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대명사 전락…고배당율 최대 90%
계열사 지배력 ‘국내 최강’…3세 경영세습도 시작
KCC 오너일가가 편법 경영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자회사 KCC자원개발로부터 ‘광업권’을 헐값에 사들인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오너일가가 ‘꼼수 경영’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CC그룹은 현재 2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9개가 국내 주요 계열사다. KCC건설, KCC자원개발, 코리아오토글라스, 금강레저, 케이에이엠, 완주흰여울, 보령흰여울, 미래 등이 바로 KCC그룹을 자산순위 31위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이중 오너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KCC자원개발, 코리아오토글라스, 금강레저의 매출 대부분이 지주격 회사인 KCC와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 지원성 거래를 통해 오너일가 ‘부 축적’에 얼마나 많은 일조를 했는지 그 심각성을 여실히 증명해 보인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정몽진 KCC 회장이 ‘희망 파트너’라는 슬로건 아래 대리점, 회원사,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을 강조한 것과 상반돼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사 기회 유용’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성 거래’가 만연해 있는 KCC 오너일가의 ‘부의 증식’ 과정을 들여다봤다.
‘지원성 거래’ 매출 무려 80%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자원개발의 매출액 중 최소 80%에서 최대 90%가 관계사와의 거래매출인 것으로 드러났다. KCC자원개발은 지난 2010년 매출액 334억원 가운데 KCC와 거래 매출이 267억원을 차지, 80% 가까운 의존도를 보였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218억원 매출액 가운데 KCC와의 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203억원에 달해 관계사 거래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의 사례다. 정몽진 등 오너일가는 1990년 설립 당시부터 지분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듯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만큼 지원성 거래가 더 활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KCC자원개발은 현재 오너일가가 총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8.60%, 정몽진 KCC 회장이 1.26%, 정몽익 KCC 사장이 0.1%,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0.04%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60%는 KCC (정상영, 정몽진, 정몽익, 정몽열)가 소유, KCC자원개발의 수익과 이로 발생된 배당금 모두가 오너일가에게 집중되고 있다.
KCC자원개발의 최근 5년간 당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매년 20억~50억원 안팎의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와 함께 매년 15억원씩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곧 오너일가에게 매년 안정된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셈.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부수익률(IRR) 방법을 통해 오너일가의 투자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오너일가 삼형제 모두가 연평균 15%의 투자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정몽진 회장은 지금까지 61억7600만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으며, 정몽익 사장은 1600만원, 정몽열 사장은 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KCC자원개발은 유리의 주원료가 되는 규사 등 광물을 제조, 판매하고 있어 매출의 대부분이 유리를 제조하는 KCC와의 거래”라며 “때문에 사업연관성이 높으므로 KCC가 100%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오너일가가 40%의 지분을 보유하도록 한 것은 스스로 사업기회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회사기회 유용으로 차익 실현도
골프장 운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금강레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몽익 사장이 36.35%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가운데, 정몽진 회장이 28.25%, 정몽열 사장이 9.40%, 정상영 명예회장이 2.5%를 보유, 오너일가가 총 76.5%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KCC가 20.5%를, 나머지 3%는 KCC건설이 보유,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막강하다.
금강레저의 관계사 역시도 KCC,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로 이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액이 지난 2008년 1억7536만원에서 2009년에는 3억7732만원, 2010년에는 4억 3917만원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안전유리 제조업체인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KCC가 40%의 지분을, 정몽익 사장이 20%를 가지고 있다. 주요 매출처가 비록 KCC는 아니지만 친족그룹인 현대자동차에 70%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코리아오토글라스의 2008년~201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당기순이익은 222억원, 2009년 242억원, 2010년 297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와 함께 매년 80%가 넘는 고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2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 평균 85%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배당금이 2006년부터 지급된 것을 바탕으로 계산할 경우, 정몽익 사장은 그동안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통해 210억원 가까운 부를 거둬들인 셈이 된다.
더 큰 심각성은 정몽익 사장이 취득한 지분 매입과정이 개운치 않은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코리아오토글라스는 2000년 8월 설립 후 2002년까지 적자를 실현하다 2002년 KCC에게 유망한 사업부문을 양도 받은 후 그 다음해인 2003년부터 본격적인 매출과 이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정몽익 사장이 지분을 매입한 시기가 바로 이 때, 2003년 1월 지분 20%를 주당 1만7575원에 사들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KCC는 2003년 초 스스로 일부 지분을 포기하고 정몽익 사장에게 액면가 이하로 매도했다. 연재 정몽익 사장이 향유하고 있는 연 19%의 높은 수익률을 볼 때 정몽익 사장이 KCC의 자산을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KCC가 스스로 지분 포기는 물론 계열사에 영업 양도해 매출상승 기반을 마련한 후 지배주주가 지분을 인수, 차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피해는 소액주주에게 고스란히
이 같은 주식 매입 방법은 비단 정몽익 사장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KCC가 가지고 있던 지분이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저가로 매도된 의혹이 제기된바 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KCC건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999년 6월 KCC(구 금강종합건설)가 보유하고 있던 KCC건설 지분 20.66%를 주당 5500원에 매입했다. 1998년 말 주당 순자산가액인 10249원, 주당 순이익이 1360원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KCC가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저가로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한 대목이다.
이렇게 취득한 정상영 명예회장의 지분 중 10%는 2009년 3월 정몽열 사장에 증여, 정몽열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는데 일조한다.
이는 삼형제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재 정몽진 회장 등 삼형제가 보유한 계열사들의 지분가치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총 1조4447억8600만원에 달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이들의 대부분은 KCC지분에 의한 것으로 KCC 지분가치 합계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지분가치 (KCC 10%, KCC건설, 5.68%, KCC자원개발 1.26%, 금강레저 2.5%) 4299만4000만원의 336%에 해당, 지분 승계가 거의 완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오너일가의 지분은 미성년인 3세들에게도 주어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상영 명예회장의 미성년자 손자 세명이 KCC의 지분을 획득한 것은 2006년 2월. 정몽진 회장의 장남 정명선(1994년생)군이 0.43%, 정몽익 사장의 장남 정제선(1998년생)군이 0.26%, 정몽열 사장의 장남 정도선(1995년생)이 0.17%를 취득했다. 이 외에도 정몽진 회장의 장녀 정재림(1990년)양이 0.06%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매년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CC그룹의 경영권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정몽진 회장에게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승계도 거의 완성됐을 뿐더러 세 형제의 그룹 내 역할도 거의 확정적이기 때문”이라며 “3세들에 대한 경영권 승계 또한 이미 어느 정도 구상을 마쳐 일찌감치 그 구도를 다지기 위한 행보에 돌입했다”고 해석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들 오너일가가 향후에도 ‘지원성 거래’ ‘회사기회 유용’ 등의 행위를 더 공고히 하고 부의 증식에 더 힘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배구조의 사익추구 행위는 그 해당회사의 소액주주에게 막대한 손해가 고스란히 귀결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규율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소액 주주들의 주주권행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주주권이 확대되어 주주대표소송 등 사후적인 조치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