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인 J에게" - 그녀의 웃음소리 뿐
"나의 연인 J에게" - 그녀의 웃음소리 뿐
  • 김충교
  • 승인 2012.02.20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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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가드>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지난 1992년 개봉된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미국 영화입니다.

제목과 달리 스토리는 말 그대로 신파조입니다.

영화 속에서 휘트니 휴스턴은 정상을 달리는 뮤직 스타로 나옵니다.

실제의 그녀와 배역이 다르지 않습니다.

톱 가수인 그녀의 신변안전을 책임지는 게 보디가드인 케빈 코스트너입니다.

케빈 코스트너는 배역에 걸맞게 냉정합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습니다.

자신의 임무 이외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어쩔 수 없는 남녀에 불과합니다.

감정이 생기고 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됩니다.

쉽게 말해 서로에게 애정이 생긴 것이지요.

여자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남자는 무표정으로 감정을 숨깁니다.

관계가 관계인지라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여자의 공세에 남자는 절도를 유지하면서 거절의사를 표합니다.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한 나름의 선택입니다.

범부였다면 그냥 질러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디가드는 어디까지나 프로입니다.

프로는 아마추어처럼 굴지 않습니다.

영화는 매력남 케빈 코스트너의 진가를 멋있게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래도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스토커의 총구가 휘트니 휴스턴을 향하는 순간이 옵니다.

보디가드는 몸을 던져 대신 총에 맞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나이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세상 모든 여자가 꿈꾸는 로망일 겁니다.

내게도 저런 남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성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고의 신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에 케빈 코스트너라는 미남 배우가 배역을 맡았으니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휘트니 휴스턴이라는 당대 최고의 가수가 상대역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영화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는 대박이었습니다.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는 앨범 판매량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제목만 들어봐도 사서 듣고 싶어질 마음이 저절로 생기거든요.

거기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휘트니 휴스턴이 직접 부른 노래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본 것은 아주 오래 전입니다.

감미로우면서도 애조가 깃든 OST가 지금도 귓전을 스치는 듯합니다.

그렇고 그런 스토리로 볼 수도 있지만 영화 자체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갑자기 영화 <보디가드>가 생각난 것은 물론 우연은 아닙니다.

휘트니 휴스턴이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일세를 풍미한 그녀는 너무도 일찍 세상을 등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그녀입니다.

남부러울 것 없어보였던 그녀에게도 아픔이 있었더군요.

새삼 세상살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미 어워드를 휩쓸고 빌보드차트를 연속 석권하던 휘트니 휴스턴입니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앨범 판매량도 기록한 당사자입니다.

그럼에도 이제 그녀의 노래만 남게 되었습니다.

휘트니 휴스턴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불현듯 떠오른 노래가 있습니다.

음악방송의 황제라고 할 수 있는 가수 이문세의 명곡 ‘그녀의 웃음소리 뿐’입니다.

딱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모습은 사라져도 목소리는 머릿속에 남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음주가무를 즐기던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는 분위기를 띄워야하는 자리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방에 가면 줄창 불러댔습니다.

분위기 해친다는 핀잔도 많이 들었습니다.

가라앉는 분위기의 곡이거든요.

그래도 요즘 로커 김경호가 불러 다시 뜨고 있어 반갑습니다.

물론 가사의 의미가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메아리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뒷맛이 있습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하긴 성인들 중에는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니 웬만하면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나의 마음속에 항상 들려오는 그대와 같이 걷던 그 길가의 빗소리.

하늘은 맑아 있고, 햇살은 따스한데 담배연기는 한숨되어.

하루를 너의 생각하면서 걷다가 바라본 하늘엔

흰 구름 말이 없이 흐르고 푸르름 변함이 없건만’

지금은 없는 사람과 함께 걷던 길이 있습니다.

그때는 비가오고 있었습니다.

시림은 잊을 수 있지만 그 빗소리는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속에 항상 들리고 있습니다.

‘어느 지나간 날에 오늘이 생각날까.

그대 웃으며 큰 소리로 내게 물었지.

그날은 지나가고 아무 기억도 없이.

그저 그대의 웃음소리 뿐’

흔히 우리는 오늘을 기억하라고 말하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특별한 의미가 있으니까요.

특히 연인들에게 오늘은 먼 미래에도 꼭 기억해야 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기억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시간과 함께 이미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소리는 남는다는 겁니다.

휘트니 휴스턴은 떠났지만 그녀의 노래는 남아있듯이 말입니다.

해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어딘가로 떠나오면 과연 그곳엔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노랫말처럼 기억은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다만 들리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머리나 마음속에 선명한 소리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
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소리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우선 우울하고 슬픈 소리로 남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기쁘고 즐거운 소리로 남아야 될 겁니다.

그런데 오늘 하루도 기쁨과 즐거움 속에서 살지 못한 것 같군요.

이러다가 아무런 소리의 흔적도 남기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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