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 독단적 인사 감행
김중수 한은 총재, 독단적 인사 감행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2.20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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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재 외부측근 추천…“파격인가, 파행인가”

KDI 시절 측근, 한은 부총재로 임명 '유력'
노조 “외부인사 임명 될 경우 집단 대응”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파격적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여 한은 내부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오는 4월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부총재 자리에 사실상 외부인사나 다름없는 김준일 한은 경제연구원장을 추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한은 부총재 자리는 한은 역사상 전례가 없을 만큼 부총재보 또는 임기만료를 앞둔 임원들의 자리로 여겨왔던 터라 만일 김 원장이 낙점된다면 내부 직원들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노조 “한은 위상 격화”

지난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김 총재는 이 부총재 후임으로 김 원장과 박원식 부총재보를 지난 달 말 각각 1, 2순위로 청와대에 추천했다. 한은 부총재는 총재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2순위 후보가 낙점을 받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김 원장이 부총재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과 국제통화기금 부과장을 지냈다.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을 거친 김 총재와는 인연이 깊다. 김 원장은 김 총재가 한은에 취임한 지난 2010년 12월 한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은인이 된지는 1년 밖에 안돼 한은 직원들에게 김 원장은 사실상 외부인사 다름없는 셈이다.

외부인사가 부총재 자리를 꿰차는 것은 한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만일 김 원장이 부총재에 오르게 되면 비한은 출신인 김 총재와 더불어 한은의 1․2인자가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지게 된다.

한은 내부 직원들은 이번 인사가 파격을 넘어 파행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순혈주의를 깨겠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60년 조직의 뿌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독선을 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부총재 자리를 외부인사로 채운다는 점도 문제지만 직급이 부총재보 대우에 불과한 경제연구원장을 부총재보를 뛰어넘어 부총재로 한번에 두 단계씩 올리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한은 노조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부총재는 금통위원을 겸하면서 한은 내부 경영을 총괄하기 때문에 한은의 역사와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내부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은은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외부인사가 부총재가 되면 국민과 시장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돼 한은의 위상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해 김 총재가 외부인사 임명을 강행할 경우 집단 대응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사실 김 총재의 파격적인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비서실장에 상고 출신을 임명했고 국장급 보직에 2급인 부국장급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승진 예정자 발표에서는 외부 출신이 처음으로 2급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이 아닌 임원 인사에서 '파격'을 지향하는 것에 대한 눈초리는 따갑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 직원 인사는 '파격'이 활력이 될 수 있겠지만 임원 인사에서는 정치력이 작용할 수 있어 경계된다”고 지적했다.

친정체제 구축?

이번 인사는 김 총재가 남은 임기 동안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정권이 바뀌는 것에 대비한 자기 보완적 인사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부총재와 더불어 부총재보 인사마저도 파격적으로 단행했다.

부총재보 임명권한을 한은 총재가 가지고 있는 만큼 한은 총재의 생각을 확실하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총재는 오는 4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천․장병화․이광준 부총재보의 후임으로 강준오 기획국장, 강태수 금융안정분석국장, 김종화 국제국장을 내정했다.

강준오․강태수 국장은 지난해 ‘한은법’ 개정을 관철시킨 일등공신이다. 특히 김 국장은 김 총재 취임 후 김 총재가 직접 발탁한 인물로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국장으로 승진 한 지는 1년여 밖에 안 된 인물이다.

김 총재는 심지어 임기가 1년 넘게 남아 있는 정희전 정책기획국장에게 민간금융기관으로의 이직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기존 인물들을 내치고 친정 인사로 주변을 꾸리고 있다는 내부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은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로 부총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던 민성기 금융시장국장과 김재천 부총재보 등 고참 국장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실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파격도 어느 정도 원칙이 지켜지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조직의 지지를 받는 법”이라며 “총재가 바뀔 때마다 인사의 근본 원칙이 무너지면 누가 묵묵히 통화정책을 수행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은의 총재와 부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의 당연직인 만큼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하는데 김 총재는 이 같은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김 총재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 출신까지 부총재로 임명된다면 사실상 금통위는 정부기관이나 다름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구인 금통위가 정부인사로 채워지면 독립성 훼손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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