미국 베버리힐스에 위치한 고급주택 구입에 사용한 혐의(재산 해외도피)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고급주택의 명의가 아들 선현식(36)씨로 드러나면서 선 회장의 횡령 사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은 선 회장의 횡령 자금이 선 회장이 지난 2005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갖고 있던 하이마트 지분 13.97%를 매각하고, 2007년 말 AEP가 유진그룹에 회사를 되파는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통해 빼돌린 돈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선 회장은 당시 확보한 자금으로 골프장 개발에도 투자한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하이마트 협력사 직원들을 조사한 결과 선 회장이 리조트 사업과 관련, 분양승인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회원권 구입을 강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협력사들에게 강매한 회원권 액수는 200억 원 이상이며,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이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검찰은 선 회장이 골프장 사업을 재산 해외도피와 불법 증여의 창구로 삼았을 개연성이 크다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게다가 선 회장의 아들과 딸이 보유한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로 밝혀지면서 선 회장 일가가 해외를 통해 빼돌린 자금을 이 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거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검찰 또한 선 회장의 아들과 딸 회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 회장이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등 유럽 국가들을 통해 투자 형식으로 빼돌린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돈 세탁을 거쳐 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과 함께 이들 회사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불법증여와 탈세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하이마트 단독 경영 찬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 회장의 비리 혐의가 커질수록 유 회장의 하이마트 단독 경영권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유진그룹에게 하이마트는 유진그룹의 전체 매출 70%를 차지할 만큼 주력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 회장의 목표인 ‘2020년까지 재계 20위권 진입’을 실현시켜 줄 유일한 돌파구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철인 CEO’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동안 유 회장은 중소 레미콘업체에 불과했던 유진그룹을 20여년 만에 재계 30위권까지 진입시킨 인물이다. 재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면 유 회장에게 하이마트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유 회장이 ‘매각’을 포기하고 ‘경영권 확보에 다시금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외형 키우는 유진그룹
한편 유진그룹의 전신은 유 회장의 부친인 유재필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영양제과공업이다. 유 명예회장은 군부대에 건빵을 납품해 모은 자금으로 1984년 레미콘 사업에 뛰어들어 유진기업을 세웠고 유 회장은 이듬해부터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유진그룹은 눈에 띠는 성장세를 보이며 기업을 키워나갔다. 1986년 58억 원에 불과했던 그룹 전체 매출은 2005년 8500억 원으로 커졌고 지난해는 금융부문을 총 5조원 이상 예상할 만큼 외형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유진그룹이 같은 위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 회장이 추진한 과감한 M&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유진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고배를 마셨으나 이듬해 1761억 원을 투자해 유진투자증권(옛 서울증권)과 로젠택배(인수가 300억 원), 한국통운(200억 원), GW물류(40억 원)를 연이어 인수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7년 말 하이마트 인수에 9500억 원을 써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