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대기업 때리기 본질 "유권자 의식한 '빵 싸움'일 뿐"
정치권, 대기업 때리기 본질 "유권자 의식한 '빵 싸움'일 뿐"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2.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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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질타에 이어 '서민 업종' 진출과 관련해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민을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 분위기라며 인정함과 동시에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표퓰리즘(표를 위한 공약)'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들이 커피, 빵, 순대, 청국장 등 서민업종에서 줄줄이 철수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동안 비난 여론에도 꿋꿋하던 재벌 2, 3세들의 골목상권 사업이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만나 '백기투항'하는 형국이다.

지난 27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본사와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사내 카페 형식으로 운영해 온 '오젠'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26일에는 호텔신라가 커피·빵 사업을 철수키로 했고, 범LG가인 아워홈이 순대·청국장 사업을 철수한데 이어 연쇄적인 것.

총선(4월11일)과 대선(12월19일)을 앞두고 정치권이 전방위적으로 대기업 압박에 나서고 있고, 이 대통령까지 나서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론의 타깃은 신세계와 롯데 등 다른 다른 재벌 기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대기업의 서민 밥그릇 뺏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7일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대기업들이 성장동력을 키우는 업종에 몰두하기보다 조직과 유통망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빵집이나 분식집 등 골목상권을 점령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해야 할 박지성 같은 선수가 국내 골목축구에서 대장노릇을 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수록 대기업 집단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와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집단은 스스로 자신들의 환부에 칼을 들이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이계안 민주통합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재벌개혁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며 '너희(재벌들)가 더 차지할 곳이 없을 때까지 집에 집을 더하고 밭에 밭을 늘려가 땅 가운데서 홀로 살려고 했으니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는 말을 인용해 재벌가의 무분별 한 확장을 꼬집었다.

또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재벌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세업체 서민들 삶의 터전을 차지한다고 느낄때 우리사회는 분열과 대립만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골목에서 철수하라"고 밝혔다.

허원제 한나라당 의원도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보완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고,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도 "재벌가 딸들의 베이커리 사업 철수는 늦었지만 잘된 일"이라며 "소탐대실의 교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국회에는 떡볶이, 빵집, 세탁업 등 영세 소상공인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기업 및 소상공입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정옥임, 김옥이, 김학용, 강성천, 이춘식, 진성호, 김정, 구상찬, 손범규, 이애주, 강석호 의원 등 11명 발의)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생색내기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모 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벌 개혁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총선 대선을 앞두고 다분히 표를 의식한 것"고 말했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재벌과의 빵 싸움(Korea : Bun fight with the chaebol)'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기업의 제과·제빵 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이 본질은 뒷전이고 유권자를 의식한 '빵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정치권의 서민 챙기기는 친(親)중소기업 정책 강화 움직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청을 승격한 '중소기업부'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김기문 회장은 "우리(중기중앙회)가 만들어 달라는 것보다 (정치권에서) 서로 만들어 주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분위기에 맞춰 정치인들이 중소기업부를 만들자며 중소기업계에 제안해오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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