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빵집 몰아낸 동네빵집서 일깨운 자영업 생존방식
대기업 빵집 몰아낸 동네빵집서 일깨운 자영업 생존방식
  • 손부호 기자
  • 승인 2012.02.27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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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품질을 높이는 철저한 장인정신
제품 신선도를 높이고 서비스도 강화

재벌로 표현되는 0.1% 부의 집중이 한국 사회의 병폐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이 무분별하게 만든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고 있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구매력을 앞세워 막대한 유통 마진을 챙기면서 소상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소상인들은 모든 면에서 약자다.

빵집,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 골목 상권에 범람하는 프랜차이즈 점포들은 화려한 인테리어와 엄청난 광고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에 기존 상권들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도시 아파트 단지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빵집들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끈기로 성공을 이룬 이들도 적지 않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골목 상권을 휩쓸고 있는 요즘 건실한 동네 빵집이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에 있는 동네 빵집 ‘쉘브르’ 에 가면 이러한 상식이 파괴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의 승부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동네빵집’ 이기 때문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결국 손님들은 다윗의 손을 들어주었다.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명식품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뜨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쉘브르로 몰려갔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파리바게뜨는 결국 영업시작 7개월 만인 지난달 문을 닫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전국에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이 있는데 골목상권에서 밀려 폐업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쉘브르가 대기업 빵집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장인정신에 있었다. 맛과 품질을 높이는 데 전력을 쏟고 동네 빵집만의 넉넉한 인심도 아끼지 않았다.

“대기업 빵집이 동네 빵집을 다 잡아먹는다는 뉴스만 보다가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매출은 순식간에 반토막 났지요.”

쉘브르 대표는 가슴 졸였던 시간의 기억을 힘겹게 털어놓았다.

제빵사 남편과는 1992년 결혼, 이듬해 빵집을 열어 그동안 걱정 없이 지내왔다. 지난해 난데없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치고 들어오면서 생애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생계에 위협을 받다 보니 밥맛이 없고 잠을 제대로 못자 한 달 새 몸무게가 4㎏이나 빠졌지요.”

하지만 굴하지 않았다. ‘대기업 빵집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남편과 다양한 영업전략을 논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대기업 가맹점과 겹치는 제품은 10% 할인해 판매하고 품목에 따라 양도 배로 늘렸다. 대기업 가맹점이 취급하지 않는 제품은 품질과 식감을 높여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영업시간도 밤 12시에서 새벽 1시30분까지로 연장했다. 제품의 신선도를 높이고 서비스도 강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고객들이 파리바게트가 아닌 쉘브르로 몰린 것이다.

쉘브르에서 만난 고객들은 “10여년간 꾸준히 이용하고 있는데 빵맛이 뛰어나고 양도 넉넉하다. 수시로 덤까지 얹어주니 자연히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거대 식품기업에서 운영하는 제빵 가맹점이 ‘동네 빵집’과의 싸움에서 밀려 문을 닫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자영업자 빵집은 2003년초만 해도 1만8000여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 1만4000여개로 급감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쉘브르의 승리는 골목 상권의 희망의 불씨가 됐다. 최소한 빵 만큼은 제품의 신선도 및 차별화와 서비스를 강화하면 대기업 상권도 물리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준 것이다.

커피전문점, 편의점 등도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한탄만 하지 말고 빵집 쉘브르의 사례를 바탕으로 골목 상권만 발휘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일한 자세를 버리고 살아남기 위해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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