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 회장, 신경분리 앞두고 ‘난관’
최원병 농협 회장, 신경분리 앞두고 ‘난관’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2.20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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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체계 입지 ‘흔들’

정부출자 2억원 놓고 ‘신경전’
“내달 전까지 해결 안될 수도”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신경분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자본조달을 놓고 해당 기관들과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다른 시중 은행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초 마무리 짓기로 한 자본조달금의 출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출자 지분이나 출자 방식을 놓고 관련부처와 농협 간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

결국 새로운 농협은 정부의 출자 지원 없이 먼저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조원 출자 대상 합의해야

농협은 내달 2일 1중앙회, 2지주(경제지주․금융지주)로의 재출범을 앞두고 있다. 농업․축산 장려 사업을 하는 경제부문과 은행․보험 등 금융사업을 하는 신용부문을 별개의 지주회사로 나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농협은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용부문의 부족 자본금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신경분리에 필요한 자본금은 총 27조 4200억원으로 농협은 정부에 6조원을 요청했지만 국회와 정부는 5조원만 지원키로 정했다.

이중 3조원은 농협이 채권 발행 등으로 마련하면 정부가 이자만 내주기로 했고 나머지 2조원은 유동화가 가능한 현물로 주기로 했다.

문제는 5조원 가운데 2조원의 출자 방식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나머지 2조원을 한국도로공사 주식처럼 비상장, 비수익 주식으로 출자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농협은 기업은행, 산업은행 주식처럼 현금화가 쉬운 주식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정부는 정부 소유의 산은·기은은 올해 민영화가 예정돼 있고 이미 매각대금이 국가 예산에 잡혀 있어 농협에 현물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산은․기은의 주식으로 출자를 하더라도 농협중앙회 산하에 새로 생길 금융지주사에 직접 출자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회에 출자하게 되면 신경분리라는 농협개혁 취지에 어긋나고 배당도 받을 수 없을 뿐더러 경영 감시 차원에서라도 금융지주사 지분의 일부를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협은 정부가 모두 농협중앙회로 출자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래야 외부의 입김 없이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지주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라며 “농협의 자율성을 위해 중앙회에 출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은행지주가 농협 금융지주에 출자하면 다른 은행 지분 5%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지주사법을 어긴다며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산은․기은 주식을 금융지주에 출자한다고 해도 금융지주사법에 의해 최대 1조원만 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정부와의 실랑이에 농협 및 금융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정부가 농협에 약속한 현물출자 약속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농협 신경분리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유동화 가능한 2조원 현물출자를 해주지 않으면 농협 금융지주의 정상적 출범은 불가능하다”며 “여야 합의에도 불구, 정부가 도로공사 같은 비상장 주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농협 신경분리는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라며 “더 늦기 전에 농협 신경분리 강행의 주범인 농식품부가 책임을 지고 농협 신경분리 연기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부문 쏠림 현상’ 해결책은?

신경분리로 인해 2만여명을 넘기게 된 농협 직원들의 희망부서 쏠림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농협 직원들의 희망부서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신경분리 이후 신용부문보다 농산물유통 등을 담당하는 경제부문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는 직원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 분야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이는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 하고 초반에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농협은행 또는 농협보험으로 이동하면 시중은행 및 보험사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데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협 임원진의 전원 사의 표명으로 인한 경영 공백도 문제다.

지난 9일 이덕수 농업경제 대표, 남성우 축산경제 대표, 신충식 전무이사 등 임원 3명이 사표를 제출한 것에 이어 지난 10일에는 김태영 농협신용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수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앞서 사임한 임원들과 행보를 같이 하고 새로운 농협이 시작하는 만큼 경영진도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는 생각에 사임의 뜻을 밝혔다.

이는 최 회장의 연임과 사업구조개편이 맞물리면서 최 회장이 새 임원진을 구성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농협은 오는 21일 농협중앙회 총회에서 후임 임원진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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