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씨티은행장, 무너진 ‘리더십’
하영구 씨티은행장, 무너진 ‘리더십’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2.13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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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눈치보기 ‘급급’…직원들 사기 ‘바닥’

무원칙 경영으로 은행 위상 급추락
고배당․고액연봉 잔치…사회공헌은?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의 구조조정 압박에 무원칙한 대응으로 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가 하면 100억이 넘는 고액연봉에도 사회공헌 비용은 계속 줄여 미국 본사 거수기 역할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하 행장은 국내 시중은행 중 ‘최장기 최고경영자’로 지난 2001년 취임해 2004년 한미은행 인수 당시만 해도 성공적으로 융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경영난에 처하며 크게 휘둘리는 모습이다.

씨티그룹의 ATM으로 전락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1년 하 행장 취임 당시 21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이후 10년 만인 지난해 영업이익 5528억원을 기록해 160%정도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씨티은행은 국내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갈수 있었음에도 불구, 매년 벌어들인 수익을 모기업인 미국 씨티그룹에 송금하기 급급했다.

하영구 은행장 <뉴시스>
지난 2004년 한미은행 인수 후 200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00억원 안팎의 고배당이 이뤄졌다.

특히 씨티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지난해에는 12월 결산이 끝나기도 전에 사상 최대인 1299억원의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위험관리를 위해 고배당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있음에도 불구, 하 행장은 보란 듯이 고배당을 감행한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4․4분기 실적이 악화되자 서둘러 중간배당을 결정한 것 같다”며 “씨티은행이 미국 씨티그룹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한국씨티은행을 지목, 고배당과 관련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위해 서류검토 작업을 마쳤으며 오는 20일게 현장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사상 최대의 배당을 감행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 질 것”이라며 “씨티은행의 배당금 1299억원이 씨티그룹으로 넘어갈 경우 이 돈이 어떤 용도로 쓰이고 얼마나 해외로 송금되는 지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행장 연봉 10억 추정

고배당과 함께 고액연봉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 행장의 연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등기이사 1인당 평균 지급액이 7억3400만원인 것으로 보아 1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이 10억원 안팎, 시중은행장들의 연봉이 5억원 안팎 수준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하 행장은 12년째 행장직을 맡고 있어 이미 100억원이상의 연봉을 챙긴 것으로 추측된다.

씨티은행은 이러한 고배당, 고액연봉 잔치를 벌이면서도 사회공헌 금액은 되려 계속 줄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지난 2010년 사회공헌 총 투자금액은 28억원에 불과해 2008년 35억원에 비해 7억원이나 줄었다.

사회공헌 계획을 요란하게 발표하고 있지만 예산은 늘리지 않은 채 직원들을 동원해 ‘몸으로 때우기식’ 행사에 치우치고 있는 것.

국내 은행들이 사회공헌 예산과 활동을 매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700~800억원대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한 데 이어 올해에는 20%가량을 올려 많게는 900억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 하 행장은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마저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현재까지 모두 두 차례에 걸쳐 4027억원을 출연해 총 4조5914억원을 보증 지원했다. 그러나 시티은행의 특별출연 실적은 0원 이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당국과 여론의 압력에 무덤덤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시중은행들에 대한 사회공헌 확대 압력은 강해지고 있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본사 핑계를 대며 같은 수준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진금융 ‘옛 말’

하 행장은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하며 ‘가장 한국적인 은행’을 모토로 내걸고 토착화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최장기 최고경영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화려함을 자랑하던 하 행장이지만 최근 씨티은행을 보면 은행의 위상은 오히려 뒷걸음질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하 행장은 한미은행과의 합병 당시 “7%이던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을 수년 내에 10%까지 끌어올려 메이저 은행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9월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4%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 행장은 지난 2010년에도 “양적 성장 없이는 수익 성장도 없다”며 “지점 수를 20%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빈말이 됐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지난해 점포수는 220개로 한미은행과 통합된 2004년 이후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

올해도 씨티그룹의 비용절감 요구에 따라 신규 지점 9곳을 개설하려던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씨티은행의 위상이 약화된 것은 하 행장이 본사 눈치보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하 행장이 행장직을 유지하는 동안 지나치게 본사에 신경 쓴 나머지 정작 내부적으론 리더십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지나치게 수세적인 경영방식 또한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원칙없는 행보…직원들 신뢰 잃어

하 행장의 리더십 논란이 고조되면서 씨티은행 직원들 역시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고배당을 챙겨간 씨티그룹이 도리어 씨티은행에 인력감원과 비용절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에 있어서 하 행장의 원칙없는 행보가 직원들 사기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하 행장은 지난해 12월 씨티그룹이 전세계에서 4500명을 감원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시티은행 전직원의 2%인 100명을 감원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조직 내부의 반발과 고배당에 따른 여론 악화 등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이내 구조조정을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 하 행장은 올해 또다시 한국씨티에 6000만달러규모의 비용감축을 지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현재 노조의 반발에 부딪쳐 또다시 감원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씨티의 관계자는 "한국 임직원들의 방패막이가 돼야 할 하 행장이 본사의 입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며 행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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