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회장직 물러나는 속내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회장직 물러나는 속내는?
  • 강우석 기자
  • 승인 2012.02.06
  • 호수 8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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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서 물갈이 1순위?”

'특혜' 논란 속 현 정부와 함께 해온 김 회장
다음 정권 때 아킬레스건 작용 소지 높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3월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올해까지 15년 간 하나금융 회장직을 맡아온 김 회장이 하나금융 이사회를 비롯한 내부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 좀처럼 사퇴의사를 꺾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김 회장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쉬고 싶다”며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해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아름답게 퇴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회장이 앞으로 달라질 ‘정치적 환경’을 고려했기 때문에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은 김 회장으로선 올해 있을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면 다음 정권에서는 이 대통령과의 친분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
김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대 동기로 시시때때로 ‘특혜’ 논란을 받으며 이명박 정부와 명운을 함께 해 왔다.

이에 정권이 바뀌는 만큼 김 회장도 물러서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대학 친구라는 점이 현정부하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했겠지만 다음 정권에서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회장직을 연임했다가는 현 정권 초에 금융권에서 대거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듯이 내년 초에는 김 회장이 밀려나고 새 정권쪽에서 사람을 심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물러나면서 자신의 사람을 심어놓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김 회장이 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퇴진 의지에도 사외이사들은 끝까지 설득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사외이사는 “김 회장의 사임 의사가 완강하긴 하지만 우리도 아주 강력하게 1년 연임을 요청했다”며 “이제 막 외환은행이 인수된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앞으로 설득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 역시 “과연 어떤 것이 조직을 위하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김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내부 조직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김 회장 방식의 리더에 젖어 있는 문화”라며 “리더가 바뀌어 아무리 우수한 분이 행장으로 와도 당장 운용 방식이 달라지면서 적어도 2,3년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와 달리 외환은행은 구성원들은 자질이 우수하고 자존심도 강하다”며 “현재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과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확실하게 조직을 이끌 수 있는 김 회장이 아니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김 회장이 사퇴할 경우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선 후임자 확정문제가 시급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자로는 먼저 사내 김정태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이 물망에 오른다. 하나금융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른 금융회사 출신으로 하영구 씨티은행장도 가능성 있는 인사다.

외부에서는 민상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윤계섭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민 교수는 작년까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에 관여했다. 한국금융학회장을 맡고 있는 윤 명예교수는 지난 2010년 말부터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관료 출신 가운데선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 진영욱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 윤진식 국회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조정남 사외이사는 “하나금융 회장에 대한 평가 기준이 25개에 달할 정도여서 선임 작업이 만만치 않다”며 “관직에 종사한 사람은 물론 금융권 사외이사 출신도 폭넓게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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